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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1. 숲이 건네는 말
-대한민국
오월 숲 . 11
어머니 왕주목 . 19
통영 봄 바다 . 25
숲에서 힐링 . 31
쉼터 같은 시간 . 37
숲이 건네는 말 . 42
문학의 숲 . 47
봉정암 가는 길 .51
내려놓기 . 59
천년의 숲 비자림 . 63
시선 . 69

2. 예술과 낭만,서유럽
-스위스
알프스의 하루 . 74
-독일
하이델베르크 언덕 . 78
-오스트리아
여백 . 83
작은 음악회 .89
도레미송 연가 . 95
-프랑스
예술의 묘미 . 98
달팽이 요리로 추억 한 줌 . 103
센 강에 별빛은 흐르고 . 108
화려함의 극치 .113
-영국
심장의 무게 . 118
유종의 미 . 123

3. 세계 유적의 보고(이탈리아)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베네치아 .130
쉼표 하나 . 135
알몸의 집터 . 141
눈이 호강한 날 . 145
여행의 맛 . 151
꽃의 도시 피렌체 . 157
아이러니 . 163
세계 최초의 쇼핑 거리 . 166
우리나라 좋은 나라 .170
남의 속도 모르고 . 173

4. 대자연의 예술품, 북유럽
-스웨덴
보너스 시간 . 178
욕심이 화를 부른다 . 183
문화 예술의 도시 . 185
-노르웨이 189
인간의 본성 비겔란 조각공원 .189
자유와 평화 . 195
피오르드의 매력 . 199
빙하 박물관에서 .202
세계 10대 아름다운 철길 .206

5. 다뉴브 강이 흐르는 동유럽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 . 213
-체코
여행의 덤 . 217

6 대자연의 향연
-몽골
초원을 가르며 . 224
별은 그 자리에 있다 . 229
게르에서 하룻밤 . 233
특별한 체험 . 238
-일본
나를 돌아보는 시간 . 242

평설 김자인의 수필 세계
김우종 사랑과 아름다움의 수필 미학 . 247
저자 소개
저자 : 김자인
본명: 김인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방송대 홍보모델(제4기)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수필작가회 부회장 역임, 현 이사
동대문문인협회 부회장
문학의집서울 회원
중랑디카시 정회원
실버넷뉴스 문화예술관관장 역임

그린에세이 김자인의 <집밥이 좋다> 2년 연재
그린에세이 김자인의 <인물 포커스> 2년 연재
성북마을방송 <우리마을 이야기> 진행자(2017년~현재까지)

수상 제36회 한국수필문학상
독서문학상(우수상) 외 다수
저서
수필집 ≪그땐 정말 미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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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평설
사랑과 아름다움의 수필 미학
김우종 문학평론가

1. 김자인 수필 미학의 외형과 내면

김자인의 수필 세계는 참 아름답다.
수필은 예술이며 예술의 본질은 아름다움이고 그것은 두 가지로 구성된다. 언어예술로서의 미학적 성과와 의미론적 성과다. 문학은 어느 장르나 모두 언어예술이지만 수필은 수사법의 특성을 의도적으로 개발해 나간 장르가 아니다.

