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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서 사는 생명
외계인이라는 상상이 온몸을 지배하던 시간
철갑상어를 키우는 서강이
뜻밖의 고백
그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천 살이 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천장에 매달린 박쥐 인간
학폭 재판은 용병들의 전투
두 외계인의 전투
기억나는 것이 더 소중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힘
나도 외계인이 아닐까?
산다는 건 뭘까?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이상권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임진강, 나산강 유역에서 성장했다.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9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소설을 발표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청소년 소설 『1점 때문에』 『서울 사는 외계인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생태 에세이 『소년의 식물기』 『위로하는 애벌레』 등을 썼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고1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고,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를 비롯하여 10여 권의 책이 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으로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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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뭐든 잘하는 소녀와 잘난 것 하나 없는 소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아온 시간의 힘을 걸고
외계 생명의 위협에 맞서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9권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이 출간되었다. 자연과 생태, 삶의 순환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이상권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주목한 건 ‘정체성’이다. 내가 누구인지 쉽게 정의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우린 저마다의 별에서 왔으니, 외계 생명처럼 특별한 존재”라는 낯선 위로가 저 먼 우주로부터 도착했다.
전작 『서울 사는 외계인들』이 세상에 벽을 둘러친 청소년이 스스로를 ‘외계인’으로 정의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작품이었다면, 유사한 제목을 채택한 이번 신작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은 청소년들이 마주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진짜 외계인’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맥락으로 풀어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우수 장학생 정초율은 사실 어린 시절 크게 앓아 한글도 늦게 깨치고 공부와도 거리가 먼 아이였다. 그러나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다른 존재로 탈바꿈했다. 예전의 허약한 시간을 싹 지워버리고 모든 것에 능통한 아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초율은 종종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아진다.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누워 있는 초율에게 십오 년간 키우던 금붕어 ‘파란별’이 물속으로 들어오라고 초음파를 사용해 말한다. 그러면서 초율이 자신과 같은 ‘미러클 스타’의 외계 생물이라는 당혹스러운 말까지 전한다. 신기하게도 초율은 파란별의 말에 따라 물고기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 수족관 안으로 순간 이동하고 그곳에서 헤엄치면서 안정감을 느낀다.

“초율아, 이리 들어와. 넌 이제 새로운 삶을 받아들일 때가 된 거야.”
초율은 억지로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누가 있을 리가 없다. 너무 힘들면 헛소리도 들리기 마련이다. 마른 숨을 고르고 다시 눈꺼풀을 내린다.
“수족관으로 들어와, 얼른! 더 지체하면 위험해질 수 있어.”
허스키하고 울림이 많은 목소리였다. 초율은 상체를 일으키면서 책상 위 작은 수족관으로 눈길을 보냈다. 금붕어 한 마리가 하늘거린다.
“파란별, 지금 네가 나한테 말하는 거야?”
_본문 중

반면 초율의 이란성 쌍둥이 정선율은 초율과 반대로 어린 시절 영재 소리를 들었으나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성적도 낮아지고, 키도 커지지 않았다. 대신 선율에게는 ‘서강’이라는 친구가 있다. 키도 크고 아이돌처럼 잘생긴 서강이 선율에게 친근하게 굴어 와 둘은 친구가 됐다. 그러나 선율이 짝사랑하는 윤하가 서강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선율은 깊은 자괴감에 빠진다.
어느 날 서강의 집에 초대받은 선율. 선율은 서강이 집에서 키우는 철갑상어를 보고 놀란다. 서강은 선율 앞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들은 통하는 게 있다며 초율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자기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만 관심을 가진다는 소외감과 어렸을 때의 총명함을 잃었다는 열등감 때문에 선율은 답답한 마음에 학교도 가지 않고 정처 없이 거닐기 시작한다. 그러다 선율은 클라이밍 센터를 발견하고 오랜만에 무언가 하고 싶다는 충동과 설렘을 느낀다.

윤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제발 뇌에서 삭제되었으면 좋겠다. 선율은 다른 상상을 하려고 애쓰다가 서강의 얼굴이 떠오르자, 이럴 땐 뇌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뇌를 통제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잡념이 괴롭힐 땐 그 스위치를 꺼 버리면 될 테니까. 요즘 들어 선율은 자기 생각을 통제할 수가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어떤 생각이 한번 싹을 틔우면 끝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된다.
특히 잠자리에서 그런 미로에 빠져 가수면 상태로 허우적거리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왜 이렇게 헛생각이 증식하는 걸까.
_본문 중

한편, 물고기로 지내면서 안정을 찾은 초율은 맹목적으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공부에 흥미가 있는지 알아간다. 의대를 목표로 공부했지만, 이제는 물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초율은 성적과 상관 없이 자신의 흥미를 위해 시간을 보낸다.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초율의 앞에 나타난 서강은 초율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초율이 아무리 거절해도 강압적으로 교제를 강요하는 서강. 초율이 끝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도리어 초율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파란별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자, 파란별은 자신이 알게 된 서강의 비밀을 초율에게 들려주는데…….

“난 비밀경찰이야. 흉악한 시간 털이 범죄자를 쫓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 왔어. 이젠 늙어서 직접 체포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계속 그를 감시하고 있었어.”
“좀 알아듣게 이야기해 줘. 나는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어.”
_본문 중

외계인들의 ‘나’를 찾기 위한 성간(聖間) 비행
“어떻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것인지 그건 몰라.
그래서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거야.”

이상권 작가는 청소년들이 숱한 갈등과 고난을 겪더라도 툭툭 털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생명력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주고자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이 세상엔 나와 다른 사람들이 훨씬 많다. 사람의 수만큼 개성과 정체성이 존재한다면 모두 다른 별에서 온 외계 생명이라는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의 이야기가 더욱 타당하게 느껴진다. 작중에서 성장이 더뎠던 초율이 아팠던 시간을 싹 지워버리고 천재 소녀가 된 것, 천재 소년이었던 선율이 도리어 부진하게 된 것처럼 내 몸 안의 외계 생명이 고향 별로 돌아가고, 다른 생명이 자리함으로써 우리는 성장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흠결도 사실은 나만의 독특한 ‘개성’과 ‘정체성’인 것이 아닐까.

선율은 똑바로 초율을 올려다본다.
“너도 외계인이지? 맞지?”
초율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선율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초율은 먼 허공으로 눈길을 보낸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우린 어차피 어디서 왔는지 모르잖아?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_본문 중

가족을 지키기 위해 타인이 정해준 ‘외계 생명’이 아닌, ‘정우 씨’의 딸이며 선율의 누나로 남겠다는 초율처럼 내가 걸을 길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비록 그 길에 다른 외계 생명(타인)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지금껏 살아온 ‘시간의 힘’과 의지할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그 길은 가시밭길이 아닌 별 사이를 건너는 여행과 다름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은 청소년 모두가 외계인이기에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빛날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는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이 지구에 발 붙이고 있는 청소년들이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길 바란다.

아, 나는 진짜 외계인이구나! 아하,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었구나! 외계인은 멀리 있지 않구나! 다만 죽어서야 알게 되는구나!
그제야 제 몸속에서 숱한 외계인들이 살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어린 시절에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너 하나가 크기 위해서, 너희 가족은 물론이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저 산과 들, 하늘, 비와 바람까지 다 신경 쓴다고요. 제 몸속에는 바람과 햇살과 빗물이 들어 있고, 수많은 생명의 살이 들어 있고, 여러 사람의 웃음이 들어 있는 것이지요.
_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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