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카피는 짧은 번뜩임이 아닌 깊은 깨달음을 담은 올바른 삶을 위한 메시지다!
꽃과 길, 별과 바람, 사람과 음악을 노래하는 한 카피라이터의 인사이트 감성 에스프리리!!
국내 최고의 독립광고회사 웰콤에서 16년간 카피라이터, 캠페인 디렉터, 대표로 재직하는 등 33년간 우리나라 광고업계에 보기 드문 흔적을 남긴 유제상 대표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한권으로 묶은 《세상을 광고합니다》가 세상 앞으로 첫 선을 보인다.
저자가 그리는 세상이라는 도화지에는 때로는 순백으로, 때로는 파스텔톤으로, 가끔은 무채색으로 ‘어쩌다가’ 광고바다를 유영하며 만났던 사람들과의 146편의 이야기들이 20줄에서 30줄 안팎의 짧은 문장으로 시처럼 아름답게 채색돼 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시작했다.”는 카피라이터 생활은 그의 다음 구절인 “잘 풀렸으면 시인이 되거나 건축가가 되거나 어부가 되었을 거라는” 푸념 섞인 아쉬움을 그대로 카피의 바다에 녹여냈던, 어쩌면 시 같고 어쩌면 짧은 철학명언 같은 유제상표 카피라이팅의 진수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지고 있다.
저자는 특히 요즘 시대에 광고가 일종의 소비자를 낚는 행위나 제품을 과대포장하는 한순간의 짧은 번뜩임으로 치부되는 걸 마뜩치 않아 한다. 그래서 그는 첫 클라이언트 회장과의 대면에서 최승자 시인의 시로 보고를 가름하고 광화문 글판에 국내 최초로 안도현 시인, 문정희 시인을 등장시키며 자칫 시로부터 멀어졌을 수도 있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광고로 녹여내곤 한다.
저자가 걸어온 남다른 광고인으로서의 철학은 업계 강연이나 인터뷰 기사 등에서 “광고는 꼴찌를 1등으로 만들기도 하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던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도 하고,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던 대상이나 브랜드를 굉장히 좋은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는 세상을 감동시키는 이로운 메시지”임을 강조하며 광고에 대한 깊이 있는 안목을 제시한다.
이처럼 광고에 대한 남다른 혜안이 빚어낸 명카피들은 지금까지도 관련업계에 회자되며 후배들에게 광고는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저자의 첫 화장품 카피인 “나이를 감추는 화장품이 있는가 하면 나이를 이기는 화장품도 있습니다.”에서부터 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을 기념한 광고인 “우리 아이들에게 할 말이 생겼습니다.”, 화장품선물세트 카피 “어머니도 여자입니다.”, 소주광고카피 “오매, 단풍들겄네!”, 하나은행 성장 광고 카피인 “참 잘 컸다.”, 모 통신회사의 서태지 출연 광고 카피인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없다면 나타나지도 말라.”는 카피 등은 저자의 광고 카피에 대한 남다른 안목과 순간의 매혹보다는 오래 남는 깊은 메시지로 승부하려는 너무나 인간적인 유제상표 카피로 지금도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다.
《세상을 광고합니다》에는 촌각을 다투는 광고업계의 피 말리는 카피의 세계와 함께 살며 사랑하며 느꼈던 길과 시와 문학과 영화, 음악에 관한 짧고 선명한 감성 넘치는 114편의 아름다운 세상이야기들이 저자 특유의 유머와 여백이 어우러지며 시처럼 명징하고 산문처럼 따스한 손길로 독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진다.
▷ 책의 구성
카피라이터 유제상이 지향하는 문학·음악·인생에 관한 짧지만 깊은 세상 읽기!
