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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 좌절의 밑바닥에서

경직된 국가
01 오경석의 서글픈 배신
02 조선, 근대 조약 질서 속으로 뛰어들다
03 청, 조선의 숨통을 바싹 틀어쥐다
04 임오군란: 청·일, 조선에서 살벌하게 맞서다
05 김옥균의 모험, 조선에 증오의 씨를 뿌리다
06 고종의 ‘러시아 접근’, 조선을 누란의 위기에 빠뜨리다
07 야욕 드러낸 일본, “우리 ‘이익선’ 초점은 조선”

선택의 기로
08 동학, 청일전쟁에 불을 붙이다
09 일본, 개전을 밀어붙이다
10 일본과 ‘일본당’, 결탁하다
11 고종과 민중, 갑오개혁에 저항하다
12 명성황후의 죽음, 고종과 개혁 세력 ‘불구대천’ 원수가 되다
13 아관파천과 고종, ‘개혁’을 도륙 내다
14 고종의 두 번째 ‘러시아 접근’ 실패하다
15 고종의 혼미, 일본의 뒤집기
16 독립협회의 몸부림, 일본이 만세를 부르다
17 독립협회의 정치 개혁, 끝내 좌절하다

망국의 길
18 의화단사건, 살얼음 같던 ‘러·일 균형’을 깨다
19 대한제국, ‘중립화’와 ‘일본 예속’의 갈림길에 서다
20 일본, 러시아의 ‘중립화 제안’을 걷어차다
21 ‘영일동맹’, 대한제국을 옭아매다
22 러시아, ‘신노선’으로 맞서다
23 대한제국, ‘전시중립 선언’에 운명을 걸다
24 한일의정서, 대한제국의 멱통을 움켜쥐다
25 “한국을 우리 제국 판도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라”
26 을사늑약 체결되다

에필로그_ 망국의 원인을 생각하다

감사의 말
주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자 : 길윤형
1977년 서울 출생.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2001년 11월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국제부 등을 거쳤고, 2013년 9월부터 3년 반 동안 도쿄 특파원으로 재직했다. 귀국 후 《한겨레21》 편집장과 《한겨레》 국제뉴스팀장, 통일외교팀장을 맡았고 국제부장을 거쳐 통일외교국제 담당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나는 조선인 가미카제다》 《아베는 누구인가》 《안창남, 서른 해의 불꽃같은 삶》 《26일 동안의 광복》 《신냉전 한일전》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는 날조기자가 아니다》 《아베 삼대》 《공생을 향하여》 《북일 교섭 30년》이 있다.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정세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글을 쓰려고 한다. 미·일동맹에 관한 책을 번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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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경직된 국가, 1876~1893
19세기 후반, 세계가 제국주의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 조선은 여전히 중화 질서에 묶여 있었다. 청의 쇠퇴와 서양 문명의 도래를 목격한 역관 오경석은 개항의 필요성을 외쳤지만, 조선의 지배층은 그를 ‘배신자’로 몰았다. 결국 1876년 일본이 운요호사건을 일으켜 강화도조약을 강제 체결하며 조선은 근대 국제 질서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불평등조약이라는 굴레 속에서 자주권은 약화하고, 청은 이를 틈 타 조선을 다시 속방처럼 다루고자 한다. 임오군란으로 조선 내부의 혼란이 폭발하자 청과 일본이 군대를 파견하고, 조선의 군사적 주권은 사실상 사라졌다. 김옥균의 갑신정변은 근대화를 향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지만, 청의 개입으로 실패하고 개혁 세력은 친일파로 낙인찍혔다. 고종은 청의 간섭을 피하려 러시아에 손을 내밀었으나, 외교적 역량 부족으로 오히려 외세 경쟁의 장으로 조선을 내몰았다. 전통에 묶인 정치 체제와 우유부단한 군주, 분열된 엘리트들 속에서 조선은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이렇게 조선은 ‘개혁의 문’을 열지도 닫지도 못한 채, ‘경직된 국가’로 근대의 첫 관문에서 비틀거렸다.

