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유정탁의 동시는 따뜻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깊이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시를 써 온 시인답게 소재를 찾고 그것을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세련된 이미지와 풍부한 시적 감수성, 상큼하고 발랄한 상상력이 더해져 읽는 재미가 큽니다.
엄마는 내게
멸치를 먹으라고 한다
멸치 속엔 칼슘이 많고
칼슘은 키를 크게 해준다나
한 마리, 두 마리……
오늘은 몇 마리나 먹었을까?
생각해 보면
내 몸엔 수많은 멸치가
물구나무서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내 머리를 툭툭
발로 차는
멸치 떼를 느낄 수 있다
자고 나면 한 뼘 더
자라 있을 내 키
- 「멸치 떼」 전문
멸치는 맛과 영양이 뛰어난 식품입니다. 특히 칼슘이 많이 함유되어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키를 크게 해줍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꼭 섭취해야 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아이는 멸치를 싫어합니다. 아이에게 멸치를 먹이려는 엄마와 이를 거부하는 아이 간의 실랑이를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엄마는 내게/멸치를 먹으라고 한다”에서처럼, 이 동시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와 같은 장면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내 몸엔 수많은 멸치가/물구나무서고 있는 것 같다//지금도 내 머리를 툭툭/발로 차는/멸치 떼를 느낄 수 있다”와 같은 화자의 진술이 신선하면서도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비 오는 날은
국수 먹는 날
치대고 문대면
완성되는 면발
“자 물 끓이세요”
스멀스멀
김이 모락모락
구름이 면발을
풀어 넣어요
- 「빗방울 국수」 전문
이 동시는 제목에서 보듯이 빗방울을 국수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입니다. “비 오는 날은/국수 먹는 날”에서처럼, 아마도 시인은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국수를 먹고 싶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가 내릴 때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 보이는 비안개가 국수를 삶을 때 “스멀스멀/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과 많이 닮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마지막 연의 “구름이 면발을/풀어 넣어요”입니다. 이는 시인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를 잘 보여줍니다.
시인의 말
요즈음 자주 꿈꿉니다. 동심이 뭔지, 새로움이 뭔지 자주 꿈꿔 보면 나는 여전히 매미채를 들고 나무 아래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매미를 잡는 것이 아니라 살려주는 것이 동심인데, 처음부터 아이는 매미 잡는 법만 배웠죠. 동심이 필요할 때 동심이 없고, 동심이 필요 없을 땐 동심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모두 살고 있는 거죠.
나의 동시란 설명 없이 매미채를 만들고, 매미를 잡는 것인 줄 압니다. 그래서 나는 늘 매미채를 들고 나무 아래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매미를 잡기 위해, 매미가 갈기고 가는 오줌을 맞고 아쉬워합니다. 그래도 매미가 잡히는 줄 압니다. 다시 살려주는 매미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불쌍한 매미가 내 기억 속에 어슴푸레 남아 펄떡이고 있습니다.
2025년 유정탁
* 인증유형 : 공급자 적합성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