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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옮기고 나서
저자 소개
저자 : 오기와라 히로시荻原 浩
트렌드를 포착하는 기민한 감각과 매력 넘치는 캐릭터 조형, 따뜻한 유머 감각으로 손대는 작품마다 오기와라 매직을 발휘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타고난 이야기꾼.
1956년 사이타마 현에서 태어나 세이조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광고회사를 거쳐 프리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다가 “아무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나의 문장을 쓰고 싶다”라는 마음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1997년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가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다. 미스터리, 시대, 가족, 호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테마에 도전해온 오기와라 히로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소중한 기억을 잃어가는 50대 중년 남성을 그린 『내일의 기억』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가히 신드롬을 일으켰고 야마모토 슈고로 상과 서점대상 2위를 차지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공히 인정받았다.
2014년 『이천칠백의 여름과 겨울』로 제5회 야마다 후타로 상, 2016년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로 제155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였고, 2020년 『인생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라면』으로 만화가로 데뷔하였다.

역자 : 권일영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일보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1987년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인 무라타 기요코의 『남비 속』을 우리말로 옮기며 번역을 시작했다.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쓰오, 히가시노 게이고 등 주로 일본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하라 료의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마치다 고의 『살인의 고백』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그 밖에도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존 딕슨 카가 쓴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등 영미권 소설과 논픽션으로는 『킬러 스트레스』 『다시 일어나 걷는다』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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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너, 그 소문 들어봤어?
한밤중 시부야에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그것도 양쪽 발목을 다 삭둑!
그치만 뮈리엘 로즈를 뿌리면 괜찮대. 진짜라니까.”
이 소설에서는 실재로 활용되는 마케팅 수법인 WOM(Word of Mouth)이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악랄한 방식으로.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이라 할 WOM은 플러스 이미지를 퍼뜨릴 때보다 마이너스 이미지를 퍼뜨릴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인간의 잠재적인 공포와 불안을 자극하는 방식일 때는 더더욱 강렬하다. 살인마가 나타나 소녀들의 발목을 가져가는데, 특정 향수를 뿌리면 무사하다는 소문을 여고생들 사이에서 퍼뜨렸을 때처럼 말이다. 신상품 런칭을 위해 경쟁 회사 향수에는 돼지 피가 들어 있다는 식의 악의적인 정보 조작조차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광고기획사의 WOM은 시부야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성공을 거둔다.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던 저자의 체험이 반영됐을 광고업계의 추악한 실태가 생생하게 묘사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동시에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상상력이 이 지점에서 탁월하게 발휘된다. ‘만약 그 거짓 소문이 진짜 현실이 된다면?’ 소녀의 발목을 자른다고 하는 살인마가 실제로 나타나서 연쇄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끔찍한 살인마 레인맨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고구레와 나지마 콤비를 등장시키며 이야기의 끝을 향해 순식간에 달려 나간다. 그리고 맞이하는 충격적인 반전. 작가가 이 마지막 반전을 위해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복선을 깔아놓고 실마리를 남겨놓았는지 다시 살펴봤을 때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녀의 시체, 이마에 새겨진 R 표시,
그리고 사라진 발목…….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 예상을 배신하는 범인의 정체,
그리고 당신이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반전이 마지막에 기다린다!
일본에서 독자를 충격으로 몰아넣는 반전 미스터리 랭킹을 뽑을 때마다 압도적으로 상단에 자리하는 작품인 『소문』이 12년 만에 복간되었다. 『소문』은 사실 2001년 발표 당시에는 평론가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하여 매년 꼽는 베스트 랭킹에조차 전혀 오르지 못한 작품이었다. 2009년 국내에 번역·출간됐을 때도 눈 밝은 독자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나 작품의 명성에 견줄 만한 평가와 판매를 기록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마케팅 홍보 전략으로 만들어낸 거짓 소문이 실제 현실이 되어 발목 잘린 소녀들의 시체가 하나둘 나타난다고 하는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가,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마지막 반전으로 소문에 소문을 거듭하면서 『소문』은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 남는 작품으로 위치하였다. 작품의 운명이 ‘소문’을 통해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2021년 한국에 새롭게 출간되는 『소문』의 입소문은 이제 시작이다.


<책속에서>
“너, 그 얘기 들었어? 히몬야 공원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소문.”
“아니. 뭔 일?”
“한밤중에 남자애랑 단둘이 그 공원에 가면…… 나온대.”
“나와? 뭐가?”
“레인맨.”
“레인맨?”
“그래, 맑은 날에도 후드 달린 새까만 레인코트를 입고 마스크를 쓴 남자가…….”
“그게 왜? 위험한 거야?”
“응, 완전 위험하지.”
“그 남자가 코트 앞자락을 열면, 알몸에 그게 막 덜렁거리는 그런 거?”
“아니, 그 정도가 아니야. 진짜 위험한 거라니까. 만약 레인맨이랑 마주치면 그냥 끝이야. 남자는 때려눕히고 여자만 잡아 간대. 더 끔찍한 건 여자애 발을 자른다는 거야. 양쪽 발목을 다 삭둑!”
“거짓말. 말도 안 돼!”
“정말이라니까. 메구로고등학교에 다니는 애도 한 명 당했대. 그런데 레인맨이 뮈리엘을 뿌린 애들은 절대 안 건드린다는 거야. 대박이지?”
“뮈리엘?”
“이번에 나온 향수 몰라? 샤넬이나 캘빈 클라인은 소용없고 뮈리엘에서 나오는 로즈만 효과가 있대.”
“진짜?”
“진짜라니까.”
-7~8쪽