● 문학을 사랑하며_ 결국은 인간을 구원할 단 하나의 품격을 갖춘 시와 소설에 대하여
저자는 머리말에서 “잘 풀렸으면 시인이 되거나 건축가가 되거나 어부가 되었을 거라는 상상을 자주 했다.”고 자신의 지나온 인생의 한 줌의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러한 시와 소설에 관한 열정은 틈날 때마다 저자를 문학의 세계로 이끌며 ‘상상과 현실이 아름답게 꽃피는 세상’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세상을 광고합니다》에서 저자가 소환한 국내외 문학가들은 안도현, 문정희 시인에서부터 발자크, 릴케, 로맹가리, 오스카 와일드, 괴테,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 존 어빙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하고 변화무쌍한 문학의 진경을 구축한 개성 넘치는 작가들을 소환하고 있다.
<읽다가> 편과 <사람 앞에서> 편의 30여 편의 이야기 속에 저자가 지향하는 인간다운 세상을 갈구하는 대문호들의 작품을 읽고 난 후의 인사이드 넘치는 핵심적인 독후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 인생을 알아가며_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가
《세상을 광고합니다》 속 저자가 깨닫는 순간은 늘 ‘사람과의 만남’에 있다. 그 만남의 주체는 광고업계에서는 선배이거나 외국 유명 광고인, 광고모델 등이었고 은퇴한 후에는 ‘여행에서 만나는 길 위의 사람들’이거나 ‘어머니’ 같은 위대한 일상인이었다. 저자는 광고를 수주한 회사 회장님부터 일본의 광고인, 김태형 같은 인물에게서 ‘어떤 메시지를 주어야 좋은 광고인지’를 배워갔고, <길 위에서>편에서 국내외를 여행하면서 길에서 만나는 인연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봉은사 편전에서 추사의 소년 같은 순수함을, 부여 신동엽문학관에서 시인의 존재이유를, 오르세미술관에서 발자크의 도도한 예술혼과 마주한다. 그리고 다산초당에서, 화개 십리벚꽃길에서, 고창 질마재에서, 파리 페르 라세즈 공동묘지에서 한 시대를 앞서갔던 위대한 발자취들을 통해 무엇이 삶을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빛깔로 아로새길 수 있는지를 되묻곤 한다.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저자의 순진무구한 인생에 대한 의문은 <길 위에서>편과 <사람 앞에서>편의 51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를 순연한 ‘사람 사는 세상’으로 인도하곤 한다.
예술과 음악이 있는 여백_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일 지도 모를 오늘을 기억하기 위하여
저자는 책의 부제로 ‘어느 카피라이터가 은퇴하고 쓴 카피’라는 다소 식상할 수도 있을 문장을 일부러 달고 있다. 그만큼 저자에게 은퇴 후의 인생도 그의 전반생만큼이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삶의 소중한 순간들임을 부러 도드라지게 강조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소중한 인생 2막의 중심을 자리하고 있는 저자의 여백 있는 삶은 ‘음악과 예술’이 흐르는 삶이 아닐까. 그는 시간이 허락하는 때마다 장사익과 모차르트, 임윤찬, 조성진, 바흐를 즐겨 들으며 대예술인의 품격 높은 음악의 세계로 빠져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 그의 여백을 훌륭하게 채우는 또 하나의 자양분은 유럽여행을 통해 만나는 오르세미술관과 다양한 예술가들의 유서 깊은 공간의 마주침이다.
이 책에서는 <음악에게서>편의 17편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사람 앞에서>편의 20여 편의 이야기, <길 위에서>편의 20여 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브랜드나 제품이 아닌 세상을 향한 저자의 따듯한 시선을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으며 사람과 책, 음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예술과 음악이 흐르는 매혹의 순간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 저자 인터뷰
《세상을 광고합니다》가 드디어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쓰시면서 어떤 동기로 이런 책을 써야 되겠다 하고 생각을 하셨는지요?
