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프레모니션 출판사가 소설 ‘A.D.K.D.N.! (부제: 영혼의 알레고리)를 펴냈다.
출판사는 이 책이 ‘아름다운 문장과 이야기로 풀어낸 영혼의 알레고리’라고 전했다.
A.D.K.D.N.! 속 모든 등장인물은 환경에 의해 각자가 고유한 모양으로 조금씩 부서져 있다. 균열은 그들로 하여금 특정한 것을 갈망하게 하고, 지금의 현실이 아닌 마음속 세상을 기웃거리게 한다. 마음의 한 줄기 빛을 따라 오래도록 고독 속을 걸어 나가던 그들은 마음으로만 그리던 세상을 조금씩 떼어다 현실로 가져다 놓는 법을 배우게 된다. 한참 길을 걷던 그들은 생각한다. 그동안 그토록 도망치고 싶어 했던 그림자가 사실은 한 겹 베일로 가려진 자유의 씨앗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씨앗을 나의 인생에 심어 넣은 주체가 잊고 있던 나의 반쪽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교묘한 서사로 물 흐르듯 풀어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책을 펼친 독자들도 평범하던 하루가 끝없이 신비롭게 확장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고립된 생활을 하던 소설 속 주인공 ‘나’는 우연히 한 여자(디도)를 만나 사 년간 함께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 그녀는 떠나고, ‘나’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게 된다. 세 번째 같은 꿈을 꾼 이튿날 미술관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사라진 그녀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된다. 그녀는 ‘뮈스테리온’이라는 곳에 있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의 과거와 나의 현재, 그리고 뮈스테리온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에서 ‘나’는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된다. 전혀 다른 순간을 걷고 있던 나와 디도, 카와 니보의 (뮈스테리온인) 운명은 간절함으로 얽히게 되고, 서로가 서로의 밀알이 된다. 마음의 어둠 속에서 싹튼 빛의 씨앗은 그들로 하여금 서로를 도와 이전에는 없던 순간을 불러오게 했다. 서로의 도움으로 과거의 문을 닫고 새로운 문을 열게 된 그들은 각기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저마다의 새로운 길로 흩어져 걸어 나가게 된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별도 전문 편집인의 편집 없이 작가의 원 문장 그대로 인쇄되었는데, 그 이유가 작가의 마음에서 나온 조금은 투박하지만 순수한 문장 그대로 독자와 소통하는 시도를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초판 1쇄 이벤트가 현재 진행 중이며 추첨을 통해 당첨 독자를 추후에 있을 작가 낭독회에 초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책 속에서
뮈스테리온도 사람의 껍데기도 결국은 비밀을 지키기 위한 장막인지도 모른다. 은밀함이 밖으로 새어 나가 존재를 잃게 되는 일이 없도록 지키는 것이다. 하나의 세상에 균열을 가져다주는 비밀의 은밀함이 쇠한다면 이를 에워싸고 있던 공간도 단면적으로 변해버릴는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자신 안에서 스스로 분열해 충만한 세계를 이루고 있던 환상이 모두 지워지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는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림자의 세계와 지상의 세계 가운데 하나를. -p.67
혼자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평안하고, 안락하고, 이해받는 곳에서 홀로 자근자근 숨을 내쉬다 문득 밀려오는 외로움에 세상과 연결된 일말의 가지를 다시 꼭 붙잡는 일. 그렇게 붙잡은 가지를 타고 고군분투 수면 위로 올라가 세상을 눈에 채우고 다시 익숙한 곳으로 내려오는 일이다. 작은 사건에 끊임없이 의미 부여를 하며 더듬더듬 인과를 좇아 여러 가지 뿌리를 끝없이 탐색 하는 일. -p.29
“···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논리의 인과에 위배되어 모순적으로 보이는, 혹은 본인이 가슴 답답하다고 느끼는 그런 점이 실은 강한 신념을 자아내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라고 말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모순적이고 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일수록 사람들에게서 강한 신념을 자아낼 수 있어요. 이미 인과에 척척 들어맞는 것이라면 신념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냥 그렇게 알고 있을 뿐이죠. 시련과 고난을 겪을 일도 없고요. 많은 시험과 고난을 견디며 맹목적으로 믿을 수 있는 그 어떤 것에는 필연적으로 모순적이고, 또 논리적 인과로는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해요. 그것이 진리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겠죠.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 자체가 엄청나게 맹목적이기까지 한 믿음을 가려낸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맹목적인 신념과 믿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어요. 엄청난 기적이 행해지는 세상을요. 예를 들면 이 앞의 장엄한 건축물을 짓는 일과 같은 것들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르죠. 다시 말하지만, 저는 분명 어떠한 진리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시스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p.35-36
거대한 고독에는 큰 힘이 있다. 마음의 눈으로만 보이는 것을 향해 오랜 길을 걸어온 사람은 고결한 결정이 되어 주변을 비춘다. 눈에 보이지 않던 무색의 빛이 크리스털을 지나며 여러 아름다운 색채를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영혼의 결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애로운 빛을 향해 사람들은 너도나도 손을 뻗는다. 그 순간 문득 비친 자유의 모습은 가능성의 씨앗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한 알씩 떨어진다. 남들도 모르게 씨앗은 조용히 가슴속에서 싹을 틔울 것이다. 사실, 한 알의 밀은 죽은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가능성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p.69-70
하지만 세상은 늘 그렇듯, 멈춰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매 순간은 영원할 테니 계속해서 변화하는 순간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나는 자신이 순간의 장면을 물질로 만들어 내는 양 떼 무리의 일원같이 느껴졌다. 양치기인 세상은 성실하게도 우리를 인생으로 몰고 또 몰아갔다. 그렇게 우리의 자아는 계속해서 살이 찌겠지.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