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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역행기(逆行記) - 김주희
우수상 야견들 배해률
우수상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 윤지영
심사 총평
저자 소개
저자 : 김주희
극작가. 2015년에 극작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 <어느 날 문을 열고> <식탁> <모래바람> <마지막 미노타우로스> <낙원> <마르지 않는, 분명한, 묘연한>이 있다. 202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대본공모, 2022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 비넥스트,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예술가에 선정된 바 있다.

저자 : 배해률
극작가. 희곡 <7번 국도>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 <여기, 한때, 가가>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사월의 사원> <시차> <목련풍선> 등을 썼다. 희곡 <사월의 사원>으로 제11회 벽산문화상을,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로 제59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25년 제3회 이영만연극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 : 윤지영
극작가.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장흥댁>이 당선되면서 데뷔하였다. <上船> <90-7번지> <인간 김수연에 관한 정밀한 보고> <우연한 살인자> <하거도> <생존 3부작> <잃어버린 얼굴>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동대문학상, 동아대문학상, 2인극 페스티벌희곡상, 목포문학상 등 다수의 작품상을 수상하고 창작희곡페스티벌 당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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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저자의 말

‘바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 온 이가, 바닥 아래의 존재들을 느낄 수 있다면.’ 이 희곡은 그 가능성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끊임없이 훼손되어 가는 땅에 무수한 이야기가 쌓여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땅 위에 서 있을까요. 함께 서 있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복원해 낼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뒤편에 서 있었던 이들의 바닥과 마주하고 그들의 팔을 물려받기 위한 작은 노력입니다. 서로의 기억과 몸이 섞이는 시간 속으로의 여행이자, 섞이기를 요청하며 조심스레 내민 손입니다.
-김주희

1938년 5월의 세계를 살아 본 적은 없지만, 올망졸망 모여 사는 여관집 식구들과 도망길에 짐을 내던진 김시우와 총을 든 최은심과 산으로 숨어든 들개들의 마음으로는 살아 본 적이 있습니다. 이기와 적대가 달아 놓은 족쇄 때문에 멀리 나아가지 못하는 이 마음들을 널리 널리 풀어 주고 싶었습니다. 족쇄에 금을 내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금이 나자 박살이 나는 것은 금방이었습니다.
낯선 이를 위한 싸움에 동참하려는 마음과 내 손에도 피를 묻히고야 마는 의지들로 <야견들>을 지었습니다. 짐승을 멸칭으로 사용하는 이들을 무찌르고 기꺼이 짐승이 되기로 하는 이들의 여정이 누군가의 묵은 체기를 잠시나마 가셔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배해률

길쭉하고 호리호리하던 나의 할아버지, 마을에서 가장 잘생겼던 사내는 매일 소주 한 짝을 비워야만 잠이 들곤 했다. 평생 술에 잠겨 살다, 오십을 조금 넘겨 그렇게 하늘로 가셨다. 마루에 앉아 멀뚱히 지는 해를 바라보다 어설프게 걷던 손녀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짓던 그분이, 어린 시절 형님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분이 돌아가시고도 한참 후였다. 돌에 맞고 죽창에 찔리는 형님을 대숲에 숨어 봤어야 했던 열두 살의 소년- 소년이 오십이 되기까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버티는 것뿐이었을 테지. 그러다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의 어린 자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옅게 웃다 그것이 미안해 다시 표정을 없앴을 테지. 한평생 무표정했던 마음들이 읽혀 나는 늘 할아버지가 그리웠다.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는 여순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평범하게 아침을 맞았던 사람들이 맞아 죽고, 찢겨 죽고, 총에 맞아 죽었다. 둑에 쌓이고, 다리에 널브러지고, 강줄기를 피로 물들였다. 10월의 한 주 동안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죽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가족이 죽었다고 목놓아 울지 못했다. 입을 닫고, 가슴에는 지퍼를 채웠다. 그리고 운이 좋아 버텼다면 이제 여든여덟이나 여든아홉이 되어 다가오는 죽음을 마주 보고 있다.
작년, 순천의 쪽방에서 나흘을 보냈다. 순천역과 순천고, 재래시장과 다리를 걸으며 그 끝에 제대로 된 ‘여순 기념관’이 있으리라 내심 기대했다. 어느 낡은 사무실, 2층 그곳의 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어 문만 한참 보다 돌아 나왔다. 울음도 하소연도 어느 것도 내뱉지 못하고 삼키고만 있는 것이 77년 전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보지 말아야 할 것과 알지 말아도 될 것들이 어마어마한 스크린에 쏟아지고 있는 이 광속의 시대에, 구석에 접힌 채 쓸쓸히 시간이 지나기만을 버티고 있는 ‘여순의 이야기’를, 그렇게 늘 숨죽이며 불안한 삶을 사셨을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이제는 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기어코 해야만 하지 않을까, 라는 열망으로 글을 쓰고 마쳤다.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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