동기는 여러 가지 있겠는데 사실은 학교 다닐 때 맨 처음에는 시를 쓰고 싶어 했는데 그게 재주가 안 된다고 생각해 평론도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 가서 국문학을 더 공부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예기치 않게 뜻밖의 어떤 계기로 인해서 광고를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카피라이터 생활을 하면서 늘 뭔가 글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좀 했었고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글을 좀 써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품고 있었죠. 그러던 와중에 이제 은퇴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뭐 이러는데 친구의 부추김도 있었고 그다음에 저도 그동안 어떤 쌓여 있었던 무언가가 꿈틀거려서 이런 것들이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생님의 원고를 처음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광고를 통해서도 세상에다 어떤 얘기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촌철살인 같은 명징한 문구들이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책을 내시면서 광고업에 종사하셨던 카피라이터로서 30년 넘게 이 업에 있으면서 광고를 통해서 이 세상에 하고 싶었던 메시지들은 어떤 것들이신지요?
저는 카피라이터를 하면서부터 초창기부터 ‘광고와 카피의 스승은 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 그러냐면 시들을 읽다가 보면 그 안에서 발견되는 정말 기가 막힌 인사이트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야말로 카피라이터한테는 필요한 어떤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실제로 테드라고 하는 게 막 활성화되기 시작했던 무렵에 세계적인 광고인인 세계 굴지의 광고회사 부회장인 오길리벤 마더라는 사람이 테드에서 광고인으로는 처음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강연 내용 중에 그런 대목이 있었어요. “시라고 하는 것은 낯익은 것을 새롭게 만들기도 하고 그다음에 새로운 것을 익숙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것이 광고와 너무 똑같다. 그래서 시를 많이 읽고 하는 것들이 광고를 하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라는 그 대목을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지금까지도 광고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시인들의 어떤 생각이나 이런 것들을 좀 빌리고 배워서 광고를 하되 그냥 뭘 주장하고 팔고 하는 게 아니라 동의를 구하고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고 할 수 있는 그런 인사이트를 찾는 일들이 광고에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유독 선생님 광고에 시인들이 등장하는 거라든가 시 구절을 인용해서 나타내는 광고 카피들이 꽤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말씀하신 것과 견주어서 문정희 선생님이라든가 안도현 시인과도 작업을 하신 것도 있는데요. 이처럼 광고 카피에 시를 인용하고 때로는 시인들을 직접 이런 광고에 등장시킴으로 인해서 독자들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좀 얻게끔 하고 싶으셨던 것인지요?
일단 시를 통해서 제가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일반 소비자들이나 제 주변에 있는 후배나 이런 분들한테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광고라고 하는 데에 있어서 사실은 광고를 이렇게 돋보이게 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유명한 모델이라든가 어떤 상징적인 것들을 많이 쓰는데 시인도 굉장히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시인들이 주는 어떤 인사이트들이 실제 소비자들로 하여금 광고를 통해서 브랜드를 기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작업들을 하면서 그 생각이 별로 틀리지 않았다, 그런 걸 좀 확인하는 사례가 많았죠.
선생님 글 중에 조금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가 이제 초창기 우리나라 광고계에서 일본 광고를 많이 인용하는 얘기들이 나오더라고요. 선생님께서 활동하시던 초기에 일본 광고가 한국 광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요. 일본 광고가 우리 광고에 미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제가 일했던 초창기라고 하면 이제 1990년대가 될 텐데요. 그때만 해도 물론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카피라이터 혹은 광고하시는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지만 어떤 교재라는 측면이거나 아니면 캠페인의 성공 사례나 이런 것들을 보면 많은 부분 일본 광고에서 영향을 받았다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는 그 당시만 해도 굉장히 카피 자체가 마치 우리들이 많이 애송하는 시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그다음에 간직하고 아주 여기저기 옮길 만큼 훌륭한 그런 카피들이 많았고, 아직 이제 우리는 물건을 파는 데 그냥 이 상품을 소개하는 데에 더 적극적이던 의협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일본의 ‘백발백중’ ‘헤드라인’ 같은 일본 카피라이터들이 썼던 헤드라인들만 모아놓은 책들이 그 당시에 초보 카피라이터들한테는 마치 교과서처럼 막 돌아다니고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무렵에 서툰 일본어 실력으로 아사히 신문을 구독을 해가지고 거기서 실제로 그 광고들을 스크랩을 하고 그 헤드라인들을 이렇게 옮겨보고 했던 그런 기억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사실은 광고를 생각하고 카피를 쓰는 데 많은 길잡이가 돼준 건 사실입니다.
