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하이터치 하이테크 시대,
스웨덴 사례를 통해 우리 교육의 본질을 되묻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교육은 지금, 전례 없는 변화의 파고 앞에 서 있습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초연결 네트워크로 상징되는 시대적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우리가 교육을 통 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배움을 이루어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구조, 방식, 내용뿐 아니라 교육의 목 적과 철학까지 재설계를 요청받고 있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기술’ 그 자체만으로 미래 교육을 논할 수 없습니다. 이제 진정으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기술은 어떻게 사람을 도울 수 있는가?”, “기술은 어떻 게 배움의 관계를 지지하고, 교육 공동체를 더 깊이 연결할 수 있는가?” ‘하이테크’는 분명 현대 교육의 필수 조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 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은 언제나 ‘하이터치’, 즉 인간 중심의 관계, 신뢰, 존중, 공동체성이라는 교육의 본질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대와 환경이 달라져도 결코 대체될 수 없는 가치이며, 앞으로도 교육이 지향해야 할 핵심 좌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스웨덴의 교육혁신 사례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스웨덴은 오랜 시간 에 걸쳐 다양한 제도적 실험과 교육 현장의 실천을 통해, 교사의 전문성 과 학습자의 자율성을 동시에 존중하는 교육 문화를 구축해 왔습니다. 특히 ‘관계 중심의 교수법(Relational Pedagogy)’을 핵심에 둔 접근 방식은,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더욱 중요해 진다는 명제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론이나 정책 차원의 해석 이 아닌, 스웨덴 학교 현장의 교장과 교사들이 직접 집필한 교육 혁신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배가 됩니다. 이 책은 탁상공론이 아닌 실 천의 기록입니다. 기술 중심의 표준화된 담론을 넘어, 교사와 학생이 ‘실 제 교실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중심으로 한 수업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어떤 도전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교육 혁신을 이루고 있는지’를 생생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좋은 사례를 소개하는 차원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대 한 질문을 ‘현장의 목소리’로부터 다시 묻게 합니다. 특히, 교육 변화를 주도하는 ‘교장’과 그 비전을 구현해내는 ‘교사’가 각자의 역할에서 어떤 실천적 전략과 관계성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병렬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교육 정책, 학교 운영, 수업 혁신을 모두 아우르는 드문 통합적 관점을 제공합니다. 이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우리 교육이 참고할 수 있는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저자 중 한 분인 필립 롱샴(Philippe Longchamps) 선생님과는 학술 교 류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의 실천과 철학에서 받은 깊은 감동은 제 교육 철학의 방향성을 더욱 확고히 다지게 했습니다. 그는 단지 교과 내용을 잘 전달하는 교사를 넘어, 학생과의 상호작용에서 배움의 본질을 발견하고, 그 관계성을 교육적으로 설계해낼 줄 아는 교육자였습니다. 그러던 중, 4D프레임의 창립자이자 창의융합교육의 실천을 이끌어온 박 호걸 대표님께서 이 책의 한국어 번역을 제안해 주셨고, 저는 이 작업이 단순한 번역을 넘어 한국 교육의 미래를 위한 실천적 담론을 여는 계기 가 되기를 바라며 기꺼이 참여하였습니다.
오늘날 교육은 단지 도구의 혁신을 넘어, 교육의 존재 이유와 실천 방법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시점에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맞 춤형 수업, 데이터 기반의 진단과 평가, 플랫폼 중심의 지능형 교육 환경 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그 영향력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 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진정한 배움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합니 다. 교사의 목소리, 학생의 표정, 공동의 탐색과 성찰, 함께 성장하는 경 험, 이 모든 관계적 요소가 학습의 동력이자 지속가능성의 근거입니다. 기술은 그러한 관계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장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다룬 결과물 입니다. 학생과 교사, 학생 간, 그리고 교사 간의 신뢰와 공감, 협력과 존 중의 관계가 단지 ‘감정적인 분위기 조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학습 의 질적 향상과 지속가능성에 직결되는 핵심 요소임을 수많은 실제 사 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관계 중심의 교수법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그 관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는 곧 교육의 미래를 좌우할 것입니다.
저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으로서, 지능형 학습 플랫폼, 데이터 기반 교육 정책 등 다양한 ‘하이테크’ 기반의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교사와 학생의 몰입’, ‘신뢰 기반의 교 사 협력체계’ 그리고 ‘배움의 관계성을 설계하는 디지털 환경 조성’이 놓 여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Tech)’ 전략은 기술과 관계를 병렬적으로 나열한 구호가 아 닙니다. 그것은 기술이 어떻게 교사의 하이터치를 정교하게 보완하고, 새로운 교육적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천하 는 교육철학이자 정책적 방향입니다.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기며 저는 한 가지 간절한 바람을 품게 되었습니 다. 기술이 더 똑똑해질수록 교육은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이 단순하 지만 중요한 진실이 이 책을 통해 더 널리 공유되기를 바랍니다. 교사, 예비교사, 교육 행정가, 정책 결정자,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이 책이 ‘관 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배움은 관계에서 시작되고, 관 계 안에서 완성됩니다. 『스웨덴의 혁신교육 이야기』는 이 근본적인 진실 을 새로운 언어와 구체적인 실천 사례로 다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하 이터치와 하이테크가 조화를 이루는 교육의 미래를 꿈꾸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이 하나의 이정표이자 실천의 영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을 흔쾌히 동의해 주시고, 편집의 작업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박영스토리 대표님과 직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무 더운 대구의 더위 속에서 일과를 마치고 여가를 활용하여 즐겁게 책을 읽고 번역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항상 사랑으로 곁에 서 함께 해주는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5년 가을
행복한 번역자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