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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식당의 인문학: 거래와 환대의 윤리를 위하여
2강 해석하는 인간: 행지行知와 해석학의 실용적 전환
3강 ‘잔인하지-않기’에서 신뢰까지: 사회 윤리의 새 지평
4강 누적적 계기론: 방법, 방편, 계기, 자득, 구제
5강 개념으로 길을 열고 시로써 누리다
6강 ‘윤석열 현상’과 한국적 교양의 실패
7강 여자들의 공부론
8강 글쓰기의 인문학
9강 사상이란 무엇인가: 빚진 정신의 감사와 마음의 길
저자 소개
저자 : 김영민
철학자. 『서양철학사의 구조와 과학』(1991), 『동무론』(2010~) 3부작, 『집중과 영혼』(2017) 등을 썼다. 천안과 서울 등지에서 인문학 학교 ‘장숙藏孰’(http://jehhs.co.kr/)을 열어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첫 시집 『옆방의 부처』를 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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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정신과 말의 존재인 인간은 해석의 방에서 산다
철학은 체계로의 수렴이 아닌 확산을

2강 ‘해석하는 인간’은 해석학을 가다머나 니체가 논한 학술적 맥락에서 다루지 않는다. 정신적 존재인 인간은 모든 일에 이미 해석하며 개입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파멸로 치닫는 결정이나 문명의 정점에 올라섰던 경험들은 해석의 한 끗 차이로 인한 결과다. 텍스트는 어떤 것이든 불완전하고 애매하며, 따라서 그에 대한 해석 역시 문제적일 수밖에 없다. 해석에 임하는 가장 현명한 자세는 늘 조심하는 것인데, 저자의 이러한 해석학 역시 실용적 관점을 따른다. 해석은 인식이나 이해의 차원만이 아니라 행함과 결부되는 복합적인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행지行知’가 사태의 진상을 압축한다고 말한다. 행함行이 앎知과 이처럼 얽혀 있다면, 앎이 재서술에 의해 끊임없이 변용되듯이 해석 역시 끊임없이 다시 이루어질 수 있어 자신의 생산성을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무엇보다 정신과 말로 된 옷을 존재에 걸치다시피 하며 해석의 방에서 기거하는 존재다. 하지만 편견은 덫처럼 삶에 드리워져 있고, 미망迷妄은 호흡하는 공기처럼 대기에 퍼져 있으며, 그 와중에 각 개인은 자신이 취한 이데올로기를 일방향으로 몰고 나간다. 따라서 해석을 실천의 관점에서 보려면 체계로의 수렴에서 끊임없이 벗어나며 앎을 삶으로 투과해 ‘확산’을 이뤄내야 한다. 철학이 체계화되는 순간 수행적 측면은 격하되면서 삶과 분리될 위험이 있다. 인간은 해석 한번 잘못해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늘 기억할 것은 해석의 책임이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대부분의 해석은 책임을 쉽게 회피할 수 있을 만큼 애매한 회색지대에 걸쳐 있다. 해석자와 텍스트, 주객 간의 상호 개입은 정도와 범위와 깊이가 측량 불가능할 만큼 한정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사 ‘모른다’라는 겸허를 지니고 실용성의 방향으로 말길을 트면서 자기 정화의 발판을 디뎌볼 것을 권한다.

자기를 배려하고 주변을 바꿔내는 여자들의 공부

이 책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대학 바깥에서 밀도 높게 이뤄지는 여자들의 공부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이끄는 공부 모임에서도 남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지워나가는 사이 여자들이 들어와 기존 지형에 균열을 일으킬 만큼 존재를 키워왔다. 저자는 여자들과의 공부로 인해 자기 몸이 달라진 경험을 이전 글들에서 몇 번 이야기한 적 있는데, 8강에서는 여자들이 자기계발과 연대와 사회 변화를 향한 리좀적 활동의 가능성에 눈떠가는 모습을 다룬다. 여자들은 긴 세월 정신문화적 지형을 조형하는 자리에서 소외되어온 탓에 오히려 생활세계의 낮은 자리에서 통하는 이치와 감성에 정통해졌고, 기능적 완벽성 대신 의사소통적 타협에 능란해졌다. 여자들은 “생식이라는 진화론의 대전제를 문명 문화적 우회로를 통해 리비도적 분류로, 사랑의 힘으로 승화·번역하”며, 남자들이 전쟁 속에서 모든 것을 무너뜨릴 때조차 새로운 시작을 위한 영도零度를 예비하면서 명랑하게 웃는다.

대학 바깥의 여자들이 하는 공부는 생활과 더불어 생활 너머까지 힘겹게 엿보려는 노동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등에 남편과 아이들을 짊어진 채 몸의 제도와 버릇을 바꿔내려고 애쓰면서 공부하는 주체로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공부란 워낙 약자들의 것이라고 말한다. 여자들은 남자보다 학습능력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이는데, 강자-남성들이 일군 기존의 정신 지형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공부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실용성은 강조된다. 자기 변화와 자기 구제를 위해 배운다는 것은 무엇보다 실용성의 이치를 꿰뚫는 일이다. 삶의 실용성을 체득한 역사적 존재가 바로 여자들이며, 배움에 있어 필요한 현명한 복종과 지배의 태도 속에는 늘 인문학적 감성이 번득인다. 여자들은 앞서 강조한 ‘모른다-모른다-모른다’를 몸에 체득하고 있으며, 약자적 체험의 침전과 유연성으로 각자의 공부길을 열어나간다.

장숙강 시리즈 1권에서도 몇몇 정치인을 다루었듯 이 책의 6강도 정치인들을 통해서 한국적 교양의 실패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종양처럼 드러난 ‘윤석열 현상’은 타자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사회 표면으로 떠오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글쓰기 강의는 매번 이뤄지지만, 그 반복은 더 넓고 깊어지며 글을 쓰지 않는 이들에게 다시 글쓰기로 나아가도록 독려한다. 글쓰기는 매일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이는 공부를 위한 도구를 넘어 인간이 희망할 수 있는 행위의 깊이를 포괄하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대한 강의는 ‘사상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로 이어지면서 공부의 더 깊은 세계를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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