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학교에 대한 희미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분들에게 권한다.
학교의 탄생은 가능하고 이미 어딘가에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단단히 설득당했다.” _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낡은 대화만 가득한 학교에서
나는 고장난 라디오가 되기를 택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교과서에만 있지 않다. 왜 친구를 ‘지방 덩어리’라고 놀리면 안 되는지, 남학생이 분홍색을 좋아해도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동성애자’라는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 왜 잘못인지 배워야 한다. 교사는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표현에서 혐오의 씨앗을 짚고 그것을 볼 수 있게 길을 터주어야 한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그것이 “교과서 속의 지식과 조금 다른 종류의 배움”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그러나 학교는 가장 깨어 있어야 할 공간임에도 느리고 보수적이어서, 최고샘의 노력에는 따가운 시선이 따라붙기도 한다. 어느 날엔 학교 밖의 사람들이 몰려와 ‘페미니스트 교사’를 학교에서 내쫓으라고 소리쳤다. 그 목소리가 무섭게 불어나 도무지 수업을 계속할 수 없었을 때 최고샘은 잠시 휴직을 하고 학교를 떠났다. 다시 돌아온 지금, 그는 여전히 낡은 관습에 머무르려는 교사들 사이에서 계속 손을 든다. 돌아오는 것이 무감한 눈길과 지친 한숨뿐이라 해도, 수년째 같은 말만 반복하는 고장난 라디오처럼 그는 손을 들고 말하기를 택한다. 지난 트라우마에 본능적으로 몸이 긴장하면서도 뒤로 물러나지 않는 최고샘의 단단한 모습에 누군가는 용기를 얻고, 자신의 일터에서 또 하나의 고장난 라디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선생님이 학생을 사랑하고, 도전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찾아낸 하나의 길
학교는 쉬운 일터가 아니다. 집중 유지 시간이 고작 15초인 저학년 교실, 엄청난 소음과 소동이 벌어지는 그 안에서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긴다. 힘든 수업을 마친 교사의 얼굴을 보면 “활력과 생기가 쪽쪽 빨려나간”, 그야말로 “죽음의 색과 톤”이다.
오늘의 수업이 무사히 흘러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에, 교사들 사이에서는 동료 참관 수업이 열려도 서로의 수업을 보지 않는 게 예의이자 불문율이 되었다. 저연차 시절 최고샘은 정년을 앞둔 선배 교사의 수업을 맑은 눈으로 참관하다가 단단히 욕을 먹은 적이 있다. 그래서 최고샘이 흔쾌히 열어준 교실 문이 반갑게 느껴진다. 빼꼼 열린 그 문으로 들여다본 교실에는 분투와 씨름이 있지만, 기쁨과 반짝이는 장면도 분명 있다. 눈을 감고 각자의 바다로 상상 여행을 떠나보는 6학년 과학 시간, 똑같은 동작을 한 몸처럼 하며 마음을 맞춰보는 2학년 즐거운생활 시간, 왁자지껄 소란스럽던 아이들이 조용히 집중하는 사이버폭력 예방 수업, 그러다 아이들 머리 위로 깨달음의 느낌표가 ‘띵’ 떠오르는 순간들. 최고샘은 때로 조금만 덜 열심히 하자고, 체력을 아끼며 일하자고 다짐하지만 아이들이 다가오면 어느새 “스팀 팍팍 나오는 다리미처럼” 마음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만다. 그런 최고샘의 교실에서 아이들은 울고 웃으며 자라난다.
하지만 그 난장 속에서도 꼭 웃음이 나는 일이 생긴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음을 참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작은 가르침이 큰 결과로 돌아오는 때가 있고 “난 내 직업이 정말 좋아” 하고 꿍얼거리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런 걸 건져 올려 글로 쓰는 것이다. 난장판 속에도 기쁨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다. 어떤 기쁨이었는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기억하려는 것이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사랑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공간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고 매일 말할 수 있다면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저는 화요일이 제일 좋은 요일이에요. 선생님을 만나서요.”
최고샘은 학교에 언제까지 있을지, 교사 일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무거운 몸을 일으켜 교실로 향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꼭 하얀 모니터 앞에 앉았다. 하루치의 빛나는 순간들이 없었던 일처럼 날아가버리는 것이 아쉬워서다.
이제는 얼마간의 노련함을 갖춘 최고샘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교직은 유지하면서 교사의 마음을 잃는 일이다.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잠깐은 미워도 결국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 마음. 최고샘은 그 마음 하나로 오늘도 교실에 선다. 사랑이라는 전문성을 손에 꼭 붙들고 하루하루 나아간다.
그러나 이 책은 교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책이 아니다. 교실과 교사를 안전하게 지킬 최소한의 시스템조차 부재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드러내고, 지친 교사들에게 조용히 손을 내민다. 책의 제목인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는 최고샘이 가르쳤던 아이의 일기에 적힌 문장에서 왔다. 이 문장이 최고샘의 마음에 콕 박혀 하나의 글이 되고, 더 나아가 마냥 희망차지만은 않은 이 책의 제목이 된 것은 학교가 기본적으로 마음에 들기 어려운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수업이 정말 재밌었다고,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어 교사들은 마지막 힘을 낸다. 교사에게도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고 읊조리는 순간이 더 많이 모이기를, 그 순간들의 힘이 밀어 올리는 동력으로 계속해서 교실에 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부디 나의 글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찾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교육의 희망은 시스템의 개선에 있다. ‘좋은 교사’는 열악한 시스템에서도 눈앞의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크게 보고 절망보다는 희망을 선택하려고 하루하루 애쓰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러니 교사를 칭찬하기보다 교사와 연대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학교에 연루되기를 부탁드린다. 나의 기록이 ‘훌륭한 교사’가 학생을 변화시키고 희망찬 교육을 일궈낸다는 이야기로 읽히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