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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007
그들이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 단요 009
중국 태양 | 류츠신 071
헤아림으로 말미암아 | 우다영 137
당신의 운명은 시스템 오류입니다 | 윤여경 173
동물+친구×로봇 | 장강명 221
멋진 실리콘 세계 | 전윤호 289
슈거 블룸 | 조시현 347
빛보다 빠르게 날 수 있다면 | 후지이 다이요 397
저자 소개
저자 : 단요
2022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장편소설 『다이브』 『인버스』 『마녀가 되는 주문』 『개의 설계사』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목소리의 증명』 『피와 기름』 『트윈』 『캐리커처』, 중편소설 『케이크 손』 『담장 너머 버베나』, 르포 『수능 해킹』(공저)이 있다. 문윤성SF문학상,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문학동네신인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었다.

저자 : 류츠신
劉慈欣
중국을 대표하는 과학소설가. 1999년 단편소설 「고래의 노래」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유랑지구』, 장편소설 『초신성 시대』 『삼체 0: 구상섬전』 『삼체』 3부작 등이 있다. 중국 과학소설계 최고 권위의 SF 은하상을 8년 연속 수상, 2015년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저자 : 우다영
2014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밤의 징조와 연인들』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중편소설 『북해에서』가 있다. 2023년 SF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자 : 윤여경
미래 담론 디자이너이자 비영리 문학단체 퓨쳐리안 대표. 2016년 「세 개의 시간」으로 제3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2023년 제6회 CISFC 국제교류 공로 훈장을 받았다. 한국 최초 ChatGPT 협업 소설집 『매니페스토』, 한중일 아시아 설화 SF 프로젝트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여성주의 SF 앤솔러지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과학자 SF 앤솔러지 『떨리는 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되는 다양성 문학의 미래를 지향하며, 사십여 명의 신인 작가 데뷔를 이끌어왔다.

저자 : 장강명
월급사실주의 소설가, 단행본 저술업자. 신문기자로 일하다 2011년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에 『과학동아』 『베스트셀러』 등의 잡지에 SF 단편과 칼럼을 실었고, 월간 SF 웹진을 창간해 2001년까지 운영했다. SF어워드 장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서울대 라이터스쿨에 ‘STS SF 쓰기’ 강좌를 개설했다. 단편소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이 일본의 SF문학상인 성운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이 싫어서』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먼저 온 미래』 등을 펴냈다.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오늘의작가상, 문학동네작가상,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아내 김새섬 대표와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www.gmeum.com)을 운영한다.

저자 : 전윤호
30여 년간 IT 분야에서 기술 개발직으로 근무했으며, SK플래닛 CTO로 재직했다. 장편소설 『모두 고양이를 봤다』 『경계 너머로, 지맥GEMAC』이 있다.

저자 : 조시현
2018년 『실천문학』 신인상 소설 부문, 이듬해 『현대시』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아이들 타임』,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이 있다.

저자 : 후지이 다이요
藤井太洋
일본의 SF 소설가. 자가출판한 첫 소설 『진 매퍼』로 2012년 ‘올해의 킨들 도서’ 소설ㆍ문예 부문 1위에 올랐으며, 두번째 소설 『오비탈 클라우드』로 일본SF대상과 성운상을, 『헬로, 월드!』로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상을, 『맨 카인드』로 성운상을 수상했다. 제18대 일본SF 및 판타지 작가클럽 회장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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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조절된 공기, 예측된 반응, 편집된 꿈.”
기술이 인류를 초월하는 세상,
눈 깜짝할 새 도달하게 될 우리 앞의 미래를 그리는 STS SF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살아갈 기회를 인류에게 선물함과 동시에, 불시에 변모하는 삶의 형태에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마는 매몰찬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태연하게 일상으로 자리잡길 반복하는 현대사회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별하는 일은 때때로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멋진 실리콘 세계』는 이처럼 초고속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어두운 현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 속에서는 근미래에 실현 가능할 법한 과학기술을 토대로 여덟 가지의 각기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인공 자궁이 상용화되고(단요, 「그들이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날씨를 조작해 강우량을 조절하고(류츠신, 「중국 태양」),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의식을 새로운 신체로 이주시키며(우다영, 「헤아림으로 말미암아」), AI가 통제하는 크루즈 선에서 살아간다(윤여경, 「당신의 운명은 시스템 오류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동물 로봇과 함께 성장하고(장강명, 「동물+친구×로봇」), 증강 현실 AI와 가족이 되고(전윤호, 「멋진 실리콘 세계」), 인공 피부를 이식해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조시현, 「슈거 블룸」), 지구를 향해 날아드는 블랙홀의 궤도까지 바꿔버리는 미래(후지이 다이요, 「빛보다 빠르게 날 수 있다면」). 신세계의 지평을 열어줄 것만 같은 이 허울 좋은 미래의 장막을 걷어내면, 그러나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모순과 부조리가 실체를 드러낸다. 고유한 개체로서 존립하고자 하는 욕망과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 충돌하며,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는 것이다.

