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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_

1부 뛰어, 도토리야
용기 내/지은 집/요요
먹는 다이어트/비오는 날
음식을 주문할 때/알람이 우는 이유
양심/사과/일매미
사라진 그림자/봉숭아물

2부 여기 상자 하나가 있어
이건 상자야/사각사각/미안해
체리할머니/손톱달/오 마이 같
말하지 않아도 알아/빛

작품번호 10/제라늄
깜빡깜빡 짝짝/의자

3부 두둥, 두둥
철봉/굳은 결심/식구라면서
북소리/응원해/할머니는 부름을 담당하시지
자랑/안 보이는 거울/내가 밟고 있는 건
나눠먹다/등 긁기/어미
껍데기에게

4부 내 마음에 심은 콩
이런 책임/자동 세차장/끈
석류의 무게/토끼빵
핸드폰과 쓰레기통과 바지와 자동차와 빨강이란 단어를 넣고 엄마가 쓴 시.
제목은 쓰레기통/홍시/콩
할머니 집에는/소금쟁이/어묵은 오뎅맛이 안 나
감사합니다/새가 꿈꾸는 시간
저자 소개
저자 : 임은자
『시력검사』를 쓰고 아이들과 윙크했어요.
『지은이가 사는 집』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blog.naver.com/silviad

그림 : 김동현
『시력검사』그림을 그렸어요.
지은이와 같은 집에 삽니다.
dokyn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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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임은자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지은이가 사는 집』은 일상의 풍경과 감정의 미세한 결을 포착해, 그 안에서 자라는 ‘마음의 씨앗’을 섬세하게 보여 주는 작품집이다. 첫 동시집에서 특유의 위트와 따뜻함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한층 깊어진 사유와 더 정교해진 언어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의 언어로 말하지만 아이의 시선만을 고집하지 않고, 어른의 마음도 함께 품어내는 넉넉한 시의 집이 펼쳐진다.

시인은 이 책에서 사물과 마음, 기억과 감정, 관계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장면을 네 개의 묶음 안에 배치한다. 1부에서는 조그만 존재들이 스스로를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의 감정을 다룬다. 꼭대기에서 떨어질까 망설이는 도토리에게 “뛸 수 있다”고 조용히 응원하는 시 「용기 내」는 작고 연약한 존재에게 건네는 부드러운 격려다. “먹이 말고 싹이 될 수도 있어”라는 마지막 행은 도토리가 세상에 떨어져 새로운 가능성을 품게 되듯, 우리 역시 두려움 속에서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음을 말한다. 또 「지은 집」에서는 ‘짓다’라는 말의 확장을 통해 ‘집’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읽어 낸다. 밥을 짓고, 글을 짓고,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바로 집이라는 발상은 어린이 독자에게는 신선함을, 어른 독자에게는 잊었던 감각을 다시 일깨운다.

2부의 시들은 일상 속 물건과 상황을 통해 마음의 모양을 비춰 보는 작품으로 가득하다. 「사각사각」에서는 ‘쓰는 행위’를 통해 마음이 “사각사각이던 마음이 동글동글”해지는 경험을 표현하며, 글쓰기와 마음의 정리가 같은 결에 놓여 있음을 보여 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에서는 말 대신 뒤통수를 ‘툭’ 치는 아이들의 세계를 한 편의 작은 드라마처럼 펼쳐 보이는데, 이 행동 하나에 우정과 미안함, 감사가 모두 담겨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시인이 어린이의 몸짓과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관찰하는지 잘 드러낸다.

3부로 넘어가면 관계의 무게와 따뜻함이 진하게 스며난 작품들이 중심을 이룬다. “난 내가 나인 게 자랑”이라는 「자랑」의 명료한 진술은 어린 독자에게는 자신감을, 어른 독자에게는 잊고 지낸 자기 긍정의 힘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밟고 있는 건」에서는 발아래 있는 나뭇가지가 사실은 뿌리였다는 깨달음이, 곧 ‘엄마가 나를 떠받치고 있다’는 감각으로 연결된다. 단순한 관찰을 통해 깊은 정서를 퍼 올리는 시인의 역량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4부에서는 시인의 사유가 가장 깊고 너른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자동 세차장」은 외부의 먼지와 마음의 먼지를 같은 결로 바라보며, 숲을 한 바퀴 도는 행위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껍데기에게」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알맹이만 칭찬하는 동안 묵묵히 그곳을 지켜 준 ‘껍데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존재의 본질과 역할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이러한 사유는 어린이 독자에게는 ‘다르게 보기’를, 어른 독자에게는 ‘다시 바라보기’를 가능하게 한다.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작지만 단단한 마음의 성장’이다. 시인은 휘황찬란한 사건을 보여 주지 않는다. 대신 일상에서 흔히 지나칠 법한 장면―도토리, 상자, 의자, 가스 밸브, 제라늄, 숫자 키패드, 봉숭아―에 시적 숨결을 불어넣어 독자가 그 안에 숨어 있던 감정과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사는 집’을 돌아보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떠올리고, 잊고 있던 다정함을 되찾게 된다.

『지은이가 사는 집』은 아이에게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어른에게는 잊었던 감정의 결을 돌려주는 시집이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사소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하며, 누구나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시인의 ‘집’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시인의 말

여기
집 하나를 지었어요

우리
여기에서 같이 놀아요

2025년 봄여름가을을보내며
임은자

책 속에서

도둑이 제 발 저리다

오늘 학교에서
배운 속담이에요

어른들은 자주 발이 저리다고 해요
안 그런척하지만
찔리는 게 많은 모양이에요

안 그런척하지만
마음이 자주 담을 넘는 모양이에요
―「양심」 전문

침팬지
오랑우탄

까치
코끼리

놀래미
고래는

거울 속 모습이 자기인 걸 알아본대
자기 얼굴에 묻은 물감을 지운대

나도 보이는 거울 하나 갖고 싶어
물감 말고 마음이
―「안 보이는 거울」 전문

동그라미 하나 그리고
꼭지 하나 더 그려서

화낸 나에게
사과를 선물했다

용서받은 나는
나랑 더 친해졌다
―「사과」 전문

막걸리 한잔 걸친 아버지

허구한 날 이놈의
일일일일일일
하고 운다
―「일매미」 전문

새카맣게 타 버린 산
새카맣게 타 버린 집

밤새 사라진
개구리도룡뇽황조롱이새둥지소방관

해가 떠도 그곳엔
그림자 들지 않았다
―「사라진 그림자」 전문

그러니까
더위가 한창이던
그해 여름

펑
펑

봉숭아 꽃밭에서
밤새 대포 소리가 났어요

뜬눈으로
밤을 지샌 사람들

울며
꽃잎 하나 줍고

울며
꽃잎 둘 줍느라

손톱마다
붉은 흉터
지워질 날 없었어요
―「봉숭아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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