수필은 붓 나가는 대로 써지는 글이다?
흔히 말하는 이런 명제는 수필이 언어의 기교적 발달을 운명적으로 거부해 왔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대학의 국문과 교과과정 속에서는 70년대 전까지도 수필이 거의 독립적인 문학 장르로 대접받지 못했다. 기교적 연구로 자기만의 특성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그것은 분도 바르지 않고 천연의 얼굴만으로 예뻐야 함을 숙제로 지녀왔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겸허한 몸짓으로 더 아름다워야 하므로 수필은 창작 기법상 어려운 장르이고 그 겸허한 몸짓만으로도 매력적인 것이 김자인 수필의 아름다움 하나다. 이런 특성은 연지 찍고 곤지 찍고 성형외과에 다녀온 미모와 달리 원래 주어진 아름다움을 과욕 없이 순수하게 가꾼 미모로서 차별화된다. 아름다움을 위한 세련된 언어 구사의 매력도 좋지만, 지나친 분장을 노출하지 않는 겸허한 품위도 매력이다.
또 하나의 미적 성과는 주제의 아름다움이다. 윤동주가 언덕에 올라 밤하늘의 별을 향해서 사랑하는 생명들의 이름을 부르는 별 보기(<별 헤는 밤>에서)와 그 많은 별이 금은방의 보석이 되어 명품백 속에 꽉 채워지기를 바라는 탐욕의 별 보기는 감동적인 미적 성과와 다르다. 윤동주의 그것은 문학이 되지만 후자는 잡문이 된다. 김자인은 지구 저편까지 많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수필을 썼다. 그런데 그 기행 수필에 탐욕은 없다. 오직 사랑의 눈으로 보고 돌아온 것이 이 수필집이다. 이것은 그 사물들을 사랑스러운 보석으로 만들고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작자가 그곳에 다녀옴으로써 그곳은 아름다움이 되고 있다.
<초원을 가르며>와 <별은 그 자리에 있다>는 몽골 기행 수필이다. 작자는 몽골 초원에서 별을 보고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가 별을 보며 감탄한다. 수많은 별을 보며 감탄하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몽골 기행 중에 작자가 보고 이를 그의 작품 속에 담을 때 이것은 새로운 별이 된다. 문학적 표현 효과로써 작자의 가슴속에 담긴 김자인이 사랑하는 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느 시인이 꽃을 보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말한 <꽃>처럼 김자인의 수필 속에 담기고, 이 작가의 가슴속에서 사랑받는 별이 됨으로써 새로운 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 작품 속에서만 일어나는 별의 탄생이 아니고, 또 별들만의 탄생이 아니다.
작자는 이 세상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이들을 사랑하며 이들의 이름을 부른다. 이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함으로써 새로 태어나며 존재한다는 의미가 된다. 김자인의 기행 수필은 이처럼 사랑하기 위해 찾아가서 만나주는 기행 수필이기 때문에 새 세계의 탄생을 의미한다.
세상을 사랑의 언어 속에 담아서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작업이 곧 이 작가의 기행 수필이며 작자는 여기에 더 많은 소중한 의미를 담는다. <별은 그 자리에 있다>에서 결론적으로 말하는 것은 그런 별을 몽골 초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작자의 고향에도 있으며 우리는 어떤 것이든 사랑함으로써 어디서나 나의 별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철학적 의미의 은유다. 그러니까 북극성도 은하수도 별은 항상 그 자리에 있듯이 사랑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 모든 사물은 우리 사랑의 동반자로 곁에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런 기행은 새로운 세상의 발견이다. 온 세상을 답사하며 보는 대상은 길을 떠난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것은 모두 새로운 세상의 발견이고 또 그것이 언어의 옷을 입을 때 저마다 다른 언어미학을 연출한다. 언어에 의해서 대상이 더욱 아름다운 보석처럼 빛날 수 있다는 것은 구리나 쇳덩이를 금으로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에 언어의 연금술이라고 말하게 된다.
2. 사랑의 시선과 순수성

김자인의 <알프스의 하루>는 스위스 기행이다. 스위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라고도 알려져 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도 세계적으로 뽑히는 아름다운 야경이고 <센 강에 별빛은 흐르고>의 파리 에펠탑 야경도 그렇다. 이들은 그것 자체가 아름답기에 언어 표현으로 더 아름답게 만들기는 어렵다. 또 베네치아에서 반달 모양의 흔들리는 곤돌라를 타고 수상택시를 타고 운하로 된 골목 수로를 돌면서 다 함께 <오 솔레미오>를 합창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흥미 백배가 되는 소재이기에 수필가가 상상력으로 더 이야기를 전개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바라보는 대상이 이렇게 되면 수필가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예술은 아름다움의 창조인데 이미 그것이 완성품이면 수필가는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카메라처럼 복사만 해도 감동적인 영상이 된다.
그렇다면 그것은 창의성이 개입할 여지를 잃게 되고 그만큼 문학성이 보태지기 어렵고 그 기행 수필은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소재의 작품화가 힘든 숙제를 지닌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강도 높은 문학성을 지니려면 작자의 창의성과 함께 언어의 레토릭이 연금술사처럼 구사되어야 하고 사물을 보는 마음의 눈이 순수해야 한다. 김자인의 수필은 기법도 우수하지만, 사물을 보는 시선의 순수성이 매력이 된다. 모든 대상을 놀라운 눈으로 보고 반기며 기뻐하는 것이 시선의 순수성이다. 이는 때 묻지 않은 어린 소녀의 시선이라 해도 되고 그 문학을 탈속의 미라 해도 되겠다.