무궁무진한 기술 발전의 잠재력에 힘입어 우리를 향해 양팔을 활짝 벌려 거침없이 다가오는 미래. 언제 우리 삶의 근간을 바꿔놓을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기계적으로 발달된 사회에서 보다 사람답게 생존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이 거짓말 같은 세상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 여덟 편의 소설은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절실한 질문에 대한 여덟 가지 응답이다.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우리의 삶은, 사회는, 인간성은, 어떤 도전을 받게 될까.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예언이 아니다. 독자의 선택을 묻는 시나리오다. ‘이것이 환영할 만한 미래인가’라는 고민을 나누고 싶다. _‘기획의 말’에서, 장강명

단요, 「그들이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기술이 더더욱 발전하면 손톱 끄트머리만으로도 신생아를 만들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손톱 자르기도 존엄을 건드리는 일이 되는 걸까요?”

남한이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을 선제 타격한 뒤 제3차세계대전이 발발한다. 그사이 미국에서 인공 자궁을 이용한 출산에 성공하면서, 전쟁의 원죄를 짊어진 한국은 거대한 실험실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찾아온, 국가가 스스로 국민을 만들어내는 시대. 일명 ‘인적자원 생산계획’이 시행된다. 획기적인 미래를 선사해줄 것 같았던 이 제도에 치명적인 맹점이 있으니, 바로 기증자의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으며, 잔여분은 비밀리에 의료 연구용으로 수출된다는 사실이다. 기증 세포를 운반하는 운전기사인 ‘나’는 아내와 함께 어린 딸 ‘새미’가 언젠가 태생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게 될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수상한 단체를 집안으로 끌어들인다.

류츠신, 「중국 태양」

“이 태양은 아들의 눈이다. 대지의 황토는 이 눈빛을 받으며 푸른 옷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지독한 가뭄으로 황폐해진 고향을 떠나 돈을 벌러 도시로 나간 ‘수이와’는 우연히 ‘나노 미러 필름’이라는 신소재를 접하게 된다. 가벼운 천처럼 흐물거리다가도 전류를 흘리면 단단해지는 이 물질은 훗날 ‘중국 태양 프로젝트’에서 쓰일 주 소재로 채택된다. 햇빛의 양을 조절해 자국의 기후를 조절해줄 인공 태양을 쏘아 올리는 프로젝트인데, 수이와를 비롯한 농촌 출신의 청년들이 인공 태양의 표면을 닦는 청소부로 발탁되어 우주로 향한다. 프로젝트 운영측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궁여지책으로 저임금의 저학력자를 고용한 것이라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한 채. 한편, 수이와는 더 먼 우주로 나아가겠다는 자신만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우다영, 「헤아림으로 말미암아」

“무너진 성의 잔해를 복사해 완성한 새로운 성터. 틀을 갖춘 구조물을 차근차근 보수하는 것이야말로 원래 뇌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노쇠한 신체를 버리고, 뇌 내 데이터를 새로운 신체로 이주시킬 수 있게 된 세상.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를 앓아온 백삼십사 세 ‘공미연’의 의식은 만 십이 세의 발육에 해당하는 신체로 옮겨진다. 지정 구역인 ‘에덴’에서 칠 년 동안 머물면서, 체류자는 새로운 뇌에 적응하는 동시에 원격으로 연동되어 있는 기존의 뇌를 서서히 죽여야 한다. 전담 매니저의 도움으로 기억을 하나씩 채워나가던 공미연은 문득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하나 떠올린다. 바로, 자신에게 남편이 있었다는 것. 그러나 왜인지 남편은 공미연을 대상으로 접근 금지 요청을 걸어둔 상태다.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단서들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몸체를 숨긴 거대한 진실이 공미연을 향해 서서히 다가온다.

윤여경, 「당신의 운명은 시스템 오류입니다」

“과학 문명 시대에 인류의 운명은 시스템 오류입니다. 당신은 어떤 종류의 오류가 되고 싶습니까?”

혜성 충돌로 인해 아비규환이 된 지구, 인류에게 남은 안전한 거주지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초호화 크루즈 선 ‘우리호’뿐이다. 최첨단 AI 블록체인 시스템 ‘마고’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유지되는 배에는 오로 선택된 자만이 탑승할 수 있다. 탑승객의 모든 언행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매 순간 기록되며, 그를 통해 매겨진 신뢰도를 바탕으로 서로 간의 교류마저도 제한된다. 삼 년 전 이곳을 떠났다가 마고의 부름을 받고 다시 탑승한 ‘독고 린’은 마치 신분사회와 같은 우리호의 시스템에 의문과 불만을 품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공간에서, 그녀는 단 하나의 오류가 되어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벌이기 시작한다.

