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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주의 철학에 대한 몇 가지 반성 7
에마뉘엘 레비나스

해설
원초적 악 27
미겔 아방수르

옮긴이 해제
전체주의의 폭력을 끊임없이 경계한
철학자의 첫 번째 철학적 성찰 119
김동규

저자 소개
저자 : 에마누엘 레비나스
1906년 지금은 리투아니아의 카우나스에 해당하는 러시아제국 코브노에서 태어났다. 1923년부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 공부했고, 1928~1929년에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 유학하여 후설과 하이데거에게 현상학을 배웠다. 1930년 『후설 현상학에서의 직관 이론』이라는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이스라엘 동방사범학교에서 일하며 여러 철학적 작업을 병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프랑스군 통역 부사관으로 전쟁에 참여했으며 독일군에게 포로로 수용되기도 했다. 전쟁 중에 레비나스는 가족을 모두 잃었으나, 본인은 프랑스군으로 분류되었기에 살아남았다. 전후 서양철학이 전체성과 전쟁에 암묵적으로 공모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유를 펼쳐 내기 시작했다. 주체성과 타자성을 전체성으로 환원해서 파악하는 전통 서양철학이 전쟁과 전체주의에 이론적 기저가 된 것은 아닌지 물은 것이다. 이에 레비나스는 『존재에서 존재자로』(1947), 『전체성과 무한』(1961), 『존재와 달리 존재성을 넘어』(1974) 등의 책에서 타자성의 윤리와 전체성 너머의 선의 성취, 새로운 주체성의 고안 등을 통해 서양철학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부단하게 노력했다. 그 이외에도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겼으며, 낭테르대학교를 거쳐 소르본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교수직을 은퇴한 후에도 활발하게 강연, 집필 활동을 하다가 1995년 12월 25일에 89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역자 : 김동규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로 일하고 있다. 총신대학교 신학과에서 신학을,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벨기에 루뱅대학교(KU Leuven [Louvain]) 신학&종교학과, 같은 학교 후설문서보관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종교철학, 종교학, 신학, 현상학을 연구했다. 주요 저작으로 『선물과 신비: 장-뤽 마리옹의 신-담론』, 『장뤽 마리옹』,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공저)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전체성과 무한』에서 ‘나(들)’의 다원주의」, 「진리의 초과, 주어진 자기: 마리옹의 아우구스티누스 해석에 대한 비판적 고찰」, 「상호성을 넘어서: 폴 리쾨르에게서 주어짐과 선물」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장-뤽 마리옹의 『과잉에 관하여』, 레비나스의 『후설 현상학에서의 직관 이론』, 『탈출에 관해서』, 『윤리와 무한: 필립 네모와의 대화』, 리처드 카니의 『재신론』, 메롤드 웨스트폴의 『초월과 자기-초월: 아우구스티누스부터 레비나스/키에르케고어까지』 등이 있다.

해설 : 미겔 아방수르
1939년 파리에서 태어난 정치철학자다. 1973년 질 들뢰즈의 지도를 받아 마르크스와 유토피아의 관계를 다루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유토피아의 형태들』이라는 논문으로 국가박사학위를 받았고, 랭스대학교를 거쳐 파리7 디드로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쳤으며, 퇴임 후 같은 학교 명예교수로 추대되었다. 자크 데리다와 장-프랑수아 리오타르의 뒤를 이어 1985년부터 1987년까지 국제철학대학(College international de philosophie)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아방수르는 진보적 자유주의와 급진 민주주의를 개진한 사상가로 알려져 있으며, 클로드 르포르, 마르셀 고셰와 같은 사상가들과 더불어 전후 프랑스 정치철학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에티엔 드 라 보에시가 제기한 “왜 억압받는 다수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가?”라는 물음을 자신의 철학적 문제로 삼았으며, 이를 스피노자가 제시한 정식을 따라 “왜 인간은 자신의 구원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자신의 노예 상태를 위해 싸우는가?”라는 물음으로 전유함으로써 본인의 주제 의식을 한층 확장했다.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저널리스트로, 잡지 편집자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다 2017년 작고했다. 지은 책으로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부터 발터 벤야민까지』(2000), 『국가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마르크스와 마키아벨리적 순간』(2004), 『정치철학에 맞서는 한나 아렌트?』(2006), 『레비나스』(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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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전체주의의 위기에 휩싸인 위태로운 세계에
다시 도착한 1934년의 편지

신체적 힘의 강화, 생존 의지의 극대화는
전체주의 세력의 이론적 토대일 뿐!

