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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빛

2부 물결
마른나무에 스민 물
고마운 굴뚝
화려한 날들만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의 힘
부드러움의 뒷면
마지막 방어선
굴뚝을 타고 온 초인

3부 윤슬
서울 경찰청 앞 교통 통제 CCTV 탑 / 서울 여의도공원 내 교통 통제 CCTV 탑 / 구미 코오롱 공장 내 송전탑 / 광주 삼성전자 3공장 내 송신탑 / 성남 샤니 공장 내 굴뚝 / 서울 올림픽대교 주탑 / 서울 광흥창역 교통 통제 CCTV 탑 / 서울 구로역 교통 통제 CCTV 탑 / 서울 망원한강공원 송전탑 / 울산 현대중공업 소각장 내 굴뚝 / 광주 옛 전남도청 앞 CCTV 탑 /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송전탑 /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안 타워크레인 / 전주 동전주나들목 인근 송전탑 / 부산 신항 내 선박 안내용 도등 철탑 / 서울 현대자동차 본사 인근 옥외 광고탑 /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 송전탑 / 서울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내 굴뚝 /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 / 울산 한라엔컴 공장 내 시멘트 사일로 /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내 굴뚝 / 서울 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내 굴뚝 / 여수 석창사거리 인근 송전탑 /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 전광판 /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내 굴뚝 1 /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내 굴뚝 2 / 서울 중앙우체국 옆 전광판 / 부산 시청 앞 옥외 전광판 / 서울 옛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전광판 / 서울 여의도 서울교 앞 옥외 광고탑 / 진주 김시민대교 주탑 / 울산 염포산터널 고가도로 교각 / 서울 여의2교 옆 옥외 광고탑 / 서울 강남역 CCTV 탑

에필로그
주석
추천의 말_박평종, 장일호, 희정
저자 소개
저자 : 문선희
현대사회와 역사의 모순을 직시하는 사진작가. 2015년에 발굴 금지 기간이 해제된 구제역·조류 독감 매몰지 100여 곳을 기록한 연작 《묻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2019년책 출간) 2016년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자신의 언니처럼 초등학생이었던 광주시민 80여명의 기억에 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설치 작업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를 발표했다.(2016년 책 출간) 2019년에는 지난 15년간 고공농성이 일어났던 장소들을 담아낸 작업 〈거기서 뭐하세요〉를 발표했다. 신간 《이름보다 오래된》의 밑바탕이 된 고라니의 초상 사진 연작 〈널 사랑하지 않아〉는 2013년부터 10년간 진행해온 작업으로, 2022년에 처음으로 전시되었다.

2021년 제22회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을 수상했으며 “예술이 사회 현실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유의미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정서적이고 감각적이지만, 그 내부에 파고든 사회 정서적 서사는 그 무엇보다도 신랄하고 날카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3년 제13회 일우사진상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작가의 “유려한 감성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섬세한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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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이 책은 ‘한 시대의 위대한 기념비’들을 집단의 기억으로 보존하고, 모두의 장소임을 일깨운다” -박평종(미학자, 사진 비평가)
★ 고공농성의 장소들을 따라 인간의 희망과 용기, 역사를 비추는 사유의 시선

‘기네스 세계 신기록. 고공농성 408일.’

문선희 사진작가는 2015년 우연히 보게 된 고공농성 기사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사진 속에서는 반백의 머리를 한 마흔여섯의 남자가 굴뚝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 차광호 씨였다. 곧장 경찰에 체포되어 유치장으로 향하던 그에게 기자들이 기네스 세계 신기록을 세운 소감을 물었다. 낯 뜨거운 질문에 돌아온 한마디는 묵직했다. “408일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어떤 기준이 될까 두렵다.” 쿵, 작가의 마음이 울렸다. 그토록 모진 시간을 보낸 다음이었는데도 그가 자기 자신이 아닌, 아직 오지 않은 누군가를 걱정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후 작가는 차광호 씨가 1년 넘게 지낸 굴뚝을 찾았다. 굴뚝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 위에서의 삶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늦었지만 그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

《등대들, 조용히 빛나는》은 바로 그 굴뚝에서 출발해 2005~2019년 사이 전국의 고공농성 장소 서른세 곳을 찾아다닌 여정이다. 주제는 고공농성이지만 사건이 일어난 당시가 아니라 한참 후, 길게는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찍힌 장소의 이미지는 낯설다. 더 이상 그 사건으로 회자되지 않고, 기억하려는 사람이 없고, 도처에 흔한 산업 구조물들이다. 그런 대상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의아한 일이다. 작가는 종종 공장 담 바깥으로 내쫓기고, 경계의 눈초리를 받고, 카메라를 빼앗기기도 하고, 길이 아닌 곳을 헤맨다. 그렇게 애써 바라본 굴뚝과 송전탑에서 마주하는 것은 종종 시대착오와 망각의 감각이다. 고공농성을 기억하는 것은 갈등과 저항의 흔적을 지워버리기에 급급한 한국 사회를 거스르는 일임을 작가는 몸소 체험한다. ‘싸움이 지나간 자리를 더듬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작가가 단단히 되물으며 계속해 나간 시간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 “모두가 떠나간 자리에서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발굴하는 정성스러움이 고고학이라면 문선희 작가의 사진을 고고학으로서의 사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일호(기자)
★ 노동의 자리 너머 다른 세상을 꿈꾼 거처, 그곳에 부치는 경의

