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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 위에서 007

1. 불
2. 물
3. 흙
4. 공기

감사의 말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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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플로리안 일리스 Florian Illies
1971년 독일 헤센주 슐리츠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본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미술사와 근대사를 공부했다. 독일의 대표 신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문예부 편집자로 일했으며, 예술잡지 『모노폴』을 창간했다. 베를린의 경매회사 빌라 그리제바흐의 공동 대표이사로서 19세기 예술을 담당했으며, 2017년부터 명성 높은 주간지 『디 차이트』의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침묵의 마법』은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탁월한 통찰과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며 위대한 화가가 그려낸 고요의 풍경 속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아름다운 책이다. 그 외 작품으로 『1913년 세기의 여름』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해 질 무렵』 등이 있다.

역자 : 한경희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말을 할까』 『처음부터』 『파란 문 뒤의 야콥』 『헤르만』 『불안, 그 두 얼굴의 심리학』 『벌거벗은 원숭이에서 슈퍼맨으로』 『유럽 문화사』 『1913년 세기의 여름』 『위기에 빠진 지구』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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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는 누구인가

19세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는 풍경을 주체적 장르로 만든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전통적으로 경시되던 풍경화 장르에 종교적, 정서적 깊이를 부여해 자연을 통해 내면을 사유하는 회화의 표준을 확립했다. 프리드리히를 통해 풍경은 단순 묘사가 아니라 숭고함과 내적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되었다.
잔잔한 안개, 어두운 밤하늘, 흐릿한 인물의 실루엣 등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유도해 ‘보는 자의 존재’를 작품의 일부로 만드는 프리드리히의 연출은 이후 미술사와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월트 디즈니는 그의 그림에 감명받아 만화영화 <밤비>의 배경을 프리드리히의 풍경으로 채웠고, 히틀러의 나치는 <바츠만산>을 강인한 독일인의 표상으로 활용했으며,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외톨이 나무>를 보고 아름다운 시를 써냈다. 심지어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는 <바닷가의 수도사>를 보고 깊은 절망감에 빠져 얼마 뒤 자살하고 만다.
한 사람의 그림이 어떻게 이토록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일까. 그가 그린 하늘은 어떤 사람에겐 아침으로 보이고, 어떤 사람에겐 저녁으로 보인다. 그가 그린 산악 풍경은 하르츠산맥의 풍경처럼도, 리젠산맥처럼도 보인다. 정교한 묘사의 화가로 정평이 난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는 사실 개념미술가지 자연주의 미술가가 절대 아니다. 그는 자기 내면의 환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아주 다양한 서랍에서 자신의 기억을 꺼내 활용했다. 그의 그림은 늘 “풍경” “숲” “항구” “산”을 주제로 다루지만, 결코 실제 구체적인 장소를 그리지는 않았다.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는 자연을 들이마신 다음 다시 예술로 내뱉는다.
프리드리히가 살아 있을 당시에 사람들은 그런 그의 그림들을 낯설어했고, 빼어난 능력은 인정하면서도 그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괴테는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어둡고 우울한 정조를 견디지 못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주목받기도 하고 미움받기도 했으며, 러시아 황실의 컬렉션이 되었다가 완전히 잊히기도 했다. 많은 그림이 화재로 불타버렸고, 어느 도시의 버려진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발견되기도 했다가,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파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기도 했다. 플로리안 일리스는 프리드리히의 작품들이 거쳐간 역사적 사건과 문화적 변주를 솜씨 좋게 엮어 250년의 유럽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거장의 그림을 따라가며 만나는 근현대 예술사

『침묵의 마법』은 예술작품이 단지 박물관의 벽에 걸린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역사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전혀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살아 있는 실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프리드리히의 작품은 낭만주의의 상징으로 시작해, 정치의 상징이 되었다가, 다시 현대미술과 대중문화의 언어로 재해석되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일리스는 바로 그 유동성과 역사적 운명에 주목한다. 그는 단단한 미술사의 문법을 넘어, 이야기꾼이자 에세이스트의 기질로 프리드리히의 생애와 작품을 새롭게 재구성한다. ‘불’ ‘물’ ‘흙’ ‘공기’로 구성된 각 장마다 어울리는 프리드리히의 그림들을 배치해 이해를 도우며, 몰입을 끊지 않는 리듬감으로 감각적인 흐름에 어울리는 이야기들을 힘있게 밀고나간다. 일리스 특유의 경쾌한 문체는 프리드리히의 ‘침묵’과 ‘풍경의 숭고함’을 거대한 서사로 완성해내며, 독자는 한 예술가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유럽의 역사와 미감의 변천을 목격할 수 있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시대에 따라 찬사와 오해를 번갈아 받았고, 그 수용의 흔적은 19세기 이후 유럽 문화에 다양한 흔적을 남겼다. 그의 작품이 어떻게 다양한 맥락에서 재해석되고 재배치되었는지를 추적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근현대 문화사를 읽는 중요한 열쇠다.
그의 작품은 한 시대에는 ‘낭만적 숭고’로 숭배받았지만, 다른 시대에는 ‘국가주의적 이미지’로 소비되었고, 또다른 시대에는 ‘과도하게 감상적인 풍경’이라며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프리드리히는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의 침묵과 고요가 오히려 현대인의 감정과 가장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일리스는 이 극적인 수용의 파도를 세밀하게 포착하며, 프리드리히가 단지 ‘과거의 거장’이 아니라 오늘의 세계를 여전히 관통하는 예술가임을 입증한다. 이제 한국 독자들에게도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 그림들이 지나온 복잡한 운명, 시대가 그 위에 덧칠해온 의미의 층위까지 고르게 담아내는 책은 드물었다. 고립과 피로, 자연을 향한 갈망이 깊어가는 현시대에 프리드리히가 그려낸 고요의 풍경은 다시 새롭게 다가온다.
『침묵의 마법』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라는 예술가의 반세기와 그 이후의 두 세기를 오가는 시간 여행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한 화가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한 이미지가 역사를 견디며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의미가 무엇인지 품격 있게 보여준다. 예술과 인간, 역사와 이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한국의 독자에게도 견고하고 오래가는 독서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독일 낭만주의 최고의 화가에 대한 반가운 찬사.”
_커커스 리뷰

“아마도 모든 예술 서적이 목표로 삼아야 할 유형의 책.”
_아이리시 타임스

“시간과 장소를 예술적으로 넘나들며 그려낸 매혹적인 초상화.”
_파이낸셜 타임스

프리드리히는 화가의 눈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배, 밧줄, 돛대, 펄럭이는 돛, 좌우로 뻗은 해안선, 절벽 위로 보이는 짙푸른 나무,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8월의 마법 같은 하루가 서서히 저물어갔지만 갑판에 햇살의 온기가 남아 있어서 외투도 숄도 필요 없었다. 그때 저녁 연무 속에서 슈트랄준트가 마치 환영처럼 눈앞에 나타난다. 카롤리네는 엄숙하게 머리를 올려묶는다. 붉은 빛을 받으며 탑들이 우뚝 모습을 드러내고, 두 사람을 태운 범선은 미끄러지듯 그 탑들을 향해 나아간다. 프리드리히의 마음속에 간절한 갈망과 더불어 경외심이 가득 차오른다. 프리드리히는 카롤리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믿는다. ‘바로 이 순간을 그려야 해.’ 프리드리히는 마음속에 열정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느낀다.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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