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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당신의 도슨트
「천사 선언문」 낭독 8

1부 색깔을 손에 잔뜩 쥔 채

색에 기억 매기기 12
나무 아래서는 익다만 생각들이 자꾸 떨어지곤 합니다 14
초록은 나의 폐곡색 15
천국에 남은 단 하나의 귤 17
안개, 오렌지 19
두루미 20
3월의 꿈 22
얼굴이 많기 때문에 24
방 26
안녕 28
고백은 지금을 견딜힘이 되어 주기에 30
노랑처럼 배려했고 옐로처럼 안부를 전해요 32

2부 기억의 드로잉을 시작해

모든 게 가치 있다는 우리만 아는 비밀을 즐기면서 36
대화의 도수 37
리듬이 만들어내는 길 39
눈의 여행 41
러브레터 44
생일 축하해 45
별에게 물어봐 46
쌉싸름한 계절엔 춤을 48
체리는 그녀의 첫사랑이다 50
White day 51
기억의 지속 53
인생 네 컷 54
둘의 준비 56

3부 오늘은 천사가 와준 날이거든

천사라는 온점 60
바다 62
Seeing eyes 63
거기에도 나는 있어요 65
인디고 페이스트리 67
천사 교육원 68
000000 70
눈을 감자 71
림보 72
거스름 삶 74
놀이처럼 웃었다 76
아가야 너는 창문이란다 77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79

에세이

우리가 그린 시(詩) 82

수록 작품 86
저자 소개
저자 : 조온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햇볕 쬐기〉 〈자꾸만 꿈만 꾸자〉가 있다. 공통점 동인이다.

저자 : 김도경
2021년 도서출판 아시아 신인상 등단. 심훈문학상 수상 시집 〈숨과 숲의 거리〉가 있다. 공통점 동인이다.

저자 : 한예롤
2006년 거리 미술전을 통해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전시 〈한예롤과 뮤즈들〉 〈Seeing eyes〉 〈아마도곧〉 〈Pairing〉 등이 있다. 칠드런 아트를 창시하여 엔젤들과 함께 작업실에서 아이들과 그림을 그린다. 본 시집 1부 그림과 표지 작업을 맡아 했다.

저자 : 유지수
작업실에서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예술 활동을 시작했고, 한예롤 작가의 어시스턴트로서 전시 기획에 참여했다. 이후 시인들과의 모임을 통해 시 창작을 하며, 시집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에 참여했다. 본 시집 2부 그림 작업을 맡아 했다.

저자 : 정은진
작업실에서 아이들의 그림을 보조하며, 칠드런 아트 어시스트로 활동했다. 시인들과의 모임을 통해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집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에 참여했다. 본 시집 3부 그림 작업을 맡아 했다.

저자 : 안희은
한예롤 작가의 용산 작업실에서 아이들의 그림을 보조하는 칠드런 아트 어시스트로 활동했다. 시인들과의 모임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집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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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는 시와 그림이 한 자리에 머물며 서로의 호흡을 배워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공동 창작의 기록이다.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언어의 가장 순수한 지점을 바라보던 저자가, 이번에는 시인들과 화가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열어젖힌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작고 따뜻한 작업실에 모인 여섯 명의 창작자들은 ‘귤’, ‘시간’, ‘집’처럼 소박한 단어 하나를 두고 각자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누군가는 시로, 누군가는 선과 색으로 응답하며 만들어낸 이 장면들은 때로는 명확한 해답보다 서로의 감각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더 깊이 이어졌다. 이 책은 바로 그 흔들리고 반짝이는 순간들을 한 권의 리듬으로 묶어낸 결과물이다.

2년의 과정 동안 사람은 오고 갔고, 그 변화는 시의 주어를 바꾸고 그림의 결을 흔들며 책에 또 하나의 숨을 불어넣었다. 병현 시인의 긴 공백, 떠나간 이들, 그리고 새로 합류한 은진의 시선까지-이 모든 이동은 결국 한 권의 시집이 품게 된 ‘시간의 표정’이 되었다.

이 책은 시집이면서 동시에 창작 공동체의 기록이며, 잊히지 않기를 바랐던 순간들의 아카이브다. 시를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시작의 용기를, 오래 써온 이에게는 언어의 첫 기원을 다시 불러오는 질문을 건넨다.

“그래서, 당신에게 시는 무엇인가요?”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는 이 질문을 독자의 손에 조용히 쥐여주며 시작된다.

책 속에서

<천사 선언문 8>

첫째, 우리 안에는 각자의 천사가 있습니다. 모두 각자의 천사를 꺼
내주세요.
둘째, 시와 그림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시와 그림을 동의어로 생각
해주세요.
셋째, 당신만의 천사를 함께 그려내주세요.

천사가 무엇이냐고 물어도
아무도 답을 말할 수 없어요

그건 꽤나 근사한 일이에요 시가 무엇인지 그림이 무엇인지 물어
도 아무도 답을 모르는 것처럼요

눈앞에 없을지라도
보이지 않는 것을 눈으로 보다 보면
어느새 천사가 앞에 있어요

내 안으로
투명하게
엇갈리며

내 바깥으로
빛의 모양처럼
새어 나가며

“난 너를 만나기 위해서 밤마다 열 번도 넘게 눈물을 흘렸어”

“난 네가 내 안에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백 번도 넘게 시를 썼어”

우리의 만남은 아주 오랜 약속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요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79>

희고 커다란 종이
불안이라는 연필로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연필 끝은 자꾸 흔들렸고
작은 천사 하나도 완성하지 못했지

“사실 천사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아”
큰 목소리는 종이 위를 덮어버렸고
모두들 잊어버렸어
내가 무엇을 그리고 있었는지도

케케묵은 종이를 꺼낸 건 어른이 된 지금
이제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종이를
까만색 아크릴 물감으로
가장 큰 붓으로

물감이 마를 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떤 자리도 남겨두지 않고
지우개 자국뿐인 종이 위를
가득
검정의 물감으로
불안으로80 81

이제는
물감이 말라 끝부분이 동그랗게 말린
종이 위를 바라보고 있어
작은 붓 하나를 들어
팔레트 위에 있는 흰 물감 한 조각
붓 끝으로 톡 찍어
종이 위로
검정 위로

작은 점으로
하양으로
빛으로

다시,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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