출판사 서평
지금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공실 문제로 휘청이고 있다. ‘공실 폭탄’, ‘공실 지옥’이라 불리는 참혹한 상황 속에서 임대인과 건물주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 한편에서 준공된 지 수십 년 된 노후 상가는 임대 수요가 거의 사라져 사실상 수익률 제로의 사각지대로 전락한 상태다.
불행하게도 공실 문제의 앞날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인데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여전히 지식산업센터와 대규모 상가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상가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 자산운용사, 시행사 모두 ‘이 공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복잡한 문제들을 하나로 연결하면 결국 떠오르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셀프스토리지다. 주거 공간은 좁아지고, 공실은 늘어나며,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더 많은 물건과 유연한 공간을 요구한다. 셀프스토리지는 ‘창고’라고 부르기에 부족할 만큼 다층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단지 창고 산업의 진화가 아니라 도시가 살아남는 하나의 방법이 됐다. 투자자에게는 유망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처로서, 임대인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서, 사용자에게는 공간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상의 인프라로서 작동한다. 셀프스토리지는 도시 구조의 압력을 완충하는 완전히 새로운 해결 방식이다.
나아가 셀프스토리지는 도시 재생의 훌륭한 처방전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비워진 상가, 쓸모를 잃은 지하 공간, 찾는 사람이 없는 노후 건물은 도시에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이들이 다시 쓰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도시는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셀프스토리지는 낡은 자산을 다시 작동하게 만드는 최소 단위의 도시 재생 수단이 될 수 있다. 도로를 뜯고 마스터플랜을 짜는 대규모 개발이 아니라 작고 빠르게, 하지만 확실하게 도시의 쓰임을 회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미국, 유럽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미 편의점과 같은 생활밀착형 시설로 자리 잡았다. 미국 전역에서 영업 중인 셀프스토리지 시설 수는 5만2,000여 개로 추정되며 스타벅스, 맥도날드, 던킨 등 미국 5대 식음료 프랜차이즈 시설을 합한 수와 거의 같다. 가까운 일본도 셀프스토리지 시설 수가 패밀리레스토랑 시설 수를 앞지른 지 오래며, 이제는 편의점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 비하면 한국 셀프스토리지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도시화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일본보다 한국은 1인당 주거 면적이 더 좁다. 그런데도 셀프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일본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만큼 한국 셀프스토리지 시장의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셀프스토리지를 공간과 자산, 기술과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단지 짐을 맡기는 공간이 아니라 쓸모를 재구성하고 삶의 여백을 만드는 시스템이자, 미래의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이자 부동산 투자처인 셀프스토리지라는 신대륙으로 독자들을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