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매일 먹는 음식을 소재로 심오한 철학을 논하다니!
철학은 철학자들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매일 하는 행위 ‘식사’에서 철학하기를 시작하는 독특한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먹는 것도 철학이 되나요?』라는 10대를 위한 청소년 철학, 인문교양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는 매일 ‘음식 생각’을 한다며 바로 그 ‘생각’이 철학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합니다.
학교 급식을 먹는 청소년들은 거의 대부분 “오늘 급식 메뉴는 무엇이 나올까?”를 생각합니다. “어떤 친구와 밥을 먹을까?” “빨리 먹을까?” “천천히 먹을까?”를 생각합니다. 가족들과 집 밖에서 외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음식 생각’을 합니다. “어떤 음식을 먹을까? 한식, 중식, 일식?” 집에서 식사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오늘 저녁 메뉴로는 무엇을 만들까?”를 생각하겠지요.
『먹는 것도 철학이 되나요?』는 누구나 다 하는 ‘음식 생각’에서 깊은 사고의 장으로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인 책입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따분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풍부한 음식 그림과 음식 이야기로 군침이 돌고 탐구욕도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우리 각자의 식생활을 탐구하는 장입니다. “같은 음식인데 왜 어릴 때는 극도로 혐오하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맛있게 먹는 걸까?” “건강 검진 때 시각검사, 청각검사는 하는데 왜 미각검사는 안 하는 걸까?” 같은 평범한 질문들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 나갑니다. “무엇이 좋은 음식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음식의 이데아를 탐구하고 자연스럽게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을 배우게 됩니다.
한국인은 밥심, 소울푸드, 공동식사, 단식 투쟁 등
문화가 된 음식에서 찾는 형이상학과 상징성
2부는 음식과 문화 공동체를 탐구하는 내용입니다. 그중 첫 번째로 아침마다 밥 먹고 학교 가라는 할머니 때문에 고민인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왜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걸까?” “서양인은 체질상 빵 먹어도 되고 한국인은 밥이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을 통해 한국인의 식사 문화와 공동체성을 탐구해 봅니다. “우리 밥 한번 먹자.” 같은 한국인만의 특이한 식사 인사, 식사 문화가 주는 보이지 않는 힘을 확인하며 자연스럽게 음식의 형이상학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왜 매운 떡볶이가 소울푸드라는 거지?”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들은 한국말도 못하는 2세, 3세까지 왜 기를 쓰고 김치를 담가 먹고 명절 음식을 해 먹으려고 하는 걸까?” 등등의 질문을 통해 소울푸드의 철학을 탐구해 봅니다. 단식 투쟁, 금식 등 ‘먹지 않음’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통찰해 보는 7장도 흥미롭습니다. 음식은 단순히 먹거리를 넘어 상징이 되고 문화가 되었다는 작가의 통찰이 매우 적절해 보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 우리 식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예술 차원으로 발전할 음식의 미래를 상상해 보다
3부는 음식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장입니다. 첫 번째로 우리가 좋아하는 햄버거의 고기 패티를 공급하기 위해 심각한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지구의 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는 어느 방송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시작합니다. 저자는 “내가 선택하는 음식은 어떤 지구 환경과 연결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토론을 통해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고자 마음먹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책은 소크라테스의 ‘지행합일’과 ‘주지주의’로 자연스럽게 안내해 줍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실천을 동반한 ‘앎’이 진짜 앎이고, “알면서도 실천이 잘 안 된다.”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철학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윤리 교육에도 유익한 대목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음식 대체 나노봇이 나오는 미래의 식생활을 생각해 보고 토론하는 10장도 흥미롭습니다. “알약 하나로 75년의 식사가 해결된다면?” 좋은 점은 무엇이고, 나쁜 점은 무엇일지 저자와 독자가 함께 답을 찾아 나갑니다. 이어 “왜 인류는 알약 한 알로 하루를 또는 평생을 살고 싶어 할까요?”라며 이런 소망이 지향하는 인간의 가치를 탐구해 봅니다. 자연스럽게 효율성 개념에 이르고, 효율성이 가져다줄 명암을 탐구해 봅니다. “공부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약이 개발된다면?”이라는 질문을 통해 효율성이 초래할 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3부의 나머지는 음식의 예술성을 탐구하는 11장, 음식치료를 탐구하는 12장으로 이어집니다. “왜 요리는 예술이 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요리가 종합예술의 장이 될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음식 놀이, 푸드테라피로 발전한 음식치료에 대한 토론도 매우 유익합니다.
1, 2, 3부 마지막에 나오는 철학자의 식탁 코너도 책의 빠질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각각 에피쿠로스, 임마누엘 칸트, 장폴 사르트르의 독특하고도 재밌는 식습관이 등장합니다. 그들의 철학 사상과 식습관의 연결고리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질문 외에도 자기 식생활만의 독특한 특징들을 가지고 친구들과 토론해 볼 수 있도록 활용도가 높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각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상상력 넘치는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고, 덕분에 글도 더욱 잘 이해가 됩니다. 한국철학교육학회 추천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