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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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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상처받은 존재의 부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뒷모습|푸른 자화상|자화상, 그 내면의 세계|상처받은 존재의 부활|눈으로, 마음으로|너와 내가 만든 세상|관계를 이루는 그 무엇을 고민하며|오너라, 나의 봄아!|감자 한 알이 채워주는 그 무엇에 대하여

제2부 이 찬란한 삶을 위하여
그 은밀한 유혹|당신은 이 세계를 어떻게 보십니까?|빛은 그늘도 만든다|인생은 어디로 가는가|이 찬란한 삶을 위하여|장미 아홉 송이|요람|어쩌면 아름다운 날들|먼지로 사라질 운명에 대하여|11월에 다시 생각해 보는 그림 한 점

제3부 귤림추색(橘林秋色)
당신이 있는 거기에도 가을이 익어가나요?|풍경 앤 풍경|선물이라 쓰고 그리움이라 읽는다|그리움은 그림이 되어|계절 산책|겹겹의 서사|귤림추색|행복한 대면, 사진을 읽다|꼿꼿하게 예도(藝道)를 추구했던 소암의 삶과 예술, 에피소드|테왁의 모양 해녀의 마음

제4부 천천히 노래 부르듯이
깊숙하고 안온하게|전원교향곡을 듣는 아침|천천히 노래 부르듯이|숲에서 봄의 연주를|5월, 그 봄밤의 노래|아! 커피|라면과 모차르트|그래야만 하나?(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음악은 때로는 고요한 바다|겨울 나그네|그 조용한 중간 악장에서|여름 바다에서 멘델스존을 듣다

제5부 사랑하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지금 바로 떠나라! 당신의 방으로|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해바라기는 언제나 환하다|꽃마리를 바라보며|소쇄원에서|사랑하는 당신에게 Last Dance|태양은 가득히|그녀의 지휘봉은 이카로스의 날개였을까|나로 늙어간다는 것의 풍경

저자 소개
저자 : 정영자
2012년 《수필과 비평》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필집으로는 『안단테 칸타빌레』, 『풍경을 짓다』 등이 있다.
제주헤럴드 〈정영자의 느낌 그리고 쉼표〉 연재, 서귀포신문 〈문필봉〉, 제주일보 〈금요에세이〉에 수필을 쓰고 있다.
서귀포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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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저자의 말

음악을 들을 때
그림을 마주할 때
책장을 넘길 때
나는 나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곳에는
빛과 어둠이
울림과 고요가
때론 한 문장이
나를 흔듭니다.

여기에 실린 글은
문득문득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그 결들의 언어입니다.

그렇게 써 내려간 글은
2024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제주헤럴드’에 실을 수 있었고,
일흔둘의 세월을 돌아보는 이 가을
조심스레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습니다.

추천사

서귀포에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머리는 희다. 멋있다. 은발 아래 초롱한 두 눈은 마치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같다. 음악이 들린다. 아침에 듣는 바흐와 커피는 그녀를 살게 한다. 음악이 늘 그녀 옆에서 피어오른다. 또 화집을 넘기다가 기당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소암기념관엘 간다. 서울 한가람미술관, 여러 군데서 뭉크, 마그리트, 마리 로랑생을 만난다. 오래전부터 카메라를 들고 제주와 본토의 먼 곳 가까운 곳엘 간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삶을 조망한다. 음악, 그림, 사진은 그녀의 일상이다. 그녀는 이제 그것들과 육화되어 있다. 그녀는 그것들에 대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윤슬들이다. 우리는 이제 그걸 보며 그녀의 심혼에서 나오는 그 반짝임들과 함께 그냥 아득해지면 되는 것이다.
- 나기철(시인)

책 속에서

진정으로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때때로 가면을 쓰듯이 살아가야 하는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에 있는 게 아닐까. 돌아서 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쓸쓸한 존재의 외로움이 겹겹이 쌓여 거기에 도사리고 있었기에 시선을 끌지 않았나 싶다. 뒷모습은 소리 없는 언어이며 빈 캔버스와 같다. (20쪽)

뭉크는 사랑을 통해 고통을 말했지만, 우리는 그 고통을 통해 오히려 사랑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진정한 사랑이란 기쁨이 아니라, 감내와 기억, 그리고 상실 이후에도 남는 울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다시 살아간다. 언젠가 죽음 앞에 설 때조차도, ‘사랑했다’는 기억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기에. (56쪽)

낙엽 구르는 소리 들으며 방 안에 홀로 앉아 귤을 까는 시간. 향긋한 향기 안개로 흘러 방 안을 채우고 새콤한 단맛이 입술을 적신다. 한 해 동안의 향기와 꽃, 노고의 일손과 감사의 마음이 귤 한 알에 있다.
이 한 알에 사무치는 그리움이 귤빛으로 영글었으리…. (114쪽)

사라져 가버린 사람과 운명, 이루어질 수 없던 사랑과도 같은 아련함이 내가 듣는 음악 속에 스며들어 있다. 낡고 오래된 추억이 슬그머니 노크한다. 이웃한 돌담 구멍으로 훔쳐보던 옛 친구의 얼굴이 고개를 든다. 콧대가 반듯하고 이마가 넓은 아이. 책보자기를 허리에 둘러매고 학교로 가는 골목길을 달려가던 아이. 가끔 짓궂게 놀리기도 하던 어린 시절 그 친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세월을 건너고 있을까. (139쪽)

삶의 무게를 온전히 견디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는 세월이 선물한 힘이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늙음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 용기. 엘케는 팔순의 문장으로, 때로는 행간의 침묵으로, ‘늙어가는 방식’을 전해준다. 그 진심에 나는 깊이 고개를 끄덕인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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