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설령 바다가 무섭게 굴거나 재앙을 끼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은 바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생각했다. ‘달이 여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바다에도 영향을 미치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그러나 한국의 '캡틴 Q'에게 바다는 단순한 자연의 섭리가 아니었다. 때로는 야만의 현장이었고, 때로는 시대의 욕망이 투영된 거대한 자본의 무대였다.
하동현의 장편소설 『야만의 바다』는 한국 원양어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선장 ‘이광조’의 실화에 가까운 삶과, 그 배에 승선했던 젊은 항해사 ‘황승현’의 시선을 통해 격동의 한국 해양사를 웅혼하게 그려낸 본격 해양서사이다.
조지프 콘래드가 범선 시대의 종말과 함께 해양문학의 쇠퇴를 논했을지라도, 한국은 20세기 중반, 원양어선이라는 미디어를 타고 대양으로 나아가며 독특한 해양문학의 발흥을 맞이했다. 월남전 파병, 파독 광부·간호사들과 함께 조국 재건의 첨병 역할을 했던 원양어업. 한때 국가 전체 수출액의 5%를 감당했던 이 역동적인 산업의 명암(明暗)이 이 소설의 거친 파도 속에 담겨 있다.
달이 바다에 영향을 미치듯, 시대는 '캡틴 Q'의 항해에 영향을 미쳤다.
‘고기잡이의 신(神)’이라 불리며 20년간 전성기를 누렸던 이광조 선장. 그는 뭍에서의 좌절 후 다시 바다로 돌아가지만, 달라진 조업 환경과 쇠퇴하는 어장, 발효를 기다리는 해양법협약 등 1980년대 말의 사회적 상황은 그의 옛 영광을 허락하지 않는다. 과거의 성취와 영광의 기억을 따라서 오직 자신의 욕망만을 투사하던 그는 결국 한 선원의 죽음을 기화로 만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회심(悔心)하며 귀환한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좌절이 아닌, 시대의 조류에 맞서 고독하게 싸운 한국 원양어업 역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소설은 이광조 선장을 중심으로 하되, 젊은 초점화자 황승현 항해사를 통해 항해와 조업 과정의 박진감 넘치는 현장뿐 아니라, 여기에 개입하는 기업의 자본 논리와 초국가적인 네트워크 장치들까지 생생하게 포착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한다. 작가 자신의 항해사 경험에 충실한 서사는 멜로 드라마적 요소를 삽화로 축소시키고, 사실 전달과 시대적 성찰이라는 우리 해양소설의 계몽주의적 요구를 충실히 대변한다.
바다는 인류 개발의 보고이자 마지막 남은 미래다.
수많은 젊은이가 수중고혼(水中孤魂)으로 산화한 아픈 희생의 역사를 뒤로하고, 오늘날 원양어업의 가치가 폄훼되는 현실에 던지는 이 소설의 질문은 묵직하다. 생과 사, 욕망과 좌절, 고통과 환희가 중첩되는 '야만의 바다'에서, 작가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관용과 사랑"이라고 웅변하며 인간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던진다.
『야만의 바다』는 본격 한국 해양소설사의 전통을 잇는 중요한 성취이며, 대양의 감각이 우리의 풍요로운 미래임을 웅혼하게 그려내는 새로운 서사의 시작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글로벌적 기개와 야망을 회복하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바다에서의 핍진한 체험을 공유하며 해양 강국 국민의 정서를 고양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바다의 의미는 바다 자체가 규정한다. 낮은 곳에 임하여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에서 유래된 말이라 믿고 있다."
― 작가의 말처럼, 이 야만의 바다에서 인간은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가?
그 웅장한 대답이 지금 독자 앞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