““WOM의 위력은 대단하죠. 예전에 ‘저 은행 위험하대’라는 아무 근거도 없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예금 인출 소동이 벌어져 결국 파산한 은행도 있어요. 과거에 벌어졌던 화장지나 쌀 사재기 소동도 근거 없는 소문 때문이었죠. 얼마 전에도 인터넷에 올라온 단 한 건의 클레임이 대기업 가전제품 브랜드의 신용을 무너뜨린 사건이 있었어요. WOM만으로도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간토 대지진 때 한반도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희생당했던 이유도 누군가 퍼뜨린 유언비어 때문이었습니다.”
쓰에무라는 플러스 이미지보다 마이너스 이미지의 정보가 열 배는 빨리 퍼진다고 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에 대한 뒷담화입니다. 사람들은 다들 칭찬보다 욕이나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또 듣고 싶어 하죠.”
그리고 마이너스 이미지의 정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법이다.
“가장 유명한 WOM을 아세요? 아마 프랑스에서 시작된 모양인데 이제는 온 세상에 퍼졌죠. 여자 혼자 외국 부티크 탈의실에 들어가면 위험하다, 거울이 빙그르르 돌면서 사람이 사라진다, 거울 뒤에 인신매매 조직원이 숨어 있다가 매춘 소굴로 끌고 간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패턴이 있어요. 예를 들면 납치된 여자가 도망치지 못하게 팔다리와 혀를 잘라낸다거나, 몇 해 뒤에 애인과 다시 만났을 때는 마약에 찌들어 노파 모습이 되어 있었다거나. 정말 무서운 이야기죠. WOM이 널리 퍼지는 가장 큰 심리적인 요인은 인간의 잠재적인 공포와 불안이에요. 여자애들에게는 무서운 이야기, 기분 나쁜 이야기가 제일 효과적이죠.”
-24~25쪽


“너, 레인맨이라고 들어봤어?”
고구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쓰미는 눈을 다시 크게 떴다.
“역시.”
“역시라니?”
“그 사건이구나? 그래서 매일 늦는 거지? 그랬구나. 그게 역시, 레인맨이구나.”
고구레도 속으로 ‘역시나’ 했다.
레인맨, 어른들은 전혀 모르는 이 이름을 어떻게 된 까닭인지 10대 소녀들은 다 알고 있다. 나쓰미의 대답도 오늘 만난 소녀들이 한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유명한 얘기야. 여러 애들한테 들었어. 당연히 누가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다들 레인맨이 진짜 있다고 믿어.”
딸의 얼굴이 왠지 낯선 소녀처럼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오늘 만난 소녀들도 나이가 다들 열여섯이나 열일곱이라고 했다. 나쓰미도 요란하게 치장을 하고 번화가에서 무리를 짓는 그 아이들 속에 섞인다 한들 이상할 것 없는 나이다.
(…)
“레인코트를 입고 있어서 레인맨이라고 부르는데 그 코트가 검은색이라고 하기도 하고, 노란색이라고도 하고, 미키마우스 그림이 그려진 거라는 이야기도 있어. 완전 기나오싹이지? 죽은 사람이 다섯 명이라고 하기도 하고, 아홉 명이라고 하기도 하고, 스무 명도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어.”
(…)
내일 나지마에게 말하자.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다.
“그 레인맨 이야기,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여고생들 사이에 떠도는 어이없는 뜬소문입니다. 제 딸도 알고 있더군요.”
-191~194쪽


고구레는 MURIEL이란 로고가 들어간 향수를 미유키의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언제 구했을까요? 아세요?”
“글쎄요.”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은 병이 세 개나 있습니다. 돈 주고 산 것은 아닌 듯한데요.”
미유키의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미유키 방에서 화장품이 잔뜩 들어 있는 쇼핑백을 보고 뭐냐고 캐물은 적이 있었어요. 혹시 화장품 가게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어서요. 부끄럽지만 전에 한 번 그런 일이 있었죠. 그랬더니 막 화를 내면서 아르바이트 때문에 받은 거라고 하더군요. 지금 생각하니 그때 그 쇼핑백에 이것이 들어 있던 것일지도…….”
“그게 언제쯤입니까?”
미유키의 어머니는 잠시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생각에 잠겼다.
“제가 자기 방에 들어오는 걸 싫어해서 미유키 방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들어간 것이…… 아, 에어컨을 슬슬 쓰기 시작할 무렵이라 필터 청소를 해두려고……. 그때가 막 7월로 들어섰을 즈음인 것 같아요.”
두 피해자가 같은 향수를 사용한 이유를, 그리고 절대로 만난 적이 없을 두 사람의 접점을 겨우 찾아냈다. 두 사람은 같은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279~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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