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씨앗은 어떻게 숲이 되는가’를 관통하는
40년 숲철학자의 재치와 통찰을 엿보다
저자 남효창은 우리나라에 ‘숲해설’이라는 장르를 처음 선보였다. 40년 세월 동안 숲을 연구하고 숲속을 거닐고 숲에 사는 존재들을 만나며 살아 온 저자이기에, 숲속 모든 존재가 그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발밑에 떨어져 굴러온 씨앗 한 알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 안에 이미 새겨진 약속을 보고, 숲이라는 가능성을 피워낼 존재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씨앗이 숲을 이루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는 그의 감각은 남다르다. 살지 못한 씨앗에게서 ‘보시’의 의미를 떠올리고, 씨앗이 각자의 자리를 찾는 과정을 ‘건축’에 비유한다. 씨앗이 퍼지는 산포 방식을 ‘생존전략 자랑대회(101~118쪽)’로 풀어낸 재치는, 지루한 생물 수업을 열띤 토론장으로 변신시킨다. 모든 생명을 품어 주는 숲의 순환 방식을 경제학에 빗대어 표현한 ‘숲의 재무제표(160~161쪽)’ 역시 그만의 통찰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었던 작은 씨앗이 어떻게 숲을 이루는지를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씨앗들과 산할아버지가 주고받는 편지에
숲속 모든 존재의 의미와 관계 맺음, 성장 과정을 담다
이 책의 본문은 할아버지의 시선으로 숲길에서 건져 올린 감각과 사유로 걸음을 뗀다. 그 후에 상수와 숲의 다양한 씨앗들이 일인칭으로 등장하며 산할아버지께 편지를 쓴다. 씨앗마다 처한 상황을 고백하거나 성장 스토리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어지는 산할아버지의 답장은 씨앗과 숲을 생물적 - 생태적 - 철학적 시각으로 분석한 자연·과학의 지식과 인문·철학적 해설을 쉽게 풀어낸다.
‘산할아버지’는 졸참나무(Quercus serrata)가 빌려준 목소리다. 수십·수백 해의 나이테와 뿌리 - 균사 네트워크의 기억을 대표하는 숲의 장로(長老). ‘상수’는 상수리 씨앗(Quercus acutissima)으로, 배움의 길을 시작한 제자다. 둘의 관계는 혈연이 아니라 숲에서 맺은 배움의 계보다. 때로는 곤충이나 새, 네발 동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모두가 숲이라는 가능성을 품은 씨앗이라는 존재다.
씨앗의 성장 과정을 서간문이라는 장르로 표현한 책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독창적인 가치가 있고, 널리 알릴 충분한 의미가 있다.
씨앗 한 알을 통해 깨달은 자기 고백의 메시지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피어나는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씨앗이 등장한다. 오소리와 멧돼지는 씨앗을 이동시키고 흙이 비옥해지도록 도와 건강한 숲을 이루게 하는 씨앗이다. 나방과 진딧물, 벌 또한 숲에 집을 짓고 살다가 그 집을 떠나 다른 존재들이 살아가게 하는 씨앗이다. 홀로 존재하기에는 연약한 씨앗이 타자의 몸과 습성, 이동과 생활 리듬을 빌려 숲을 살린다. 완벽한 씨앗은 없으나 함께할 때 숲이 완벽해지는 이유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작은 씨앗이 그 안에 담긴 영양분으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가듯, 우리도 각자가 지닌 잠재력을 키워 나가고 세상에 펼치며 성장한다. 알지 못하는 사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성장 과정 또한 비슷하다. 각자의 리듬으로 환상적인 교향곡을 연주하는 씨앗과 숲처럼 우리 삶도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는 긴 인생에서 ‘씨앗’에 해당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이 책이 생명과 자연을 바라보는 첫 창문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특히 부록(279~301쪽)에 실린 질문들은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 깊이 있게 확장하도록 돕는다. 숲속 씨앗들의 고백과 성찰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귀 기울여 들어 주며 공감과 위로와 지혜를 전하는 산할아버지. 이 책이 독자들의 인생길에 ‘산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 이 책은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숲교육전문가로 일하며 자연 친화적인 삶을 제안하는 사람들
- 인생의 ‘씨앗’ 시절을 지나는 자녀나 제자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와 교사
- 에세이를 즐겨 읽고 ‘꽃’ ‘풀’ ‘나무’ 나아가 ‘자연’을 사랑하는 남녀노소
-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
추천사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명예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숲의 나무와 풀은 잠시 작은 씨앗 속에 웅크렸다 끝내 또다시 거대한 숲을 만들어 낸다. 지구의 모든 생명은 DNA로 환원되었다가 다시 생명으로 피어난다. 졸참나무와 상수리나무를 중심으로 숲의 온갖 씨앗들이 일인칭으로 서로에게 쓴 편지를 몰래 훔쳐보는 이 순수한 짜릿함. 소로의 『월든』과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이래 이토록 정겹고 지적인 숲 이야기는 처음이다.
김영식 (광운대 특임교수, 그린캠프 창시자)
산할아버지와 씨앗들이 주고받은 편지는 나이나 경험을 내세우지 않는 대신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더불어 숲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 온 저자의 한길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숲을 바라보는 더 깊은 언어, 숲을 해석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배울 수 있었다. 숲을 사랑하는 이뿐 아니라, 인간과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반칠환 (시인)
이 책은 씨앗 한 알에서 비롯된 숲의 빅뱅을 다룬다. 어둠 속 묻혀 있던 씨앗이 휴면에서 깨어나 발아하고 성장하면서 숲의 다른 존재들과 맺는 관계의 인드라망이 팽창우주처럼 펼쳐진다. 우리나라에 처음 숲해설이라는 장르를 선보인 저자의 문장 속에는 시적 아포리즘이 별처럼 빛난다. 자연과학적 지식을 담고 있지만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철학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