3. 순수의 서정

넓은 초원을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광활한 초원에 압도당하는 느낌,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자연에 흠뻑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걷는다. 인디언들이 나무와 바람, 햇살을 신성시하듯, 그곳의 모든 자연은 신이 내린 선물 같았다.
-<초원을 가르며> 중에서

작자는 몽골 초원을 바라보며 ‘신이 내린 선물 같다’라고 말한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압도당하는 느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상에 몰입하는 모습은 어린 소녀의 순수성이다. 워즈워스가 <내 마음 뛰노라>에서 자연을 보며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한 것은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며 기쁨과 놀라움으로 가슴이 뛰는 어린이의 감각을 말한다. 때묻지 않은 어린이가 아니면 그런 반응이 가능하지 않다는 찬미론이다. 작자가 몽골 초원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 어린 소녀처럼 아름다움에 감동하며 ‘신의 선물’이라고 한다. 선물이라 함은 감사의 표현이며 이런 감사의 정은 작자의 마음이 어린이처럼 맑고 깨끗하기에 가능하다.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서 말하는 순수 의식도 이것이다. 어른들은 온갖 편견에 사로잡히고 때가 묻어서 사물을 제대로 못 본다는 것. 생텍쥐페리가 야간 비행을 하다가 사라져 버릴 것을 예언이나 하듯이 그런 조종사를 만난 어린 왕자에게 그가 그려준 그림은 네모 상자였다. 양을 그려 달라는데 그렇게 그렸다. 그리고 상자 속에 양이 있는데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어른들의 시선이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처럼 순수해야만 상자 속에 있는 양 그림을 볼 수 있듯이 김자인은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초원을 가르며>에서 작자가 보는 아름다움이 그런 순수 의식을 나타낸다. 어린이처럼 맑고 순수한 눈으로 보니까 몽골의 푸른 초원이 신의 선물이 되고 감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 묻지 않은 맑은 시선으로 봄으로써 더욱 아름다워지는 풍경은 작자가 상원사 월정사 같은 곳을 찾아간 <오월 숲>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산사의 고요함을 느끼며 일주문을 나오니 길게 뻗은 전나무 풍광이 시원하다. 텅텅 빈 아침 숲길을 호젓하게 걷는 두 사람은 부부인 듯 사색에 잠긴 듯하다. 쭉쭉 뻗은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길의 한적함이 평화롭다. 멀리서 보니 한 장의 그림으로 머무는 듯 스쳐 지나가는 오월 속 풍경화다. 푸른 윤기로 계절의 생기를 만끽한 조화로움에 저절로 동화된다. 차분해지는 시간, 자연 앞에 여유를 배운다. 일상에 지친 마음을 살포시 내려놓고, 늘 종종거리며 사는 내 모습을 돌아보니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빠져나온 느낌이랄까, 힐링이 된다.
-<오월 숲> 중에서

