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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처럼 7
과일맛 젤리 35
파란 원피스 61
진녹색 양말 87
거짓말의 진심 117
우박과 안부 143
꿈과 시간의 마법 165
저자 소개
저자 : 황보나
『네임 스티커』로 제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앤솔러지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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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네임 스티커』의 황보나 연작소설

“누군가가 나를 추궁하지도 않고,
나를 밀어내지도 않는 그런 관계라면 너무 따뜻하잖아.”

『네임 스티커』로 제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황보나 작가의 첫 소설집. 황보나는 “소설을 읽을 독자는 물론, 작품의 주인공으로서의 청소년을 존중하는”(송수연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작가이자,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자세”(윤성희 소설가)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청소년문학의 믿음직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네임 스티커』에 이어, 다시 한번 청소년들이 지닌 내면의 소용돌이와 소수자성을 사려 깊게 그려 내는 동시에 관계 속에서 나 자신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일을 이야기한다. 작품 속의 청소년들은 누군가에게 기대어 쉴 자리를 얻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 주며 자신을 마주한다. 색이 바랜 이들의 마음을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연작소설 『일곱 개의 초록』이다.

『일곱 개의 초록』은 각자의 고민으로 웅크리고 있던 아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힌다.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 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는 희연, 의도치 않게 학교에 불을 내고 무엇이든 자신이 망쳐 버릴까 걱정하는 수현, 아빠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누군가를 미행하게 되는 다은, 삼촌에 대한 호기심으로 새로운 관계를 쌓아 나가는 진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연애 연습을 시작하는 승미, 이민을 가기 전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할지 고민하는 성민,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신비로운 ‘꿈과 시간의 마법’을 경험하게 되는 호원까지, 다채롭게 일렁이는 일곱 아이들의 마음을 끌어안으며 서로를 돌보고,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작가가 심어 놓은 초록색 키워드가 등장한다. 독자들은 ‘이스터에그’처럼 작품에 숨어 있는 키워드를 찾아 읽으며, 숨겨진 선물을 발견한 듯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온통 초록으로 물드는 마음
조금은 가벼워지는 리듬

『일곱 개의 초록』은 눈사태처럼 덮쳐 오는 사랑, 설렘, 희망, 아쉬움, 불안과 같은 감정을 마주하는 청소년들을 대변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부모님의 불화로 할머니 집에 가게 된 「가방처럼」의 희연은 할머니와 밥을 먹지 않기 위해 날마다 배달음식을 시키고, 좋아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과일맛 젤리」의 수현은 진심을 외면당해 갑갑함을 느낀다. 「파란 원피스」의 다은은 아빠에 대한 실망으로 일그러져 선을 넘으려 하고, 비밀을 짊어진 「진녹색 양말」의 진솔은 자신을 덮친 죄책감에 스스로에게 벌을 주며, 「거짓말의 진심」의 승미는 좋아하는 제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을 속이고 거짓으로 연애 연습을 시작한다. 이민을 가야 하는 「우박과 안부」의 성민은 승미와 어릴 때 했던 그림자놀이를 떠올리며 안부를 전하려 하고, 자퇴 후 편의점에서 일하는 「꿈과 시간의 마법」의 호원은 자신을 놀잇감 취급했던 학교 아이들과 마주치자 다시 한번 울렁대는 기분을 느낀다.

이들의 불안한 마음은 나를 밀어내지도, 추궁하지도 않는 존재를 만나면서 천천히 희석되고 가벼워진다. 할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가방을 발견한 희연은 그동안 할머니가 자신을 살뜰히 돌봐 주었음을 알아차리게 되고, 의문과 질책이 아닌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윤선의 시선은 서서히 수현의 마음을 연다. 아빠에 대한 오해가 풀리며 스며든 작은 희망은 다은의 엉킨 마음을 잘라 내고, 가족들이 관계 속에서 지워 버린 존재에 대해 관심을 지니게 된 진솔은 그와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되며, 제우의 연애 연습 중단 선언은 승미가 스스로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이렇듯 다정한 시선과 위로가 교차하는 순간마다 아이들은 조금씩 스스로를 세워 나간다. “어떤 말을 털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꽉 막힌 속의 가장자리가 녹진해지는 기분”(「가방처럼」)을 느끼며 잔잔하게 퍼지는 마음의 파동을 간직한 채 끝끝내 더 좋은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이다. 자신이 건네받은 마음처럼 또 다른 상대에게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내어 줄 준비를 하듯, 나란히 의자에 앉아 “비슷한 방향으로 제각각 몸을 흔들”(「파란 원피스」)면서.