선생님 하면 또 생각나는 게 광화문 글판인 것 같아요. 그 글판에 올릴 글 선정에 한강 시인이나 최재봉 기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계 인사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좋은 시구나 문구들을 갖다가 짧게 두세 줄로 글판에 올리셨는데요. 지금도 사람들이 광화문 글판을 보면서 어떤 삶의 희망이랄까 나름대로의 인생의 의지처를 삼는 그런 구실도 했던 것 같은데요. 광화문 글판은 초기에 어떻게 진행이 된 것이고 주로 어떤 방식을 통해서 그런 좋은 문장들이 선정이 되고 하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광화문 글판에 대해서는 저는 큰 수혜자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우연한 기회에 카피라이터의 자격으로 소설가 한강 씨라든가 시인 장석남 씨 그다음에 한겨레 최재봉 기자 이런 정말 좋은 분들하고 함께 한 4년간을 선정위원으로 활동을 했거든요. 그전의 어떤 전통이나 이런 부분들은 뭐 저도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정말 놀라웠던 것 중에 하나는 글귀 하나가 선정되는 그 과정이 굉장히 객관적이고 그다음에 아주 공정하고 모두의 의견들이 전부 반영이 되고 하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걸 제가 봤거든요. 각자 선정위원들이 한 10편 내지 20편 정도를 추천을 하고 자기가 내놓는 거 자기가 내놓기도 하고 그다음에 교보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일반 일반 독자 혹은 소비자들이 또 추천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것들을 다 모아서 정말로 어떤 다수의 의견들을 이렇게 모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선정을 하고 그 과정들이 너무 즐겁고 그다음에 뭐랄까 행복했었습니다.
그분들하고 같이 분기마다 한 번씩 만나서 그렇게 의논하고 그 다음 분기에 걸릴 글귀들을 이렇게 선정하고 하는 작업들이 너무너무 재밌었고 그래서 광화문 들판이 그렇게 오랫동안 처음의 취지를 잃지 않고 유지가 되고 그다음에 일반인들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런 어떤 공정한 과정과 그 시 한 구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애를 쓰고 있다라고 하는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제 뜻하지 않은 기회에 다른 어느 때부터인가 교보 광화문 글판을 모티브로 해서 그와 비슷한 형태의 서울시청에도 걸려 있고 다른 기업이나 이런 데에 본사에 보면 많이들 걸려 있거든요.심지어는 병원 같은 데서도 그런 글판들을 걸고 하는 것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제가 적극적으로 지속적인 추천을 했던 시인들로는 한민복 시인하고 박남준 시인이 있지요. 결국 그 두 두 분은 마침내 광화문 글판에 걸렸죠. 그리고 정말 올리고 싶었는데 안 됐던 시인이 윤재림 시인의 ‘한여름 밤의 사랑노래’라는 시였어요. “잘 된 영화라 봤자 고작 별 다섯인데 우리들 머리 위에는 이미 수천의 별이 떠 있다.” 이 대목이었어요. 너무 좋잖아요. 근데 다 만장일치로 너무 좋다고 그랬는데 글판에 싣기에 너무 긴 거예요. 그래서 결국엔 못 올렸죠.
선생님의 전체적인 글을 보면 한 페이지가 넘는 게 별로 안 돼요. 그리고 모든 문장이 20행에서 30행을 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도 근본적으로는 광고인으로서의 평소에 어떤 글에 대한 습관, 즉 나름대로 글은 이래야 된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문장론이 반영된 것인지요?
