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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1 배드 파더스
2 비늘 뒤의 얼굴
3 겨울의 끝자락
4 빈자리
5 비늘의 증명
6 물물교환
7 눈먼 진실
8 황금빛 축복
저자 소개
저자 : 이수현
199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20년 『충북작가』 신인상,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2021), 세종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금(2023), 한국콘텐츠진흥원 뉴미디어 신기술 콘텐츠 랩 운영 지원사업(2025) 등에 선정되며 창작의 지평을 넓혀왔다. 소설집으로 『유리 젠가』, 에세이집으로 『기록하는 태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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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혼 전문 변호사 강도희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폭력적인 독재자였던 아버지와 순응하기만 해온 어머니 사이에서 가정폭력의 희생자로 자라, 감정 무표정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후배였던 남자친구는 그녀의 아픔을 나눌 자신이 없다고 떠나가기도 했다.
우연히 방문한 수족관에서 신비로운 황금빛 인면어와 접촉하면서, 그녀의 삶이 뒤바뀐다. 강도희를 찾는 의뢰인들은 제각기 가정폭력과 이혼, 양육권과 양육비 문제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될 때마다 강도희를 뒤덮고 있는 비늘도 한 꺼풀 벗겨져 나간다.
상처를 입고 피 흘리는 건 순간이지만, 어설프게 아문 상처에 딱지가 앉고 그 후유증이 비늘처럼 부서져 날리는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폭력과 고통의 기억이 사람을 오래오래 괴롭히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받던 사람이 스스로의 결핍을 극복하면서 자신을 신뢰하게 되고, 그로 인해 타인을 치유하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이 소설의 인물들이 언젠가는 비늘이 완전히 떨어져 보송하고 단단한 살갗으로 거친 세상 속을 나아가게 되기를 독자도 같이 기도하게 될 것이다.

결정적인 것은 ‘비늘’과 ‘황금빛 인면어’의 형이상학이다. ‘비늘’의 중층적-다층적 의미 부여를 통해, 소설 장면 장면마다에서 독자들은 ‘동고로서의 연민’이라는 감정을 요청받는다. 요청이므로 ‘요청의 형이상학’이다. 『비늘』은 사회적 소설을 넘어 ‘형이상학 소설’이 된다. 그러므로 구원의 가능성이다. 개인 강도희의 구원, 그리고 강도희에 의해 고통의 나락에서 벗어난 자들의 구원이다. 동고적 연민은 과도해야 하고, 우리는 되도록 많이, 과도(過度)하게, 그것에 합류해야 한다.
- 박찬일


책 속에서

그때, 인면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바다의 왕이라도 된 듯 수족관 전체를 유유히 휘젓고 다니던 황금빛 인면어였다. 그 녀석이 천천히 내 쪽으로 헤엄쳐왔다. 발걸음이 얼어붙어,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인면어는 마치 내 심연을 꿰뚫어보는 듯, 또렷한 눈동자로 나를 찬찬히 응시했다. 처음엔 그저 사람 눈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인면어들과는 분명 무언가 달랐다. 입을 뻐끔이며 황금빛 비늘을 찰랑거리는 모습은, 어쩐지 ‘만져보라’고 유혹하는 듯했다.
찰랑.
어느새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수조 안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그 반짝이는 비늘, 한 번쯤 만져보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움직였다. 놀랍게도 황금 인면어는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내 손에 몸을 기대었다. 미끈거리는 비늘이 손끝에 닿는 순간, 짜릿한 전류가 번쩍. 온몸을 타고 퍼졌다. 눈앞이 번쩍이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26쪽)

오랜만에 들여다본 어머니의 얼굴은 이미 생기와 양분이 다 빠져 있었고, 피부는 비늘처럼 얇아진 상태였다. 오랜 폭력으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이 겉으로 드러난 듯 피폐해 보였다. 쉽게 벗겨낼 수 없는 생명체의 비늘처럼, 그녀의 얼굴에 알알이 새겨진 주름은 그녀가 감내해온 삶의 무게를 상징하듯 굵고 진했다. 언젠가부터 어머니의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새집을 얻어 나와 잘 때도 어머니는 작은 몸을 늘 공처럼 둥글게 만 채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썼다. 마치 비늘로 제 몸을 방어하려는 듯, 동시에 모든 감각을 차단하려는 듯 말이다. (53쪽)

나는 다시 펜을 집어 들며 속삭이듯 기도했다. 연화와 예리가 이 거대한 상처 속에서도, 비록 아물지 않는 비늘일지라도 조금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헤엄쳐가기를 인간의 변화는 더디고, 고통스럽고, 때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움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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