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고통 전문가’ 공지영 작가가 전해주는 ‘반드시 고통을 통해서만 성장한다’는 말의 의미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문제와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성장에 이를 것인가’의 문제다. 공지영 작가는 자신을 ‘고통 전문가’라고 지칭한다.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해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었다고도 했다. 고통을 당하고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둡지 않고 주눅 들지 않은 채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또 약간 충격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감추고 싶었던 내 불행들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커다란 아이러니”를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독자들은 공지영 작가와 만나면 끝도 없이 질문하고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나보다.
독자들의 반응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선생님 덕분에 인생이 달라졌어요”라는 말이라고 답했다. 공지영 작가의 글과 말에는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힘이 있다. 이는 문장력이나 말솜씨로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글과 말에 힘이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이 절절하게 겪어내고 살아낸 것들에서 뽑아 올려 한껏 힘을 실어 쓰기에 가능한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 문장들만이 누군가의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공지영 작가는 ‘고통’과 ‘성장’을 함께 이야기하는데 “대부분의 고통은 내가 작아서 협소하고 어려서 오는 거예요. 그런 고통이 요구하는 건 ‘이 고통을 기회로 너는 더 성장해야 한다’는 거고요. 고통이 오면 빨리 받아들이는 게 덜 고통스럽습니다. 저항해봤자 소용없고요. 순순히 받아들이고 거기서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통의 의미를 객관화할 수 있는 공부, 이 시대와 자신의 성性과 이런 것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 고통이 빛을 발하면서 우리를 더 성장하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고독과 자유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행복할 권리
공지영 작가는 ‘고통’을 말하는 만큼 ‘행복’을 이야기한다.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공지영 작가의 말을 따라 ‘고통을 의미 있게 겪어내고 성장하면 행복’을 느낄 테니까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공지영 작가는 ‘고통은 과거의 일’로, ‘행복은 현재의 일’로 말했다. 특히 지리산의 자연 속에서 보낸 7년의 시간 동안 치유받고 행복해졌다고 하니 이제부터는 ‘행복 전도사’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지리산으로 내려가 처음으로 혼자서 지내고 있다는 공지영 작가는 ‘고독’과 ‘혼자됨’과 그동안 자신을 얽매었던 ‘강박들’과 연연했던 관계들에서 벗어나 깨달은 ‘자유’에 대해서 “혼자 있으면 고독을 각오해야 하고 그 대신 자유를 얻는 건데요. 고독 없는 자유는 없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더 나아가 공지영 작가는 독립적인 삶과 자유 그리고 누군가가 정해준 ‘그래야만 한다’는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것을 ‘품격 있는 노후’와 연결해 설명해준다.
공지영 작가는 일상적이고 작은 것들에 감동하고 감사해하고 행복해한다. 갈치 구이 하나에도 바람 한 점에도 아침마다 솟아오르는 해에도 총총 뜨는 별에도 행복해하는, 행복해할 줄 아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이 어떠하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당신의 삶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공지영의 들어가는 말
나는 지금 아버지의 임종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쓴다. 이 세상에서 나를 처음 사랑했던 남자,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했던 남자,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했던 남자. 나는 아버지의 식어가는 손을 붙들고 말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내가 아빠 딸로 태어난 거야._5~6쪽
시작은, 사람 사이의 이야기 우리가 헤어지는 것은 성장했기 때문이다
‘거리두기’로 해결되지 않는 인간관계는 없습니다
후배들이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상담을 해오면 이렇게 말해요. ”모든 인간관계의 처방은 거리두기다.“ 거리를 둬서 해결되지 않는 인간관계는 별로 없습니다. (…) 떨어질 사람은 떨어져나가면서 정리가 되고요. 남은 사람과는 서로 예의를 차리는 좋은 관계로 재정립되는데요._18쪽
즐거운 나의 집, 가족도 실존적 남이에요
저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과 태도를 싫어해요. 가족이라도 ‘실존적으로 남’입니다. 부모님의 인생과 제 인생이 분리됐듯 저와 아이들의 인생도 어느 순간 분리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해왔어요._21~22쪽
