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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글 : 박지민
오랫동안 어린이책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간간이 그림책을 번역하고,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다정한 말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합니다. <<동네를 돌겠어!>>는 작가의 첫 그림책입니다.

그림 : 이갑규
『진짜 코 파는 이야기』로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고, 2017년 IBBY 세계장애아동을 위한 그림책에 선정되었습니다. 직접 쓰고 그린 책으로는 『진짜 코 파는 이야기』, 『방방이』, 『무서운 이야기』, 『우리 아빠 ㄱㄴㄷ』, 『여름밤의 불청객』, 『늦가을의 골칫덩이』, 『한겨울의 심술쟁이』, 『봄날의 성가신 손님』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300권이 넘는 책에 그림을 그렸으며, 기업 홈페이지 일러스트, 공연 포스터 일러스트, 월그래픽, 캘린더, 제품, 광고, 사보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청강대, 오산대에서 일러스트와 드로잉을, 창작 교육기관 입필에서 그림책과 일러스트를 가르쳤고, 현재는 그림책그림과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그림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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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용기를 내 볼까?

보내는 아이는 한 팔을 번쩍 들고 눈물 흘리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고요, 떠나는 아이는 두 눈을 비비며 울고 있어요. “잉잉잉” 하고 소리 내어 우는 듯합니다. 친구와 헤어지는 것도 슬프고 익숙했던 공간과 이별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 마음을 애착 인형의 손을 힘껏 쥐며 삭여 봅니다. 이삿짐이 집으로 들어갑니다. 분주한 이삿날이에요. 아이는 혼자 대문 앞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어요. 심심하고 외로워 보입니다. 살던 곳을 떠나 살러 간 곳. 그곳에는 엄마 아빠도 있고 애착 인형도 있습니다. 식구들이 함께 살 새 집도 있고요. 그러나 그곳에는 함께 놀던 친구와 다니던 학교, 익숙한 동네 길이 없습니다. 대문 밖을 나서면 낯선 사람들과 낯선 길이 있어요. 아이는 이제 낯선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분명 ‘나’는 그대로인데, 식구들도 다 그대로인데, 이 공간과 어떻게 사귀어야 할까요? 모르고 낯설고 그래서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과 두려움도 생깁니다.

혼자서 집 밖으로

그러다 아이는 결심해요. 용기를 내어 혼자서 “동네를 돌겠어!” 하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심부름을 가기로 한 거예요. “잘 다녀와.” 하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아이는 인형 손을 잡고 밖으로 향합니다. 아이의 한 발은 땅을 딛고, 한 발은 허공에 있습니다. 그 모습이 그림자로 길게 이어집니다. 혼자 가려는 의지와 망설여지는 마음이 그림에서도 드러납니다. 아이는 대문 앞에서도 ‘갈까? 말까?’ 망설입니다. 그러는데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둘이 그 앞을 지나가요. 작은 아이의 표정은 ‘어, 처음 보는 아이다.’ 하는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지만, 주인공은 그걸 눈치채지 못한 채 인형의 손을 꼭 잡고 한 발을 대문 밖으로 내딛습니다.

주먹을 꼭 쥐고 서서

아이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문을 넘습니다. 두 다리에 힘을 딱 주고 주먹을 꼭 쥐고 마음을 단단히 먹습니다. 아이의 큰 결심이 땅을 굳게 딛고 선 두 다리에서, 그림자에서 느껴집니다. 아이는 천천히 걸어갑니다. 아이는 홀로서기를 선택한 거예요. 안전한 집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혼자 들어갑니다. 그러나 금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어요.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요. 엄마랑 같이 가 보았던 곳인데, 아이는 당황스러웠지만 곧 시장 길로 가기로 결정합니다. 아, 반대로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따뜻한 눈길을 받으며

시장 길로 들어서자 떡볶이 아줌마도, 채소가게 아줌마도, 혼자 길을 가는 아이에게 말을 건넵니다. 떡볶이와 채소를 팔아 보겠다고 건네는 말이 아니라 ‘아이야, 너 혼자 길을 가는구나. 별일 없지?’ 하고 건네는 돌봄의 인사 같은 말이에요. 아이는 낯선 이의 말에 작은 소리로 대답하거나, 대답을 건네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조심스러운 성격이 보이는 대목이에요. 식물이 가득한 초록의 화원까지 왔을 때 아이는 액세서리 가게를 발견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머리끈이 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물건들을 보러 갔는데 거기서 모르는 아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아까 아이의 집 앞을 지나갔던 그 작은 아이예요. 그 작은 아이가 인사를 했어요. 아이도 인사를 하려는 참에 작은 아이는 벌써 가고 없습니다. 반짝이던 순간이 지나자 아이는 다시 갈 길을 갑니다.