줄거리

「가방처럼」 #희연의 이야기 #풀잎 파우치
엄마는 방학 동안만 외할머니 집에 가 있으라고 했다. 엄마와 아빠의 불화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 문턱을 넘어가게 될 것만 같았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희연아.’ 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닌 ‘밥은?’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할머니랑 밥을 먹기는 꺼려져서 매일 배달음식을 시켰다. 오늘따라 할머니가 안방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 “할머니, 돌봄 센터 안 가? 어디 아파?”

「과일맛 젤리」 #수현의 이야기 #샤인머스캣 젤리
나는 망설이다가 선욱이에게 내 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내 진심은 무참히 짓이겨졌다. 나는 무심코 노트에 나의 욕망을 반복해서 적었다. 다 태워 버리고 싶다, 다 없애고 싶다…. 그 문장은 곧 현실이 되었다. 간절히 바랐던 일이지만 맹세코 실수였다. 멀리 학교를 옮겼다. 그런데 같은 반 도윤선이 자꾸만 내 곁을 맴돌며 시답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저 아이, 설마 날 알고 있는 거야?

「파란 원피스」 #다은의 이야기 #라임색 포장지
아빠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자기만 알고 있는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 있는 엄마는 이 사태를 모른다. 어떻게 엄마를 두고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는 거지. 이혼이라도 하고 만나든가. 우연히 아빠의 통화 내용을 듣고, 아빠 여자친구의 딸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뒷모습을 훔쳐보면 나도 모르게 함부로 살아 버리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내 블로그로 날아든 낯선 이의 비밀 댓글. ‘우리 만날까?’

「진녹색 양말」 #진솔의 이야기 #진녹색 양말
할머니 집 화장실 너머에서 딸깍, 하는 소리가 났다. 그곳은 창고 방, 아니 열면 안 되는 방이었다. 대체 거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에게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삼촌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삼촌일까. 결국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그러고는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돌렸다. 덜컥, 소리를 내며 열면 안 되는 방의 문이 열렸다.

「거짓말의 진심」 #승미의 이야기 #청귤차
제우야….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 와. 진솔이에게만 향해 있는 너의 눈을 볼 때면 나는 내가 아닌 내가 되어 버려. 너와 연애 연습을 하게 된다면 도독한 너의 입술만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쩌다 복도에 혼자 남게 된 너에게 다가갔어. “야, 신제우 너 좋아하는 사람 있지? 너 근데 모쏠 아님? 연애 연습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사실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경험은 없어서 말이야.”

「우박과 안부」 #성민의 이야기 #모시떡
엄마가 반년을 외국에서 살아 보고 이민을 결정하자고 했다. 난관에 부딪히면 회피해 버리는 엄마의 뒤둥그러진 마음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같다. 엄마는 아빠와 헤어질 때도, 회사를 그만둘 때도, 친구들과 멀어질 때도 모든 것을 냅다 버리고 도망쳤으니까. 승미가 기념이자 선물로 준 돌멩이들은 놓고 갈 수밖에 없는데. 떠나기 전 승미에게만은 안부 인사를 건네고 싶다. 창밖을 보니 우박이 내리고 있었다. 그 소리는 어쩐지 눈이 부셔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게 되었다. 툭, 투둑, 툭, 투두둑, 툭 툭, 투둑.

「꿈과 시간의 마법」 #호원의 이야기 #애쉬그린 염색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지도 벌써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학교 밖 청소년이 된 나는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기에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틈날 때마다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그날은 세 챕터를 읽고 시간을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1분도 흐르지 않은 채였다. 편의점에 들어온 단골손님이 물었다. “시간이 멈춘 거죠? 그러니까 꿈과 시간의 마법 말이에요. 확인하려 하지 마요. 확인하려 들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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