“조선이 지금 독립국인지 속국인지 모르겠다.”
“왜 귀국 자신의 일을 귀하가 모르는가?”
“귀국(일본)이나 미국과 대등한 조약을 체결해 독립을 승인받았지만 지나는 (서울에) 병력을 파견해 두면서 속국 취급하기 때문이다.”
_ 97쪽

선택의 기로, 1894~1899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은 조선 민중의 개혁 열망을 폭발시켰지만, 이를 진압하겠다는 구실로 청과 일본이 동시에 한반도로 파병하면서 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청일전쟁의 결과 일본이 승리하자 조선의 근대화는 일본 주도의 ‘갑오개혁’이라는 왜곡된 형태로 추진되었다. 신분제 폐지와 제도 개편이 이루어졌으나, 주권을 잃은 개혁은 껍데기뿐이었다. 1895년 명성황후가 일본 세력에 의해 시해되면서 고종은 일본에 대한 증오로 러시아 쪽에 피신하고, 조정은 친러 정권으로 재편되었다. 아관파천 이후 개혁은 완전히 중단되었고, 고종은 황제권 강화를 위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오히려 시대를 거슬렀다. 그 틈에 독립협회가 등장해 입헌군주제와 민권을 외쳤지만, 고종의 불신과 탄압으로 해산된다. 개혁파는 외세 의존과 내부 개혁 사이에서 방향을 잃었고, 조선의 정치는 다시 혼돈에 빠졌다. 이렇게 조선은 개혁의 기회를 두 번이나 스스로 걷어차며, 자주독립의 길 대신 외세 의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조선은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 채, 타인의 계산에 따라 흔들리는 나라가 되었다.

“신 등이 생각건대 나라가 나라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 하나는 자립하여 다른 나라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스스로 닦아서 정사와 법도를 온 나라에 행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하늘에서 우리 폐하에게 부여해 준 하나의 큰 권한입니다. 이 권한이 없으면 그 나라가 없는 것입니다.”
_ 276쪽

망국의 길, 1900~1905
의화단사건 이후 청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만주를 장악하면서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이 깨진다. 대한제국은 중립화를 주장했지만 실질적 힘이 없었고, 1902년 영일동맹으로 일본의 조선 지배는 국제적으로 승인되었다. 한편, 러시아와 일본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일본은 전쟁을 택했다.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고종은 중립을 선언했으나 일본은 이를 무시하고 한반도를 병참 기지화했다. 일본은 ‘한일의정서’를 통해 조선의 외교와 군사권을 장악했고, 이후 재정·통신·철도까지 완전히 통제했다. 1905년 쓰시마해전에서 일본이 승리하고, 포츠머스조약으로 러시아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인정하면서 조선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일본은 조선을 제국 판도의 일부로 선언하고 통감부 설치를 추진했다. 같은 해 11월 17일, 일본은 무력과 협박으로 을사늑약을 강제 체결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했다. 그 순간 조선은 명목상 독립국이지만 실제로는 보호국, 즉 식민지의 문턱에 들어섰다. 결국 개혁도 외교도 실패한 채, 조선은 준비되지 않은 근대의 파고에 휩쓸려 역사에서 사라졌다.
망국의 원인은 외세만이 아니라 역사적 갈림길에서 잘못된 선택을 거듭한 내부의 실패였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속에서, 120년 전 조선의 선택을 되짚어야 할 이유다.

“오호! 나라의 치욕과 백성의 욕됨이 이에 이르렀다. 우리 인민은 장차 생존경쟁에서 모두 죽어서 사라질 것이다. 대개 살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죽고, 죽기를 각오한 자는 도리어 살 것이니 여러분은 어찌 이것을 알지 못하는가.”
_ 4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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