시차 속에서만 드러나는 진실이 있다. “늦었더라도 알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시작된 여정이었지만, 늦었기 때문에 찬찬히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작업의 고유한 의의가 되었다. 작가는 남겨진 이야기의 앞과 뒤, 겉과 속을 살피며 노사 간 대립과 법적 공방의 프레임에 갇혀버리곤 했던 농성의 실존적·사회적 맥락을 정확히 목격하고자 했다.

끝내 작가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고공농성이, 사람이 자기 생명을 걸고 공중에 오르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고공농성자들이 견딘 기약 없는 고독의 깊이는 그들이 그만큼 강인했거나 그만큼 절박했으리란 짐작만으로는 해명될 수 없는 것이었다. 투사 이전에 한 인간, 보통의 노동자인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는 자신의 삶을 겹쳐본다. 일련의 고공농성들을 IMF 금융위기 후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진행된 ‘노동 시장 유연화’의 구조 속에서 다시 읽는다. 97학번인 작가 역시 사회 초년생으로서 맞닥뜨려야 했던 사회상이다. 그리고 그 시절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압박에 떠밀려 묻어두었던 질문들에 가닿는다.

시대의 부조리는 모두에게 닥쳤다. 대다수는 서둘러 태세를 전환했고 거대한 흐름에 포섭되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어떻게든, 맨몸으로라도, 완고하게도, 자리를 지키고자 맞선 사람들. 도무지 열릴 것 같지 않은 거대한 문을 열기 위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 왜냐는 질문에 “우리가 낳은 아이들이 살 다른 세상”을 이야기한 고공농성자들의 대답에 귀 기울이며 작가는 이 모든 일이 그들만의 일이 아니었음을, 그들의 고독이 우리 모두의 것이었음을 실감한다.

사진에는 그 이해와 경의의 관점이 담겨 있다. 작가는 굴뚝과 송전탑 들이 단순한 농성장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꿈꾼 사람들이 머문 거처로, 고통과 갈등 이전에 희망과 용기가 맺힌 장소로 응시되기를 바랐다. 자신이 고공농성의 이야기로부터 건네받은 귀한 것을 고스란히 독자에게 건네고자 했다. 그들이 결국 호소하고자 했던, 마지막으로 기댄 상대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와 동료 시민이었기 때문이다.

★ “기억하고 응답할 사람이 있다는 믿음은 때로 싸움이 지나갔다고 믿어지는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희정(작가)
★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세상을 바꾸어 온 보통 사람들의 역사에 빛을 밝히는 제안

“고공농성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여전히 진행 중이고, 우리에겐 아직 나누어야 할 이야기들이 있다.” 이 책은 한 시기 고공농성의 역사지만 단지 과거가 아니다. 노동환경의 문제는 여전하고 예기치 않은 측면에서 더욱 악화되었다. 차광호 씨의 고공농성으로부터 10년이 지난 2025년에도 고공농성은 끊이지 않는다. 8월에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박정혜 씨가 또다시 고공농성 최장기간을 갱신하고 600일 만에 땅에 내려왔다. 11월 현재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고진수 씨의 고공농성도 300일 가깝게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고공농성들이 단지 과거가 아닌 것은 그 영향이 면면히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되지 않았던 2005년 경찰청 고용직 공무원들의 고공농성은 노동자이자 정치적 주체로서의 공무원들의 지위를 공론화시켰고, 2005년부터 시작되어 2008년 고공농성으로 이어진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긴긴 싸움은 ‘불법 파견’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 파견법의 맹점을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 고공농성을 한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들이 본보기로 삼았던 것은 노조 활동과 고통 분담, 일감 나누기로 일터를 지킨 쌍용차 노동자들의 싸움이었다.

이 하나하나의 일들이 이어져 다음 세상의 출발점을 갱신해 왔음을 되새기며 작가는 깨닫는다. “오랫동안 쌓아온 궤적으로 아주 조금씩, 세상은 바뀐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귀중하다”, 그러므로 “그 어떤 고공농성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통의 노동자들이 거대한 흐름에 맞선 과정을 희망과 용기의 역사로 거듭 성찰하는 것은 모든 보통 사람들의 몫이다. 그것은 인간의 노동이 전면적으로 위협받는 미래가 예고된 오늘날 더더욱 중요한 과제인지 모른다. 희망은 홀로 태어나지 않으며, 용기는 응답과 연대를 통해서만 다음 세상에 전해진다. 고공농성자들이 끝까지 놓지 않은 것이 바로 그 믿음이었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필요한 답은 어쩌면 무수히 시도하고 무수히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도처에서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는 이 장소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호소하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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