레비나스의 1934년 시론 『히틀러주의 철학에 대한 몇 가지 반성』은 피해자라는 가면을 쓴 전체주의자들에게 그가 보내는 일종의 반송 편지와도 같은 글이다. 이 책의 첫 해설자 미겔 아방수르가 지적하듯, 그것은 독일이라는 패전국을 힘으로 재건하려 했던 히틀러의 편에 선 하이데거에게 보내는 편지로도 읽힐 수 있으며, 동시에 피해자 지위를 방패 삼아 폭력을 일삼는 모든 이들에게 거울처럼 비추어 사용할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히틀러주의는 영혼이나 정신과 같은 고차적 가치에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신체의 해방을 추구한 일종의 정치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히틀러와 그 추종자들, 더 나아가 그를 비호하며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당시 독일 사상가들까지도 예외 없이 신체적 힘을 강화하고 생존 의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일종의 ‘최고선’으로 삼았다. 이는 단지 유럽을 지배해 온 정신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레비나스가 지적했듯 인간의 인간성 자체를 다시 문제 삼는 움직임이었다. 추상적이거나 고상한 가치를 거부한 채, 현실을 지배하려는 욕망은 신체적 힘의 과시와 생존 투쟁에서의 승리라는 야망만을 남겼다. 레비나스가 보기에는 히틀러 제국의 지배 이념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피해자 가면을 쓰고
힘의 팽창을 정당화하는 논리의 속살을 들여다보라!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이념 속에 자신을 피해자, 혹은 약자로 둔갑시키는 기묘한 전략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히틀러는 근대화와 근대 정신의 희생자가 자신과 독일 민족이라고 주장했고, 그 반대편에 선 수혜자는 유대인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근대 자유주의와 그리스도교 이념에 맞서 힘과 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더 나아가 그 힘을 설득이나 전파가 아닌 팽창의 논리로 확장한 것이야말로 레비나스가 진단한 히틀러주의의 핵심이었다.

겉보기에 이런 단순한 사고방식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무익하고 해로운 것으로 낙인찍힌 듯하지만, 실상은 오늘날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압박하는 네타냐후가 내세운 투쟁의 주요 근거 또한 ‘생존’이다. 그는 “자국 영토 위에서 유대 민족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공언했다. 우리가 보기에 이스라엘의 생존은 더 이상 위협받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약자로 규정하면서 힘의 팽창을 정당화한다. 레비나스가 생전에 이스라엘 내부의 폭력 정당화를 두고 비판했던 목소리―“모든 상황에서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말하기 위해 ‘홀로코스트’를 내세우는 것은, 가해자들[나치군]의 허리띠에 새겨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Gott mit uns)이라는 문구만큼이나 혐오스럽다”―는 이제 거의 기억되지 않는 듯하다.

자유와 인권 옹호 vs. 국익과 민족의 힘
그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만의 논리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주요 선동 대상이었던 백인 노동자들 또한 여성과 이민자 앞에서 자신들이 약자라고 주장한다. 이 틈을 파고든 전략 역시 ‘생존’과 ‘힘’의 논리였다. 가까이 한국 사회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드러난다. 내란의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이들이 내란의 수괴를 두둔하고, 물리적 힘으로 정세를 뒤집으려 했다. 법원에 대한 폭력 행사 또한 그들의 ‘생존 의지’를 드러내는 사례이다. 민주주의라는 기본 질서를 가까스로 지켜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여전히 외국인을 혐오하고, 국내 정치를 ‘한일전’과 같은 민족 간 생존 대결로 규정하며, 인종적 힘의 결집을 기만적으로 꾀하는 전체주의적 생존 의지가 다른 얼굴로 살아 있는지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트럼프 정부가 조지아주에 파견한 한국 노동자들을 반인권적으로 구금한 사건에 분노한다. 이는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반인권적 행태에는 둔감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인권보다 국가나 민족이라는 정서적 틀을 따라 인종적으로 현실에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체주의로 회귀하려는 내란 세력에 맞선 것도 시민들의 자화상이지만, 자유와 인권 옹호와 국익과 민족의 힘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도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까?

전체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와 비판 정신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

이 모든 현실 속에서 레비나스의 1934년 시론은 여전히 강한 울림을 남긴다. 훗날 그는 히틀러주의에 ‘철학’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이는 적어도 그 당시 그것이 일종의 범속한 대중 철학으로 통용되었음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혐오와 배제, 폭력에 기대어 이를 증폭시키는 오늘날의 ‘대중 철학’은 무엇인가? ??히틀러주의 철학에 대한 몇 가지 반성??은 이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레비나스가 당대에 품었던 전체주의에 대한 경계와 비판 정신이 무엇이었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서는 1934년의 레비나스가 전체주의의 공포에 휩싸여 있는 2025년의 우리에게 보낸 시대를 초월한 편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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