어, 어디지?

길을 잃었습니다.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길이에요.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 아이는 길 한가운데 서서 어쩔 줄 모릅니다. 하늘과 지나가는 사람들과 아이의 얼굴과 맨살이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당황스러움이 오후의 그림자처럼 길어지고 불안감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길을 찾다 큰 도로변으로 나옵니다. 가슴이 쿵쿵 뛰고 걸음이 빨라집니다. 손에 꼭 쥔 인형도 거꾸로 세상을 보고 있어요. 아이에게는 온 세상이 깜깜해지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온통 자기 발소리와 숨소리만 들립니다. 가슴이 콱 막히게 답답한 상황이에요. 공중의 어지럽고 복잡한 전깃줄과 건물의 어두운 그림자, 어두워진 하늘이 아이의 심정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찾았다!

그러다 아이는 학교 앞에 이르렀어요. 이제야 깜깜했던 눈 앞이 밝아지고 주변의 소리도 들립니다. 이제 숨을 고르고 가만가만 걸을 수 있습니다. 콧노래도 나오고 웃음도 납니다. 아이의 두 다리도 즐겁게 걸어가고 손에 쥔 인형도 신나게 팔과 다리를 휘젓습니다. 문방구 앞의 아이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봅니다. 호로록호로록 맛있는 소리가 날 듯한 국수집, 달콤 달콤 시원한 아이스크림 가게, 쿵쿵 쾅쾅 소리 날 것 같은 철물점을 지납니다. 아이의 발걸음은 가볍고 즐겁고, 아이가 지나가는 가게 길도 즐거워 보입니다. 아는 길이니까요. 그 길의 끝에서 아이는 “찾았다!” 하고 외칩니다. 아이의 마음이 노란 선이 되어 빛처럼 퍼집니다. 아이가 찾아가는 곳이 빵집인가 봅니다. 아이의 뒷모습이 당당하고 신나 보여요. 아, 빵집 문 앞에 액세서리 가게 앞에서 만났던 그 작은 아이가 있어요!

친구와 함께 집으로!

빵도 사고 작은 아이와 친구도 되고. 아이는 마음이 흡족하고 즐겁습니다. 발걸음이 가벼워요. 새로 사귄 친구가 길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합니다. 아마 주인공 아이도 그렇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게 될 거예요. 혼자 힘들게 나선 길은 이제 함께 돌아오는 길이 되었어요. 역시 도전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세상이 열릴지 알 수 없는 게 맞아요.
“다녀왔습니다!”
휴, 하고 마음이 놓이는 순간입니다. 망설이며 집을 나섰던 아이가 자신만만하게 돌아와서 “다녀왔습니다!” 말하니까요. 아이의 두 발이 땅을 단단하게 딛고 있습니다.

시작해야만 얻을 수 있어!

이야기를 다 보고 면지에 있는 길 그림을 보면, 절로 아이의 동네 한 바퀴 여정에 동행하게 되고, 그 길을 걸었던 주인공 아이의 발걸음과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문을 나설까 말까 망설이던 아이의 마음, 갈림길에서 선택해야만 했던 갈등하는 마음, 시장 가게 어른들의 무심한 듯 따듯한 관심에 소심해졌던 마음, 반짝이는 머리끈을 발견하고 가슴 뛰던 마음, 길을 잃고 쿵쾅대던 가슴, 아는 길을 찾고 안도하던 마음, 빵집을 보고 느낀 성취감 등이 길 위에 켜켜이 새겨져 있어서지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길을 가고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르고, 혼자 출발했지만 친구와 돌아오게 되고, 마침내 등교도 같이하는 친한 친구가 되는 아이의 여정이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줍니다. 갈림길에서 한 엉뚱한 선택으로 아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길을 개척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더 넓은 세상을 봐서겠지요. 그리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도요. 그림과 글에서 표현되는 아이의 감정과 발걸음에 맞춰 동네를,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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