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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강경호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국문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로 『그날 이전』 『에델바이스』 『천상의 묵시록』(전 2권) 『포세이돈의 후예들』 『푸른 밤 붉은 수레』 『관용』, 소설집으로 『조문시에서 7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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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는 오랜 세월 갇혀 있던 조그만 구멍에서 어떤 세계로 나오게 된다. 어떤 이유로 그 구멍에 갇히게 되었는지도, 또 어떻게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나’를 구멍에서 꺼내주었다는 젊은이는 이곳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 우연히 만난 강아지를 찾아다니는 아주머니는 헐벗은 ‘나’에게 옷가지를 내주는 친절과 함께 ‘미스터 하’라는 절대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 비슷한 듯 다른 낯설고 신비한 세계에서, 어쩐지 수상한 사람들을 만나며, ‘나’는 ‘미스터 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제멸될 위기를 겪기도 하고,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노역장에 끌려가기도 하면서도 마을 사람들의 기형을 고치겠다는 목표만 붙잡고 가는 것이다.
강경호 작가의 『내 강아지들을 만나러 갑니다』는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해 잠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독특한 소설이다. 소설 속의 세계는 죽은 이후에 가는 저세상이지만, 그곳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낙원이나 지옥이 아니라 사람들이 제각각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지금 이 세상처럼 잔인하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한 세상이다. ‘미스터 하’가 정말 신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허상에 불과한지, ‘나’는 ‘미스터 하’를 만날 수 있을지, 아주머니가 찾는 ‘강아지 나라’가 어떤 것인지, 소설은 끝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독자를 끌어들인다.

저자의 말

옆집 할머니네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리를 듣곤 호기심에서 새끼를 보러 갔다. 어미 곁에서 꼬물거리는 게 귀엽고 신기해서 그 뒤 닭고기나 참치 같은 걸 몇 번 주었다. 그렇게 먹이를 주었더니 낯이 익어 내가 나타나면 쪼르르 몰려들었다.
어느 날, 창원 상남 장날이어서 장터에 들르게 됐다. 장날이면 늘 같은 자리에서 푸성귀를 팔던 옆집 할머니가 푸성귀가 아닌 딴 걸 팔고 있었다. 그건 젖을 갓 뗀 어린 강아지였다. 그것도 다 팔고 남은 한 마리. 강아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내게 오려고 라면 상자 안에서 버둥거렸다. 나는 어린 강아지의 간절함을 외면할 수가 없어 그 어린것을 품에 안았다. 강아지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벌써 30여 년 전의 일이다.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기도 하고.

이 책은 자신의 강아지들을 찾아 헤매는 아주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얼굴 기형을 고치려는 한 젊은 남자의 얘기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원(願)하는 것을 이루려면 ‘미스터 하’라는 절대자를 만나야만 합니다. 하지만 절대자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절대자를 만나려는 의지가 굳건합니다. 아마도 의지는 영속하고 그 의지가 끝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책 속에서

공의 구멍에 들어간 건 순전히 타의였다. 거부할 수 없는 일종의 의례이고 불가항력적이어서 나뿐만 아니라 누구 하나 원치 않는 까닭에 타의일 수밖에 없다. 공의 구멍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명확지 않다. 혹자는 인간의 심판자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이 세계를 창조한 조물주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모두 신빙성이 없는, 지어낸 얘기에 불과하다. 왜냐면 인간만의 얘기이니까. 나처럼 인간이면 누구든 구멍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구멍에 갇힌 기간이 각자 다를 뿐이다. 구멍에 갇힌 건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이고, 그리고 가당찮은 욕심 때문이었다. 방종에 가까운 욕구를 채우다 못해 다음 세상에서 다시금 살고 싶은 욕심, 그러한 욕심을 갖지 않았다면 쇠공에 갇히는 고통은 겪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처음 구멍에 들어갔을 때 벽이 말랑하고 몸이 잠기는 듯한 아늑함, 그렇지만 입구가 닫히고 봉해지는 순간, 암흑과 함께 찾아든 두려움과 속박이 나의 모든 것인 줄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9쪽)

남자가 술 단지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저만치 갈 즘, 노인이 내게 “오히려 잘된 일인지 몰라요.” 하고 위로 같지 않은 위로의 말을 하더니, 대뜸 “혹시 밭에 기둥 같은 게 서 있는 걸 봤어요?” 하고 물었다. 내가 밭 가운데 선 기둥을 떠올려 “봤습니다.”라고 간명하게 대답하자 노인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리고 낙담하듯 “그렇군요.”라며 고개마저 떨구었다. 나로선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물론 노인이 기둥의 용도를 아는 탓에 이토록 낙심천만 하는 것일 테지만 예사롭지 않은 건 분명했다. 내가 ‘무슨 까닭이냐’고 물어보려는 차에 노인이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기둥을 봤다면 나나 그대에게 나쁜 징조예요. 여자들이 누굴 선택할지 모르지만 질긴 고기를 선택했으면 합니다. 나는 늙었고 그대는 오랜 인고 끝에 막 이곳 세상에 왔으니 더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59~60쪽)

“글쎄요.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닐 거예요. 물론 그자가 진짜 ‘미스터 하’의 시자에게 들었다면 맞겠지요. 이건 내 추측이지만, ‘미스터 하’를 저세상이나 이 세상이나 그 어디에서도 만났다는 사람이 없으니 ‘미스터 하’는 가상의 존재일 수 있어요. 그래서 ‘미스터 하’를 들먹이는 진짜 시자들이 ‘미스터 하’이면서 아닌 양 호도하는 게 아닌가 해요. 내가 ‘미스터 하’의 성소에서 목격한 인물도 분명 여성이었으니까요. 이런 점들에 미뤄봐서 ‘미스터 하’가 동물들 나라의 총집사라는 게 빈말 같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그 총집사 역시 ‘미스터 하’로 인식되는 진짜 시자일 수도 있지만……, 또 내가 ‘덴 하루’에 살 때 들은 말 중에 ‘강 저편에 강아지 나라가 있고, 그 강아지 나라의 출입자를 통제하는 건 여성이다’라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하고요. 아무튼 정우 씨가 ‘미스터 하’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덴 하루’에 가보는 게 낫지 않겠어요? ‘덴 하루’에는 ‘미스터 하’의 실체를 알고 있는 재사(才士)가 필시 있을 거예요. 여기 선민의 도시보다 억압이 덜해 자유롭기도 하고요. 누가 압니까? 정우 씨가 ‘덴 하루’에서 우연한 인연으로 ‘크로스 라이프’ 주민들의 얼굴 기형을 고칠 처방을 얻게 될지…….”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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