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기후위기와 AI 혁명 시대, 대한민국 에너지의 미래를 묻다”
최근 인류는 전례 없는 기상이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올여름 남유럽은 섭씨 40도를 넘는 극한 폭염으로, 중국과 미국은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때 이른 폭염에 시달렸습니다. 일부 논란이 있으나, 기상이변의 주요 원인이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에 따른 기후변화라는 데 절대다수의 과학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더 이상 이견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인류는 ‘AI(인공지능) 혁명’이라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AI는 산업, 경제,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핵심 의제로 부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혁신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사용하는 전력은 수십만 가구의 소비량에 맞먹으며,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따라서 안정적 전력 공급은 AI 시대의 절대 조건입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그 중요성이 다시 확인된 ‘에너지 안보’ 문제까지 더해져,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대응’, ‘AI 혁명 선도’,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과제는 서로 얽혀 있어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과연 이 복합적 난제를 현명하게 돌파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까요?
저희 집필진은 오랜 연구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삼중고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해법은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청정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를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원자력은 24시간 중단 없이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재생에너지는 우리 에너지 시스템의 청정성을 강화하는 핵심 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이미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국들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동시에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며 ‘원자력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들 역시 자국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에 더없이 중요한 기회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치우쳐 원자력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에 주로 의존한다면, 전력 공급 불안정과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안정적인 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자동차 등 핵심 수출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결국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력은 오랫동안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로 불리며 산업 경쟁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불과 3년 사이 산업용 전기요금이 70%나 급등하면서 이러한 장점은 빠르게 희석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190.4원/kWh)은 미국(121.5원/kWh)과 중국(129.4원/kWh)을 크게 넘어섰습니다. 저렴한 인건비의 중국, 높은 노동생산성의 미국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산업이 ‘높은 전기요금’이라는 족쇄까지 차게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할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저희가 다시 펜을 든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절박함 때문입니다. 저희는 지난 2021년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정책 길라잡이』를 통해 탈원전 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을 제언한 바 있습니다. 이제 저희는 더욱 거세진 기후위기와 AI 혁명의 파고 앞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라는 해법을 다시 한번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 책이 정책 입안자들께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정책 수립의 나침반이 되고, 국민 여러분께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모두 우리의 소중한 자산임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강국’, ‘AI 시대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가는 동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디 저희의 간절한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고, 이 작은 노력이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여는 데 보탬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5년 10월
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