이 글은 오랜 역사가 숨 쉬고 있는 사찰 경내에 들어가서 숲길을 걷는 장면이다. 에밀레종보다 먼저 725년에 만들어졌다는 한국 최고(最古)의 종소리가 상원사에서 들려오고,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에서 맑은 향기가 코로 스며드는 듯한 환각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이런 현상은 수필 문장이 거의 서정적 감각만으로 숲과 고찰을 그리면서 특수한 아우라를 형성하며 독자를 그 속에 귀신처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텅 비어있는 공간 개념, 호젓함, 한적함, 평화로움, 조화로움, 차분함, 터널 속을 빠져나온 느낌, 힐링, 감각 등이 모두 서정적 감각의 표현이다. 지적 논리적 사고보다는 가슴으로 느끼는 정서를 읊는 특성이 짙다. 섬세한 서정적 감각은 타고나야 하고 길러져야 하고 정갈한 보자기에 싸서 보존해야 유지된다. 즉 세속에 때 묻지 말아야 살아나는 감각기능이다. 이 작품에서 작자는 물론 눈으로 들어오는 대상들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런 외형적 사물보다 그것이 전하는 분위기가 핵심이기에 읽기보다는 눈 감고 느끼는 수필이라 해야 옳다. 이것은 소설의 맛과 차이점을 비교해도 좋다.
소설은 사람이 등장해서 사건이 전개되니까 표현이 미숙해도 이야기는 성립되지만 곰과 늑대와 호랑이가 나오지 않는 숲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어렵기에 이런 소재에서는 수필가가 자칫 소설작법을 탐내며 탈선하기 쉽다. 미안하지만 피천득의 수필에서 그것이 나타난다. 피천득의 수필은 대체로 우수하지만, 작자와 연애한 사실이 없는 아사코를 주인공으로 해서 연애소설로 만들고 이를 수필이라 해놓은 수필 아닌 수필이 <인연>이다. 그와 가장 가깝던 수필가 윤오영이 그의 수필은 너무 작위적이라 말한 것도 그것이다. 피천득이 가장 아낀 제자 석경징 교수가 몇 차례 수정을 요구하고 공개 증언한 바도 그렇다. 수필은 인물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사건 전개가 드물기에 이런 일도 벌어진다.
이런 예와 비교해 보면 아무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 소재로 정물의 수채화를 만들며 뛰어난 문학성을 보여준 것이 <오월 숲>이다. 이 수채화 속에는 남녀 부부가 등장하지만, 이들은 말도 없이 걷기만 한다. 원래 그림은 순간 포착일 뿐 시간적 사건 진행이 아니듯이 이 작품은 정물화이며 수채화다. 싱그러운 서정적 감각만으로 숲속 샘물을 듬뿍 발라가며 번져나간 화법의 그림이다. 작자 자신의 서정적 감각이 그렇게 발달해서 가능할 것이다.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말도 안 하고 껴안지도 않는 정적인 순간인데 여기에 에로티시즘을 가해서 동작이 벌어지면 수필은 망가진다.
그저 걷는 장면뿐이지만 작자는 숲길에 이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생각하는 인생, 사랑하며 늙어가는 두 남녀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자가 문장과 문장의 행간으로 이를 전해준다. 몇 마디 간결한 언어로 문장을 만들고 소설처럼 또는 그 이상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언어의 연금술이라는 표현도 가능해진다.

4. 한국적 언어의 리듬

운율은 시만의 독점적 기법이 아니다. 산문도 운율이 있어야 된다. 김자인의 문장은 운율의 쾌감이 있다. 시조 가락처럼 꼭 3.4조나 4.5조는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어휘 구사로 문장은 경쾌한 리듬을 탄다. ‘산사의 고요함을 느끼며 일주문을 나오니 길게 뻗은 전나무 풍광이 시원하다.’(<5월의 숲>)
이 문장은 3.4 3.4 3.4 3.3.4 의 리듬이다. 한국어의 전통적인 리듬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하략)
이 시조는 1장이 3.4 4.4.이고 중장이 3.4 4.4이고 종장은 3.6 4,3의 리듬이다.
김자인의 위 인용문과 거의 같은 율조다. 작자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그만큼 우리말의 리듬이 그의 산문 속에 살아 있으면서 음악이 된다. 언어는 자연스러운 리듬을 타야 친근성과 호소력이 증대되고 예술성이 높아진다.

5.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것은 폴 고갱이 타이티섬에서 돌아와 완성한 대작의 이름이다. ‘우리’라고 했지만 ‘나’로 바꿔도 좋다. 김자인의 기행 수필은 이런 철학적 명제가 상기된다. 기행은 고향을 떠나서 다른 지역의 풍경이나 문화를 보는 것이지만 거꾸로 자기 자신의 내면을 깊이 찾아 들어가는 여행이 되기도 한다. 칭기즈칸의 기마군이 말을 달리던 초원에 가서 별을 보며 윤동주의 시를 상기하거나 파리의 센강 유람선을 타고 미라보 다리 밑을 지나면서 어느 시인과 화가의 사랑을 생각하고, 다뉴브강의 유람선을 타고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것 등이 모두 그런 철학적 사고의 모티프가 된다. 고갱이 그런 제목의 대작을 완성하게 된 동기는 그가 아주 멀리 남태평양의 외로운 섬에 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 나그네가 되어 떠나버렸기 때문에 고향이 그립고 지난날이 그리워 과거를 회상하는 작업이 ‘우리는 어디서 왔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모두 타이티의 원주민이지만 그들과 함께 고갱은 ‘우리들의 인생’을 생각한 것이다. 김자인은 나그네가 되어 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위에 있게 되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들으며 무용반에 뽑혀서 춤을 추던 초등학교 4학년생으로 돌아간다.

