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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발문 : 손님에서 유령으로(김청귤)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조예은
2016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을, 같은 해『시프트』로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트로피컬 나이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스노볼 드라이브』『테디베어는 죽지 않아』『입속 지느러미』, 연작 소설집 『꿰맨 눈의 마을』, 단편소설 『만조를 기다리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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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는 그곳에 초대받은 손님이자
출구를 찾는 도망자이며
영원히 귀속되는 유령이 되고 말았다

오랜 시간 피와 비명을,
비밀과 불을 머금고 버티며 살아 있는 집!
4대에 걸친 적산가옥에 감춰진 괴기한 수수께끼들

일제강점기, 조선 땅에 자리 잡은 유복한 일본인 상인 가네모토와 그의 외아들 유타카는 조선인 간병인인 준영에게는 밉고 저주스러운 존재다. 피식민지 백성으로서 생존에 허덕이는 준영에게 가네모토의 붉은담장집은 사치스러움의 극치이자 원망스러운 일본의 잔재를 상징한다. 병약한 탓에 예민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자해로 드러내는 줄로만 알았던 유타카가 실은 양자로 그의 아버지에게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준형은 유타카에게 연민이 뒤섞인 유대감을 느낀다. 시대를 거슬러, 2020년대 현재 시점에서 전개되는 준영의 외증손녀 나(현운주)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결혼을 빙자하여 사망 보험금을 노리는 남편 우형민의 은근한 폭력에 무방비상태로 놓인 상황을 호러라는 장르적 요소를 활용해 풀어낸다. 또한 수 세대를 거슬러 붉은담장집에 존재해온 유타카의 망령은 내 앞에 수시로 그 존재를 드러내고 나는 몹쓸 망령 때문에 자신이 미쳐간다고 생각한다. 꿈속에서 나는 외증조모가 되어 유타카의 실체를 알게 되고 유타카는 나에게 마음속에 품어왔던 말을 속삭인다. “아버지는 내가 죽일 거야.”

조예은 작가는「작가의 말」을 통해 “죽은 자들이 삶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감정은 과거로 뭉뚱그려지지 않고 현재를 침범한다”고 밝히며 “비열하고 희미하게라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죽은 자들의 “그 지독함과 애달픔이 좋다”고 토로한다. 「발문」에서 “공포심과 기이함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섬세한 아름다움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마음”이 조예은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김청귤)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장면이 마음에 깊이 남는, 다 읽고 나서도 며칠 동안 그 장면이 불쑥 떠오르는”『적산가옥의 유령』은 확실히 우리에게 뚜렷하고 오래 지워지지 않는, 서늘한 ‘온기’를 선사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적산가옥에 초대받은 손님으로, 읽는 중에는 적산가옥에 갇혀 출구를 찾는 도망자로, 다 읽은 후에는 적산가옥의 일부에 영원히 귀속되는 유령”이 되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집은 자신의 벽에 깃든 모든 역사를 기억한다.
안에 살던 사람은 죽어도 집은 남는다. 오히려 죽음으로써
그 집의 일부로 영원히 귀속된다.
먼저 무너뜨리지 않는 한 집은 누군가의 삶을 담으며 존재한다.”

주요 내용

밤새 강풍이 휘몰아친 10월의 어느 새벽, 외증조모는 저 밑에서 들려오는 어떤 소리를 들으려는 듯, 바닥에 한쪽 귀를 댄 기이한 자세로 50년 이상 살아온 적산가옥 별채에서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20대 이후 일본에서 지내온 나는 그곳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외증조모의 유언대로 그 집에 살러 들어오는 것으로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곤 마주친 적산가옥의 유령, 가네모토 유타카. 이 가엾고 끔찍한 망령과 조우한 뒤 나는 꿈속에서 외증조모가 되어 오랜 시간 피와 비명을, 비밀과 불을 머금고 살아온 이 집의 별채에 숨겨진 비밀을 마주한다. 깊은 밤, 유타카는 나에게 마음속에 품어온 말을 속삭인다. “아버지는 내가 죽일 거야.”

작가의 말

나는 지독함과 애달픔이 좋다. 고작 내가 타인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수 있는 건 글이 유일할 테다. 그것도 실제로는 해를 가하지 않는, 상상이라는 아주 온화한 방식으로 공포심을 줄 수 있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처음으로 ‘무서우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더 무서운 이야기를 써야지. 누군가에겐 무섭고 누군가에겐 애틋한 이야기를.
_「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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