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큰딸은 첫 아이였던 엄마에게 당연히 자부심이었으나 아빠인 내게도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존재 자체로 기쁨이었다. 웃는 모습이나 우는 모습, 혹은 자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을 뒤집거나 혼자서 일어나 앉고, 물건을 짚고 일어설 때는 천지창조와도 같은 기적처럼 보였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지만 사실 아이에게 배운다.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는 어릴 적 내 모습을 보여주고, 부모가 가졌을 마음과 행동을 깨닫게 한다. 모든 아이는 부모에게 교사다. 키우는 건 부모지만 아이는 부모에게 새로운 사실을 가르친다. 첫딸은 나의 자부심이자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한 스승이었다.
(18쪽)
술 마시지 않으며 참석한 회식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갑자기 술 마시지 않는 사람이 존경스러워졌다. 군에서는 술 마시지 않는 사람도 회식에 참석한다. 회식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회식비도 분담한다. 멀쩡한 정신으로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들었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이 아팠다. 나도 술 취하면 저럴까? 정신이 아찔하다. 술을 끊어야 하나?
(50쪽)
쇼펜하우어는 삶은 고통의 연속이고, 고타마 싯다르타는 인생은 고해라고 하였으나 나는 아니었다. 원해서 군인이 되었고, 하는 일이 조국의 번영과 영광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아무리 업무가 힘들어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짊어진 짐이 무거웠으나, 다시 살아난 무장전자처에 돌아가는 마음은 성공을 향한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147쪽)
세상은 넓고, 기이하거나 어처구니없는 사람은 많다. 조종사를 범생이로 생각하고, 육군 보병 장교가 특별할 게 없다고 여겼던 것이 착각이었듯, 평소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던 기무부대 장교는 범상치 않았다. 특권의식으로 오만하리라 여겼으나, 그들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고, 애환을 해소하는 방식이 달랐다. 지레짐작은 대체로 편견이나 망상이다. 사람은 직접 부딪쳐서 겪어봐야 제대로 실상을 알게 된다.
(172쪽)
장교 무기체계는 권총이다. 군인의 기본화기는 신분이나 계급에 무관하게 소총이지만 장교만큼은 권총이다. 권총은 전투에 효과적인 무기가 아니다. 명중률이 무척 낮다. 서부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총알에 백발백중 악한이 사라지지만 완전한 허구다. 오죽하면 이십오 미터보다 먼 거리에서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라는 적의 위협에는 그냥 달아나는 게 최선이란 말이 있겠는가? 소총이 이백, 삼백 미터 거리에서도 적에게 정확하게 타격하는 무기라면 권총의 용도는 전혀 다르다.
(2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