무용 선생님이 각 반을 돌며 무용할 어린이를 뽑으러 다녔다. 몸동작을 시키는데 양팔을 나비 날개처럼 벌리고, 허리를 기역자로 구부리고, 다리 하나는 세우고, 한쪽은 뒤로 들어 올리라는 주문을 했다. 다리가 꼿꼿한지 판가름하여 자세가 곧은 친구를 뽑는 거였다. 뽑힌 아이들은 나비처럼 춤추며 하나씩 앞으로 나갔다. 지금 생각하니 발레를 하는 거였다. 그 동작을 하느라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잊히지 않는다. 지금도 푸른 도나우강이 나오면 나이도 잊은 채 몸이 먼저 반응한다.
-<부다페스트의 야경> 중에서

고갱처럼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제목을 달고 김자인 화가가 그림을 그리면 이렇게 춤추는 어린 소녀를 그릴 것이다. 그때가 10대 소녀니까 더 멀리 과거로 찾아가면 작자는 어머니의 품 안에 안기고 자궁까지 가 있어야 한다. <센 강에 별빛은 흐르고>에서도 그렇다. 작자는 이 수필에 사랑과 이별의 시를 담았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이어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리네르가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화가이며 시인이던 마리 롤랑생과 사랑하다 이별한 후의 작품이라고 한다. 실연의 슬픔으로 샤갈과 함께 밤새 술 마시다가 미라보 다리에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구상한 시라고 한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사랑도 흘러가 버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으며 그들도 모두 다 가 버렸으니, 김자인도 비록 지금은 왕성한 작가지만 이 시를 상기하며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슬픈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었을 것 같다. <별은 그 자리에 있다>에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생각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쓸쓸함, 그리고 어머니!’ 하며 음악과 함께 <별 헤는 밤>을 낭송하던 어느 낭송가의 목소리도 차분하게 맴돈다. 내 삶 언저리마다 생각나는 아버지 어머니도 저 별 어딘가에 계실 것만 같다. 유난히 반짝이는 별하나에 눈맞춤하고 나니 부모님 얼굴이 오버랩된다. 어머니는 발목 잡는 일이 많은데 어찌 먼 곳까지 왔느냐고, 내 등을 토닥이는 것만 같다. 보고 싶은 어머니, 순간 울컥한다. 어머니라는 이름만 되뇌어도 마음이 먼저 요동친다.
-<별은 그 자리에 있다> 중에서

이 시는 윤동주가 1941년 11월 5일에 쓴 작별 시다.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작별이며 다음 달에 태평양 전쟁이 터지고 본격적으로 이 세상은 죽음의 도살장이 되었다. 이미 <십자가>에서 순교를 선언한 다음의 작품이며 그는 이 세상의 사랑하는 모든 생명에게 작별을 고하는데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부르고 또 부르며 쓰던 원고지에는 피눈물이 배여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민족의 아픔을 전하는 시이지만 미라보 다리 아래로 흘러간 강물과 사랑하던 두 사람처럼 모두 사라져 가야 하는 운명론이 된다.
물론 작자는 이런 서글픈 인생론을 전체적 주제로 삼은 것은 아니다. <화려함의 극치(베르사이유 궁전 거울의 방)>은 이름 그대로 화려한 관광 기행이다. <예술의 묘미(몽마르트르 언덕에서)>도 그렇고 아름다움의 극치로서 감탄을 금할 수 없는 다른 많은 작품들도 즐겁고 행복한 긍정적인 삶의 의미가 전반에 깔려 있다. 그러면서도 비록 관광여행자라 해도 작자는 때때로 작품 저변에서 고향을 떠난 나그네로서의 애수의 정을 전하며 나는 누구인가 하며 자기 자신과 만난다. 그 애수는 향수이며 향수는 모든 생명체의 태생적 불치병이다. 여기에 사랑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게 된다.