잘 헤어지는 법은 못 참을 때까지 참지 않기
가족 범죄들의 사례를 보면 주로 아버지가 행패를 부리고 엄마가 참아요. 그러다가 결국 아들이 참지 못하고 아버지를 죽인다든지 해요. (…) 제 말은 ‘못 참을 때까지 참지 마라’라는 거예요. (…) 끝까지 가면 서로 선을 넘어버리기 때문에 재정비가 불가능합니다._41~42쪽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리고 그 후
강연 가면 “아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까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 그래서 제가 항상 “자기 밥을 스스로 생산해내지 못하면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거든요. (…) 저는 사회가 엄마들을 좀 더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야지, 아이들을 위해 경제활동을 그만둬야 하는 형태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_61~62쪽
나비가 되면 애벌레와는 친구일 수 없어요
높이 올라갈수록 외로워요. 성장할수록 외롭습니다. (…) 그 구절을 해석하면 ‘같이 있는 게 사랑이 아니라 서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게 사랑’이라는 거예요. (…) 그래서 꼭 말해주고 싶어요. “헤어진다고 상처받지 마세요. 당신이 성장하는 겁니다!”_73~75쪽
이어서, 나 자신과의 화해와 성장에 대한 이야기 저는 고통 전문가입니다, 고통에 대해 물어보세요
자신의 고통을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공부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정폭력 당하고 이혼했다고 손가락질 받았던 일들을 생각해보면요. 그 시대의 어떤 후진성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기 때문에, 말하자면 퍼스트 펭귄이 갖는 아픔들을 겪었다는 약간의 자부심도 제게는 있어요. (…) 내가 겪은 고통이 그런 역할을 한다면 내게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 거죠. 이런 식으로 시대를 생각하고 자리매김하는 공부가 항상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_83~84쪽
‘지금부터는 내 탓’이라는 큰 깨달음
어디선가 ‘자기 자신과 잘 지낸다면 외롭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의 문장을 읽고 너무 놀랐는데요. ‘당신이 외로운 이유는 옆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잘 지내지 못해서입니다’라는 거예요. (…) 근데 그냥 외로운 건 외로운 게 아니고 정신이 없는 거예요._96~97쪽
그다음, 문학과 소설 쓰는 이야기 다행히 글쓰기 말고 아무 재능이 없어요
나는 어떻게 쓰는가
좋은 소설 한 권을 열 번 읽는 게 좋아요. 질이 좋지 않은 소설을 백 권 읽으면 문장 실력이 오히려 떨어지거든요. (…) 지금 제 머릿속에 소설이 열 편쯤 들어 있는데요. 말하자면 뼈대가 들어 있는 거죠. 근데 사람이 뼈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피부도 필요하고 눈동자 색이라든지 머리카락의 결이나 풍성함, 또 피부색이나 근육, 이런 것들이 중요하듯 소설도 똑같아요._137~138쪽
뮤즈의 딜레마, 노력이면서 노력이 아니고 노력이 아니면서 노력
직관이나 문학적 상상력 혹은 영감, 즉 ‘뮤즈’들은 세세한 노력 속에서 오는 거예요. (…) 좋은 작품을 쓰려면 뮤즈가 와야 하기 때문에 그걸 기다리는데요. 근데 그 뮤즈는 매일매일 나중에는 버려질 글을 쓰고 있어야 옵니다._165쪽
마지막으로, 내일 그리고 우리들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합니다
품격 있는 삶과 노후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 있잖아요. 예를 들면 아들과 며느리가 어버이날 찾아와서 카네이션 달아주고 하는 행복 같은 거요. 누군가가 말하는 ‘그래야만 한다’는 증후군을 버린 거예요. (…) 근데 그 당위성을 깨버리는 순간 엄청난 자유와 공간이 열리더라고요._187쪽
불행을 치유하는 행복이 클 필요가 없다
저는 요즘 행복이라는 게 목적을 성취하는 데만 있지 않고 어떤 상태와 같은 것에도 넓게 분포돼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매일 하나씩 찾아내야죠. 찾아내는 것도 또 자긍심을 쌓는 데 영향을 주거든요._229쪽
행복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제가 저 자신을 ‘고통 전문가’라고 하는데요. ‘내가 왜 그렇게 고통스러웠나’를 생각해보면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고 너그럽게 대해주지 못했고 이해해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게 거의 다예요. (…) 그래서 행복해지는 마지막 관문은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용서’해주는 거였습니다._233~234쪽
공지영의 마지막 당부
제가 말한 대로 책을 읽고 공부하고 명상하고, 안 되더라도 계속 연습해서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룰을 지키며 자존감을 쌓고, 그렇게 노력하는 자신을 보며 자긍심을 느끼세요.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화해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꼭 그래야만 합니다._247쪽
지승호의 나가는 말
내가 본 공지영 작가는 말과 행동을 가능한 한 진실에 붙들어 매려 애썼다. 그 솔직함이 때로 오해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오류에는 분명히 사과하고, 스스로의 주장대로 살고자 노력한다. 말과 삶의 간극을 좁히려는 그 마음을 나는 곁에서 오래 보았다._251~2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