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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1
2
3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마미야 가이
소설가. 1992년 일본 오이타현에서 태어나 현재 도쿄에 거주하고 있다. 2023년 『여기는 모든 새벽의 앞』으로 제11회 하야카와SF콘테스트 특별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죽음을 갈망했으나 기계 인간이 되어 영원히 죽지 못하게 된 주인공의 독백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발표 직후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고, 제37회 미시마유키오상 후보에 올라 평단의 찬사도 함께 얻었다.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신예로 평가받으며, 현재는 단편소설과 에세이를 중심으로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역자 : 최고은
현재 도쿄대학교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일본문학을 연구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상오단장》, 온다 리쿠의 《도미노》, 무라타 사야카의 《지구별 인간》, 《소멸세계》, 요코야마 히데오의 《빛의 현관》, 《6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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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렇게 고통받으면서 살아 있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일까요?
죽음을 바라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걸까요?”

어릴 때부터 음식은 먹는 대로 토해버리고 악몽에 시달려 잠을 거부하는 ‘나’는 늘 삶이 괴로웠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으므로 사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진단은 받지 못했고 증상이 나아지지도 않아서, ‘나’는 학교도 가지 않고 일도 하지 않은 채로 아버지와 집에서 단둘이 오랜 시간을 보냈다. 사실 ‘나’에게는 깊은 상처가 있었다. 25년 전, 어머니는 ‘나’를 낳다가 출혈이 멎지 않아 그대로 돌아가셨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오빠와 두 언니는 ‘나’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해 ‘나’를 공공연하게 미워했다. 그럴수록 아버지는 ‘나’를 각별하게 여기고 애지중지했지만, 사실은 아버지의 그릇된 애정이 ‘나’를 더욱 병들게 만들고 있었다. 섭식 장애, 불면, 아버지에게 받은 학대, 형제들로부터의 소외……. 스물다섯 살의 ‘나’는 고통으로 가득한 삶에 아무런 미련을 갖지 못해 간절히 죽음을 바랐지만, 아버지의 강요와 협박으로 특별한 수술을 받는다. 육체적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신체의 모든 부분을 기계로 대체해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융합수술’을.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영생을 얻는다는 선택이 ‘나’에게 또 다른 형벌이 될 줄은.

끝없는 고통에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한 기계 인간의 순정한 독백

삶의 모든 모순이 한 존재 안에서 충돌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고통스럽다. 수술을 받은 뒤 겉모습은 인간과 다를 바 없지만 사실 더는 인간일 수 없고, 죽음을 간절히 바랐지만 영원히 죽을 수 없다. ‘뇌만 깜빡일 뿐’ 감정은 사라졌다고 믿지만 여전히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가족을 돌봐야 하고, 폭력과 학대를 받았으면서도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폭력을 대물림한다. 몇몇 독자들은 인간으로서 살아갈 자격을 잃었다고 여기는 주인공의 절망적 상황 때문에 이 책을 『인간 실격』과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는 모든 새벽의 앞』의 주인공 ‘나’는 이처럼 수많은 모순과 역설 속에서 흔들리고 고통받으며 10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면서도, 『인간 실격』의 요조처럼 절망하지 않고 마침내 진실과 마주한다. 진정한 구원은 고통의 원인이 된 자신의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용서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 ‘나’는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졌던 저주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자기 자신이 했던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했던 일을 ‘바라보며’ 소멸하는 길을 선택한다. 기계가 된 존재가 인간의 삶을 포기했을 때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구원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인간답게 살 수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존재의 숭고한 기록이자, ‘인간으로 살아남는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통스러운 대답이기도 하다.

가장 사적이고 이름 없는 고통이
가장 보편적인 인간을 만드는 이야기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진행되지만 어느 누구도 주인공의 이름을 명확히 부르지 않는다. ‘나’의 이름은 아빠도, 오빠도, 조카이자 연인인 신조차도 제대로 부르지 않고, 소설 내에서도 ( )라는 표기로 익명으로 처리된다. 주인공이 정확한 이름으로 명명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나’가 이름 없는 기계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상처받은 인물이라면 누구든 될 수 있는 익명의 대리자이기 때문이다. 저자 마미야는 서문에서 개인적인 경험이 이 소설을 쓴 계기가 되었다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인용한다. 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겪는 일은 너무나도 사적이고, 참담하고 비극적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독자는 비어 있는 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대입하게 된다. 관계로부터 고립감을 느끼거나,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고민해본 이들이라면 더욱, 이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이자 인간 본연의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여기는 모든 새벽의 앞』은 SF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인간으로 살아남는 일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고통과 용서, 회복에 대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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