6. 나그네의 수필 미학

사람은 누구나 한정된 시간을 살다 가니 죽음을 향한 시간여행의 나그네다. 그 여행이 옛날과 달리 많이 편해졌을 뿐이며 모두 나그네다. 예전의 나그네는 괴나리봇짐에 볏짚으로 삼은 짚신짝을 몇 켤레 매달고 온종일 걷다가 해가 저물면 남의 집 대문을 두드리거나 주막집을 찾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볏짚보다 든든한 삼이나 노 따위로 만든 신을 망혜라 했다. 김자인이 그렇게 멀리 떠나려 했다면 볏짚보다는 삼으로 만든 육날 미투리가 더 좋았겠지만, 예전에는 시집이나 가는 것 아닌 이상 그렇게 멀리 갈 일도 없고 한번 가면 태어난 고향과는 영원한 이별이 되기 쉬웠다.
그런데 김자인은 비행기 타고 온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며칠 후 귀국편도 예약되어 있었겠지만 멀리 떠나 있기에 애잔한 향수의 정이 살아난다. 이것이 태생적인 불치병이라 함은 새도 나비도 여우도 마찬가지다. 여우도 죽을 때는 머리를 언덕에 둔다는 말(狐死首丘)이 있다. 여우가 죽을 때는 어미가 길러 주던 굴이 그리워 머리를 그쪽으로 두고 죽듯이 짐승이나 사람이나 한번 고향을 떠나면 향수의 병이 든다. 기행 작가는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멀리 떠날수록 향수에 젖기 쉽다. 이것은 귀향 의식이며 과거 회귀다.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것이 감동을 증대시키며 아름다운 문학의 미의식으로 작동한다. 이것은 회전하는 물체의 원심력과 구심력 비슷하다. 나그네가 되어서 멀리 떠날수록 고향으로 되돌아가고픈 욕망은 더해진다. 그렇게 되돌아가고픈 마지막 원점은 어머니의 자궁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작자가 어린 소녀일 때 도나우강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던 시절을 그리는 것은 어머니 품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다. 윤동주가 죽음을 앞두고 별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반복해서 부르는 것도 어머니의 품속으로 돌아가고픈 절실한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향수병을 누구나 불치병처럼 앓더라도 스스로 위로하고 달래가며 삶의 가치를 찾는 방법은 오직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뿐이다.
작자는 스위스의 융프라우와 루체른 등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감탄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살다 보면 용서 못할 일 하나도 없다던’ 글귀가 생각난다. 이 장엄한 아우라에 자신을 내려놓고, 모두를 좋아할 것만 같다. 그냥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전망대 스카이워크 난간 그 아래는 수만 리 낭떠러지, 나는 앙당그리다가 중간쯤에서 사진만 찍고 얼른 되돌아 나왔다.
-<알프스의 하루> 중에서

아름다움에 감동하면 이처럼 ‘용서 못할 일 하나도 없다.’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은 풍광의 아름다움이지만 진선미 세 가지가 다 어우러져서 가슴속 깊은 곳을 울리는 아름다움은 미움도 사랑으로 바꾸고 ‘용서 못할 일이 없다’가 된다. 작자는 여행하는 나그네가 되어 그가 만나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이 기행 수필의 핵심적인 주제는 하늘이 준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고 또 사랑을 만들어 간다. 콜럼버스는 처음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가며 살육과 약탈을 감행한 여행가였다. 그가 수필을 썼다면 최악의 기행 문학이 되었을 것이다.
≪동방견문록≫의 마르코 폴로는 파란만장의 고생도 많았던 동방의 많은 지식을 세상에 전해준 기행문이다. 박지원의 ≪연암 일기≫는 한반도에 갇혀 살던 우리에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눈을 뜨게 하며 근대화로 가는 길을 닦아 준 기행 문학이다. 김자인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의 눈으로 보고 감사하며 아름다운 언어로 한국 수필 문학의 매력적인 경지를 펼쳐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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