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시를 읽는 일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일이고
시를 쓰는 일은 나의 삶을 안아주는 일이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는 시인 나태주가 오랜 세월 마음에 품어온 문장들을 손끝으로 다시 되새긴 필사집이다. 총 76편의 시와 2편의 노래 가사로 엮인 이 책에는, 시를 통해 살아왔고 시로써 살아가는 한 시인의 고백이 담겨 있다.
왜 그런 마음이 시인에게만 그럴까. 모든 사람의 소망이며 모든 사람의 실망이며 드디어 회한이다. 그렇게 사람은 저마다 자기 자신 앞에 무릎을 꿇는다.
- p.29(나태주, 「비망록」(문정희) 중에서)
시인의 맑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사뭇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 다르다. 문장의 호흡과 단어의 떨림, 쉼표 하나의 숨결까지 몸으로 느끼며 시를 읽고 베껴쓰다 보면 어느덧 나도 시인의 마음을 따라 걷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 줄을 옮겨 적는 동안, 시인의 언어는 내 언어가 되고, 시 속의 감정은 고스란히 내 마음의 풍경이 된다.
나태주 시인이 섬세한 안목으로 찾아내 간직해온 시들은 저마다 눈부신 시적 감흥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시들은 더 나아가 시인의 삶을 굳건히 지탱해 준 살아있는 문장들의 풍경이다. 그래서 시 한 구절 한 구절을 깊이 음미하고 통찰하며 유려한 문체로 기록해 둔 〈시인의 노트〉를 펼쳐보면, 각 시가 품고 있는 개성과 품격은 물론, 나태주 시인의 깊은 정신세계까지 온전히 교감할 수 있다. 풍요로운 해설은 오직 관록 있는 시인 나태주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시인의 노트
이형기의 「낙화」를 소개하며 시인은 “무릇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 영혼의 울림이 있는 문장이 들어있기 마련인데 이 시의 첫 문장”이 그렇다고 말한다. 정현종의 「방문객」에서는 “좋은 시, 좋은 문장은 막강한 힘을 갖는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그들의 삶을 바꾼다.”고 한다. 그리고 나희덕의 「푸른 밤」에서 시인은 사랑의 숙명적인 미래인 ‘슬픔’을 이야기하고, 마종기의 「바람의 말」을 통해 사랑의 덧없음과 원대함을 읽는다. 사랑 앞에서 일어나는 기적과 시의 힘에 대해 말한다.
-나를 살리는 문장
나태주 시인은 긴 시 쓰기 여정을 통해 얻은 깊은 깨달음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섬세하게 변화해 온 감성들의 역사를, 자신만의 진솔한 고백이 담긴 언어로 펼쳐 보이고 있다. 바로 이 책의 또 하나의 코너인 〈나를 살리는 문장〉이다. 시를 필사하는 것뿐만 아닌, 시인의 진심과 마음속에 담긴 생각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말이 같다는 것, 핏줄이 하나라는 것, 생각과 표정이 비슷하다는 것, 정신의 뿌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눈물겨운 사실이며 소중한 자산인가. 흔들리고 고달프고 서로 심정적으로 버팅길 때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로운 일인가.”
“인간의 사랑은 순간적입니다. 순간에 번지는 짧은 노래이며 기쁨과 같은 것이 사랑입니다. 영원한 사랑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도 인간의 목숨이나 사랑만치나 순간적인 것입니다. 순간의 불꽃이요, 순간의 기쁨이요, 그 노래에 지나지 않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차차로 나는 내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내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된다. 가느다랗지만 분명 내 가슴 저 깊은 호수의 밑바닥 어둠 속에서부터 싹터서 울려 나오는 또 하나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내 영혼의 안내역이며 내 시의 근원임을 나는 너무 오래 잊고 살아왔던 터였다. 결코 서두르거나 조바심할 일도 아니다. 정성껏 귀를 기울이며 나의 내부 목소리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시가 나에게 건네는 인생의 위로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언어가 지닌 치유의 온기를 불어넣으며 필사의 깊은 울림을 되새기게 한다. 병마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준 시를 되새기며 시를 향한 굳건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나태주 시인의 마음이 이제 독자의 손끝에서 새로운 생명력으로 피어날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진심을 담아 고백한다.
“이 시집은 제가 평생 마음에 새기며 아꼈던 시들을 모은 것입니다. 저를 살려낸 시들이라 하겠습니다. 이 시집이 부디 당신에게도 가닿아 당신을 살리고, 당신 인생의 다정한 길동무가 되어준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요!”
하루에도 수십 번 무너지고, 타인의 말에 상처받고, 때로는 스스로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에게, 시는 변함없이 고요히 다가와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나에게 살라고, 반드시 살아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