장강명, 「동물+친구x로봇」

“이 마을 전체가 괴물이야. 여긴…… 테마파크야. 제대로 된 마을이 아니야.”

시튼 빌리지의 아이들은 누구나 열두 살이 되면 수호 동물을 지정받는다. 숲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동물 로봇과 만나 친구가 되는 이 프로그램은 시튼 빌리지를 건설한 과학자, 공학자, 인문학자, 예술가들의 주도하는 ‘생명+기술x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처음 시행되었다. 기존 반려동물 로봇과는 달리 인간보다 높은 지능과 자유의지를 지니며, 인간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을에서 가장 먼저 수호 동물을 부여받았던 아이 ‘노아’는 대학생이 되어 도시로 나간 뒤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최근 도시의 소년들이 사이버네틱스 동물을 잔혹하게 괴롭히고 훼손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들려오는 가운데,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반려견 ‘미카’를 바라보는 노아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전윤호, 「멋진 실리콘 세계」

“높으신 분들도 알겠죠. 실리 중독이 사회 안정과 인구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걸.”

증강 현실 기술을 통해 가상의 AI 친구를 제공하는 서비스 ‘실리콘 컴패니언’, 줄여서 ‘실리’가 성행함에 따라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규제에 나섰다. 무용해진 실리에 시들해진 ‘나’는 친구의 권유로 불법 실리를 접하게 된다. 새로운 실리 ‘리나’는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워 훨씬 똑똑한데다, 적극적으로 ‘나’의 삶에 개입하며 ‘나’가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도록 돕는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와 육아 로봇, 그리고 두 사람 각각이 지닌 실리가 합쳐져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완성된다. 삶의 대부분을 리나에 의존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불시에 찾아든 해커에 의해 리나가 세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조시현, 「슈거 블룸」

“어쩌면 그녀는 그때 죽었고 이제야 다시 태어나게 됐는지도 몰랐다. 바깥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다시 입혀줌으로써.”

노화로 망가진 피부를 벗겨내고 인공 피부를 이식하는 시술인 리본 프로젝트(Reborn Project)는 처음엔 미용 용도로 개발됐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피부암 환자가 속출하고 온열 질환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전 세계인에게 필수적인 시술로 자리잡았다. 인공 피부는 더위를 감각하지 못해 뜨거운 날씨를 견뎌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기후 취약 계층인 노인을 우선으로 시행되며, 피시술자가 사망한 후 연구소를 통해 수거된 피부는 인간형 안드로이드의 외피로 사용된다. 시술을 받고 오십 년 전의 젊은 모습으로 돌아간 ‘주효신’이 며느리 ‘이지선’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 주효신이 죽었다. 계약에 따라 주효신의 피부가 입혀진 안드로이드가 이지선 부부의 집으로 배송된다.

후지이 다이요, 「빛보다 빠르게 날 수 있다면」

“문명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다른 문명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발견 즉시 상대를 없애버린다.”

서울 본부에서 1억 4000만 킬로미터 떨어진 관측 위성에서 근무하는 ‘나’는 태양 표면에 나타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관측 결과, 처음엔 작은 항성인 줄 알았던 그 점은 틀림없이 블랙홀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는, 지구와 비슷한 질량을 가진 소형 블랙홀. 서둘러 지구의 관측 센터로 메시지를 전송해보지만, 내용을 곧바로 확인하더라도 8분 후에 지구는 산산조각날 예정이므로 인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홀로 우주에서 고군분투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분 50초뿐. 이내 ‘나’는 깨닫는다. 정확히 지구를 겨누고 있는, 마치 짜여진 것처럼 지구를 파괴하기에 딱 알맞은 속도와 질량을 지닌 이 블랙홀은 누군가 만들어낸 것이란 사실을.

기획의 말

과학기술은 삶과 사회에 점차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여러 영역에서 실존적 위기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STS SF는 그에 대한 소설가들의 대응이다. (……) SF는 전부터 그런 일을 해왔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구체적인 개념 용어를 만드는 것은 목표를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지고 보면 SF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SF는 있었지만, 그 단어가 나오고 나서 작가들의 지향점과 정체성이 더 단단해졌다.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우리의 삶은, 사회는, 인간성은, 어떤 도전을 받게 될까.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예언이 아니다. 독자의 선택을 묻는 시나리오다. ‘이것이 환영할 만한 미래인가’라는 고민을 나누고 싶다.

2025년 10월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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