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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M. L. 리오 (M. L. Rio)
작가가 되기 전 배우였고, 배우이기 전에는 단어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인생에서 유일하게 타고난 언어적 재능을 살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서점 주인, 연구자, 음악 작가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의무와 처벌, 수치로 가득한 학창 시절을 보내며 모든 배움의 세계에는 어둠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이전까지 상상해온 신이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킹스 칼리지 런던과 셰익스피어 글로브에서 셰익스피어 연구 석사 학위를, 메릴랜드 대학교 칼리지 파크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근대 초기 무대에서 나타난 광기와 기분장애에 관해 연구했다.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 밖의 빈칸을 떠올리며 셰익스피어에게 바치는 일종의 오마주인 첫 번째 소설 『셰익스피어의 유령들(If We Were Villains)』을 썼다. 이 데뷔작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20개국 18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넷플릭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로 유명한 제작사 ‘일레븐’에서 현재 TV 드라마 시리즈를 개발 중이다.

역자 : 신혜연
성균관대 번역대학원과 바른번역 글밥아카데미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언어의 문턱을 낮추고자 노력하며, 세상의 아름다운 지식과 지혜를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올랜도』, 『옐로페이스』, 『금성에서 봐』, 『베리 따는 사람들』, 『삶을 예술로 만드는 법』, 『웃음』, 『엥케이리디온』, 『최면술사: 마크 트웨인 단편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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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자신을 지우고 나 아닌 누군가가 된다는 점에서 번역은 배우의 연기와 무척 닮았다. 이 이야기를 번역하는 동안, 인물 하나하나를 직접 연기하듯 그들의 감정과 대사를 옮겼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과장되지도 않게, 그저 그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말처럼 들리기를 바라면서. ‘옮기는 사람’이라는 내 배역에 충실하기 위해.
- 옮긴이의 말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 위에서 뽐내고 안달하다 사라지는 서툰 배우.”
감정과 자아, 욕망이 뒤섞인 비극의 연금술

1997년, 델레처 고전예술학교 연극과 4학년 학생들은 셰익스피어에 푹 빠져 있다. 학교와 동떨어진 캐슬 건물에서 매일 대사를 외우고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일곱 명의 동기들은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다. 과제와 시험 준비로 바쁜 한편, 「율리우스 카이사르」 연극을 준비하던 중 리처드가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고 조금씩 커지던 갈등은 공연 후 열린 파티에서 끝내 폭발한다. 다음 날 새벽, 고요하던 호수에 핏빛 그림자가 떠오르면서 무대 위 비극은 현실이 된다. 서서히 좁혀오는 수사망, 모의된 거짓 증언, 균열하기 시작한 우정. 위태로운 믿음 속에서 서로의 배역조차 알지 못하는 극본 없는 연극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그래도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섯 개의 막으로 구성된 소설은 차례에서부터 알 수 있듯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전개된다. 각각의 막은 다시 교도소에서 가석방된 올리버가 사건 담당 형사였던 콜본을 만나 그날의 진실을 찾아가는 현재 시점의 프롤로그와, 일곱 명의 연극과 학생들이 바쁘게 일상을 보내던 과거 시점의 장들로 나뉜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현실과 연극을 오가는 동안 사건의 단서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그 과정에 긴장감을 더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용의자로 지목된 여섯 명의 학생들이 모두 뛰어난 배우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델러처의 전통인 크리스마스 가면극에서처럼 서로가 맡은 배역을 전혀 모르는 채로 자신만의 연기를 수행한다. 리처드가 죽은 새벽, 그들이 숨겼던 비밀은 무엇일까. 이 비극의 진짜 악역은 누구인가.

신의 뜻대로 죽거나, 악역이 되거나
막이 내린 뒤에도 연극은 끝나지 않는다

연극과 학생들은 저마다 셰익스피어 희곡 속 인물과 닮았다. 폭군과 영웅, 매력적이거나 순수한 여성 캐릭터, 악당. 언제나처럼 조연을 맡은 올리버의 쓸쓸한 물음처럼 예술이 삶을 모방하는 것인지 그 반대인지 알 수 없다. 무대에서 온몸으로 느낀 감각들은 배우를 자신감 넘치게 만들고, 때로는 슬픔에 짓눌리게도 한다. 그들은 셰익스피어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어 자아를 잊을 만큼 연극에 몰입해 점차 자신과 배역 사이의 경계를 잃어간다. 에드먼드를 연기하며 혼란스러워하던 제임스는 이제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으로 있는 게 더 쉽다고 고백한다. 공연이 끝나고도 감정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던 배우들은 서서히 파국에 이르고 만다. 피로 물든 호수 너머로 퍽의 장난기 섞인 탄식이 들리는 듯하다. 아, 인간들은 참으로 어리석어라.

올리버는 호수에 빠져 팔다리가 뒤틀린 채 헐떡이는 리처드의 모습에서 너무 일찍 둥지를 떠나 날개가 부러진 어린 새를 떠올린다. 한때 무대를 장악했던 배우는 신의 섭리에 따라 추락한 「햄릿」 속 참새처럼 무력하게 가라앉았다. 모든 것이 전과는 달라졌음을 깨닫게 하는 날카로운 감각이 피로 물든 호수의 물결처럼 밀려온다. 올리버에게는 온 세상과도 같았던 친구들과의 우정, 오래도록 지켜온 평화가 손쓸 틈 없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그는 끝내 어둡고 깊은 물속으로 들어선다.

M. L. 리오는 장르의 진부한 표현들을 뒤집고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 불가한 전개를 펼치며, 예술과 학문 분야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본 사람만이 아는 현실을 보여준다. 삶을 바쳐 무언가에 매진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등장인물들의 서투른 열정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스스로를 파괴시키고, 비참한 결과가 예상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음을. 작가가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을 공들여 만든 일곱 배우들은 셰익스피어 비극의 구조적 패턴 안에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목소리를 가진다. 마지막 막이 내리고도 그들의 미스터리와 은유와 혼란은 끝나지 않는다. 불 꺼진 무대 뒤에서 이어질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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