일단 카피를 쓰면서 저도 그렇게 배웠고 후배들한테 저도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일단 쉬어야 된다. 초등학교만 나와도 다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어야 한다. 그다음에 짧아야 한다.’ 광고라고 하는 건 이미 주어진 시간 또는 지면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길 수가 없습니다. 일단 되게 짧아야 되죠. 그렇게 한 30년 이상을 카피를 써오다 보니까 제가 이번에 책을 내보겠다고 생각을 하고 이 글을 이렇게 정리를 하는데 자꾸 글이 짧아지는 거예요. 긴 글을 못 쓰겠고 그다음에 어려운 글 못 쓰겠고, 자꾸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야 이게 정말 이 몸에 배어 있는 습관이라는 게 무섭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또 생각하는 거는 그게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글이라고 하는 게 뭐 그 책에도 제가 한 대목 썼는데 로버트 루이 스티븐슨나 보르에스가 말하기를 “글은 일단 쉬워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보르에스는 “긴 글을 쓰는 사람은 짧은 글을 쓸 재주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거다.” 뭐 이런 얘기까지 할 정도였는데요. 그런 얘기는 뭐 저한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이제 아무튼 그런 분들의 말과 글들이 저한테 많이 위로가 됐죠. 짧고 그다음에 쉽게 쓰는 것! 이것이 얼마나 또 괜찮은 일인가.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선생님 글 속에는 릴케나 로맨가리 같은 유명한 소설가들이나 시인들 얘기들이 심심찮게 짤막짤막하게 나오는데 저는 거기서 되게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짧게도 그 사람들의 어떤 메시지를 아주 함축해서 얘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좀 하게 됐거든요. 선생님께서 존경하거나 평소에 생활하시면서 좀 이런 것들을 견지하고 싶어서 항상 읽고 계시는 책이나 시인들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은 그런 분들이 너무 많죠. 너무 많고 제가 그분들의 책의 한 대목을 가지고 그 글들을 좀 몇 개 써서 올렸는데 그걸 하면서도 이게 맞나 이런 생각은 했어요. 근데 이제 책에 대한 비평이나 그런 것들은 많은 사람들이 하잖아요. 또 제가 좋아하는 분들도 너무너무 훌륭한 평론을 쓰기도 하고 책을 소개하는 글들을 많이 쓰는데 그거는 뭐 그런 분들이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제가 또 뭔가 어느 한 책에 대해서 그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냥 제가 그 책들을 읽으면서 메모해도 어느 한 대목들을 가지고 그냥 제 생각을 쓴 거고요. 실제로 살면서 저는 시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 또는 과학자, 철학자 등등 저명한 사람들의 글을 통해서 진짜 많은 것들을 배웠던 것 같아요. 박원수 선생님께서도 그런 뜻으로 “책으로 젊은 피를 수혈할 수 있다면 난 늙지 않을 것 같아 거다.” 뭐 그런 말씀도 하셨는데 조금 젊었을 때보다는 오히려 한 40대 정도가 접어들면서부터 꾸준히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그 시간들이 되게 즐거웠었어요. 매일 어떤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책을 읽었고 그 책들이 또 다른 책을 소개하고 그렇죠. 그 책이 또 다른 책으로 연결이 되고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책을 읽어왔는데 그러다 보니까 뭐 이렇게 한두 명으로 헤아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최근에 제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아마 다음에 나올 책에도 굉장히 많은 이름들이 나올 거예요. 거기 등장하지 않은 수많은 다른 이름들이 있겠지만 이를테면 이런 거죠. 《야마테리슨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를 읽으면 정치하는 사람들한테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하면서 책을 소개해주고 그 책을 보내주고 하면서 편지를 쓰잖아요. 그러니까 정치하는 사람들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같은 것을 훌륭하게 설명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다음에 빈센트 반고흐의 편지 중에 하나를 보면 인물화를 그린다는 사람의 아뜰리에에 가봤는데 소설책이 한 권도 없더라며 그걸 개탄하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소설 한 번 안 읽고 어떤 인물에 대해서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인물화를 그리느냐 이런 얘기를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렇다면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그 사람은 또 그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 글들을 통해서 각양각색의 책 읽을 이유가 다 있다는 것을 저자들이 세상에 대고 설득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 글 속에서 또 하나 제가 인상적으로 느꼈던 것은 평범한 범부들의 어떤 삶의 모습들이었거든요. 