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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야구 : 화가 난다는 건,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다 - 아무튼 시리즈 79
위고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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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있었다
바보 같은 스포츠
어떻게 구단주까지 사랑하겠어
내향인도 야구장에 간다
축구팬이 뭘 알아
반항하는 야구팬
야구 입문자의 국어사전
낭만에 대하여
아니, 우리 원팀 아니었어요?
야구를 뜨는 시간
다시 만난 히데오
여자는 어디에 있나
야구장이 있는 삶
승리요정은 없지만
집에서 집으로
저자 소개
저자 : 김영글
쓰고 만드는 사람. 몇 해 전 우연히 야구팬이 된 뒤, 저녁마다 일희일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독일문학과 프랑스문학, 미술을 공부했고 『사로잡힌 돌』, 『모나미 153 연대기』 등의 책을 썼다. 서울에서 독립출판 ‘돛과닻’과 ‘안녕글방’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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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 무력한 연루자의 신세로
그저 지켜본다, 다만 화를 내면서

늦게 불붙은 만학도답게 저녁마다 야구를 공부하고 알아가던 무렵, 저자는 어느덧 ‘한화 이글스’의 팬이 되었다. 그렇게 팬으로서 경기에 몰입할수록 자신이 점점 화가 많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욕설과 비속어가 틈만 나면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사직구장 그물망에 매달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아저씨들과 어느새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부인할 수 없었다. 야구는 재밌으려고 보는 게 아니라 화내려고 보는 거라는 말이 있다. 곱씹어보면 연령과 성별을 초월해 야구팬의 정서를 관통하는 말이 아닐까. 김영글은 묻고 답한다. 왜 야구팬은 이토록 자주, 그리고 유난히 화를 내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화낼 기회가 많아서다. 그런데도 야구팬은 매일 경기를 본다. 못하면 못한다고 화를 내고, 잘하면 이렇게 잘할 수 있으면서 어제는 왜 못했냐고 화를 낸다. 경기는 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쏟아낸다.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고, 믿었던 선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팀이 아무리 잘해도, 사소한 에러 하나로 경기는 뒤집힌다. 그리고 팬은 온 마음을 쏟아도 경기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경기를 꺼버리지 않는 팬의 마음은 뭘까. 한번 마음을 준 이상, 손바닥 뒤집듯 팀을 바꾸지도 않는 그 심경 무엇일까. 야구팬은 절망을 끝까지 지켜보며, 다시 뜰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다만, 화를 내면서 말이다.

“내향인도 야구장에 간다”

야구장에 너무 가기 싫지만 너무나 가고 싶은 마음. 그것이 내향인 야구팬의 마음이 아닐까. 내향인인 김영글도 마침내 마음을 내어 화와 에너지가 들끓는 그곳으로 간다. 야구장에서 내향인다운 방식으로 야구를 관람하고 다른 관람객들을 조심스레 관찰하고 돌아온다. 한편 야구에 대해 알아갈수록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이 있었다. 그는 짧게 편집된 야구 경기를 못 보는 사람이었다. “삼진을 당한 타자의 어깨가 어떤 표정인지, 감독의 사인을 타자가 어떻게 오해했는지, 선발투수의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한 게 언제부턴지, 카메라에 잠깐 잡힌 관중석 응원판에 어떤 우스갯소리가 적혀 있는지” 시시콜콜한 디테일을 직접 봐야 그 서스펜스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읽기와 사랑의 본질은 애초에 효율성을 거부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야구를 통해 또 하나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야구를 폄하하는 축구팬이라면 친구라고 해도 발끈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 경기를 해도 화나고 안 해도 화나는, 사계절 힘든 야구팬의 마음을 십이월에도 경기를 볼 수 있는 축구팬이 어찌 알겠냐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구단주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야구팬이 된다는 것은 팬으로서의 기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시작되는 일이었다. 구단주 한화가 비윤리적인 사업을 하는 걸 알면서도 이글스를 애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의 모순 앞에서 김영글은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꼈다. “존재 자체로 근사한 팀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머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좋아한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실천임을 깨닫는다. 사랑은 완전한 정당함 속에서만 지속되는 것이 아님을, 복잡한 마음을 감내하며 끝끝내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일임을, 모순과 부끄러움과 책임감의 무게를 함께 끌어안는 일임을. 그것이야말로 팬으로 살아가기로 택한 자의 숙명이었다.

“우러러볼 만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면, 사랑이 그런 식으로만 작동한다면, 우리의 사랑은 참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나와 세상 사이엔 헤아릴 수 없는 인연의 끈들이 있다. 붙잡는 것도, 끊어내는 것도, 그것을 지지대 삼아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것도 모두 나의 몫이다.” (33-34면)

“아직도 야구해요?” “아직도 야구해요.”
: 어딘가에는 야구를 하는 여자가 있다

김영글은 야구와 여자의 교집합이 놀라울 만큼 작을뿐더러 어딘가 왜곡되어 있는 것을 알고 적잖이 당황한다. 여성 관중이 ‘패션팬’이나 ‘얼빠’ 같은 멸칭으로 불리는 가운데서도 여자들은 바쁘다. 경기를 보느라 바쁘고, 응원하느라 바쁘고, 굿즈 앞에서 지갑을 여느라 바쁘다. 타인의 평가를 판별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겨를이 없다.
야구를 하는 여자들을 보러 울진에 간 어느 날, 저자는 가늘게 내리는 빗속에서 오랜만에 마주친 모양인 두 명의 여자 선수들이 담백하게 묻고 답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직도 야구해요?”
“아직도 야구해요.”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저자는 짧지 않은 시간에 깃든 피로와 애틋함을 짐작했고, 다음 여자 야구 대회 일정을 찾아보느라 인터넷을 뒤졌다.

제철 과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야구를

김영글이 만나고 이해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스포츠와 달리 야구는 전쟁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였다. 야구의 이런 본질은 사계절의 흐름과 잘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제철 과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야구를 기다린다. 초여름엔 초당옥수수를, 가을이면 단감을, 겨울에는 귤과 천혜향을, 봄에는 짭짤이토마토를 기다리는 것은 그에게 마음이 힘들 때를 위한 제철 과일 대처법이었다. 야구가 삶에 들어온 후로 그는 사계절을 감각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얻었다.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프로야구 리그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그는 그 짧은 순환 속에서 일상의 리듬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야구는 내게 진정한 ‘리셋’의 쾌감을 알려주었다. 언 땅이 풀리고 흙내음이 스멀거리면 야구장은 다시 문을 연다. 모든 것이 제로에서 출발한다. 0승 0패. 열 개 구단이 똑같은 출발선에 선다. 선수들은 겨우내 다듬은 몸을 천천히 풀며 시동을 걸고, 프론트는 상대 틴 전력을 조심스레 분석한다. 봄은 희망이 허락되는 계절이다. 다 잘될 거라는 순진무구한 믿음이 팬의 마음속에 움튼다.” (137면)

봄이 다시 찾아오는 것처럼 야구 시즌은 해마다 어김없이 시작할 것이다. 누구에게는 야구 시즌의 시작이 예측 불가능한 세계 속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깃대 하나를 꽂는 일이 된다. 실패를 견디며 다시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 『아무튼, 야구』는 그런 세계에 대한 귀여운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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