어머니부터 시작해서 꽃차를 얘기하시던 아주머니라든가 다산책방 밑에서 시로 편지글을 써주시던 분 사연 등등. 결국은 우리가 볼 때 주변에 일상인들 중에서도 범상치 않은 어떤 모습이나 메시지가 있는 분들도 꽤 많았던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저는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도 또 다른 재미로 다가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셨을 때의 어떤 느낌이나 나름대로 내가 너무 교만하게 살지 않았나 하는 각별한 느낌 같은 것은 없으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되게 좋았죠. 그러니까 일을 할 때는 그렇게까지 시간을 많이 못 냈으니까 이제 일을 그만두고 나서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니까 이런저런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늘 만나던 어머니 같은 경우에도 일을 그만두고 곁에 가가지고 한 며칠씩 같이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까 평소에 보지 못했던 그런 면모들 모습들을 이제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이라는 것도 그렇고 뭔가 이렇게 좀 혼자서 진짜 좀 심심하게 목적 없이 이렇게 다니다가 만난 경우들이 많은데 그럴 때 사실 어떻게 보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거든요. 뭐 그렇잖아요. 뭐 꽃 구경 갔다가 할머니들 만나는 일이야 다반사고 그다음에 어디 섬에 갔을 때 갔다가 그 친절한 동네 사람들 만나서 차 태워주겠다 괜찮다 뭐 이런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아주 지극히 평범한 일이라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기억에 남고 뭔가를 했던 거는 아마 제 마음의 문제도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그전에는 그냥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던 거죠. 그러니까 아이슈타인이 그랬던가요. 누가 그랬던가. ‘일상에서의 그런 경이로움, 이런 것들을 발견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거를 은퇴한 뒤에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 속에서도 그런 대목들이 있었지요. 그래서 또 새삼스럽게 그런 것들이 떠오르고 그런 것들을 이렇게 메모를 해봤더니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늘 스쳐 지나가던 것들을 경이롭게 새로 발견하는 즐거움 같은 것들을 이제 나이 들어서 좀 알아간다고나 할까요? 그런 거죠. 그 이후로 최근에도 이렇게 여행을 친구들하고 다니면서도 그런 대목들이 이렇게 언뜻언뜻 이렇게 발견되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 걸 이렇게 메모를 해놓고는 하는데 아마 이런 경험 같은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것도 한 번 재밌네 하고 하다 보니까 자꾸 눈에 띄고 이거 의미심장하네, 또 그런 게 자꾸 보이고 그런 거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독자들께서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고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랄까 작품 활동이나 차후의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뭐 이 책이 많은 분들한테 선뜻 이렇게 박수 받으면서 읽힐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그런 부분들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어떻게 보면 그냥 제가 좋아서 제 생각이나 어떤 삶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보여지고요.다만 이제 이왕 시작을 했기 때문에 좀 더 지속적으로 이런 형태의 기록은 계속할 것 그다음에 또 조금 다른 형식이나 내용이 좀 다른 어떤 그런 책들도 계속 한번 써볼 생각입니다.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제 조금 부끄럽지 않은 그런 글들이었으면 좋겠고 요즘 뭐 그 책들도 정말 많이 나오는 시대인데 그리고 그 많은 책들이 나오지만 또 읽히는 책은 상당히 드문 그런 시대인데 도대체 내가 왜 여기다 또 하나를 보태야 되나 이런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뭐 그냥 한 사람이 이렇게 일생을 살면서 또 어느 순간 뭔가 정리 하고 싶고 그다음에 그것을 어떤 형태로 자기 나름대로 기록을 하고 싶은 것도 어떤 본능적인 욕망이니까 그렇게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