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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을 내리다 · 7
벚꽃 속으로 숨다 · 31
닿을 수 없는 나라 · 59
녹낭 · 143
분기선 앞에서 · 173
까마귀 떼울음 · 255

해설 자이니치(在日), 디아스포라의 초상 · 김나정 258
수록 작품 발표 지면 · 302
작가의 말 · 303
저자 소개
저자 : 조동선
1991년 계간 『동서문학』 여름호에 중편 「닿을 수 없는 나라」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1993년 장편 「풍화의 세월」로 제4회 MBC문학상을 수상했다. 2016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장편소설 『해명(海鳴)』을 출간했다. 그 외에 2019년 소설작법과 텍스트 읽기를 위한 입문서 『소설을 꿈꾸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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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줄거리

닻을 내리다

경계인으로 살다간 재일동포 출신 환경경제학자의 삶과 죽음을 출판사를 운영하는 그의 제자이며 연인이기도 한 ‘나’의 시점으로 서술된 회고조 소설이다. 그가 경계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재일동포 출신이라는 것, 손위 누이가 니가타에서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귀국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쓴 여러 논문이 좌경적 시각에서 논술되었다는 것에 기인한 것이다.

말기 위암에 걸린 나는 아내와 처가로부터도 내침을 당한 그가 위암으로 운명할 때까지 뒷바라지한다. 나는 그의 장례를 치른 다음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환경문제 심포지엄을 참관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나는 승객 중에 그와 닮은 사람을 목격하곤 그의 경계인으로서 삶과 죽음을 새삼스럽게 회고한다. 나는 그가 죽은 다음에야 비로소 이 땅에 안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벚꽃 속으로 숨다

일본에 유학하여 미생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주인공의 아버지는 재일교포 2세로 대학 졸업 후 조국으로 영주귀국하지만 회사 근무 중에 당국에 연행되어 치도곤을 당한 다음 피폐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아버지를 가까이서 지켜본 주인공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기피증으로, 도쿄 전철 안에서 마주친 검정치마 저고리를 입은 조총련계 여고생에게 위화감을 느낀다.

재일교포인 숙부의 아들은 갓 대학에 입학한 미학 전공 대학생이다. 그의 초대로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조선 고미술 아타카 컬렉션’을 관람하고 나와 전철역에 다다랐을 때 검정치마 저고리를 입은 여학생이 한 일본인에게 희롱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촌동생이 무뢰한에게 대들어 여학생을 구출하려고 하지만 역부족으로 얻어맞으면서도 주인공을 향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소리친다. 그런데도 구경꾼들 속에 섞여 있던 주인공은 모른 척 외면해버린다. 이데올로기 콤플렉스에 젖은 주인공의 소아병적인 처신을 그려낸다.

닿을 수 없는 나라

일종의 탈출을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재일동포 출신 주인공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영주귀국하여 무역회사에 취직, 수출업무를 담당한다. 그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출장을 갔다가 입국할 때 보안사 직원들에 의해 연행되어 일본 유학생간첩단 멤버로 내몰려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0년째 되던 해에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그는 더 이상 한국에 살 수 없음을 깨닫고 떠나온 일본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밀항을 시도한다. 그는 우선 위조 선원수첩을 입수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 중소 수산물회사에 취직해 일본으로의 활선어 수출길을 개척하여 회사에 신뢰를 쌓는 한편, 활선어 냉동운반선 선장과 가까워져 위조 선원수첩을 입수한 다음 일본 출항을 앞둔 냉동운반선에 잠입하여 몸을 숨긴다. 이윽고 냉동운반선이 출항하지만 겨울바다의 예상치 못한 풍랑으로 출항한 배는 어쩔 수 없이 회항하는 바람에 탈출 계획은 도로에 그치고 마는 상황적 아이러니를 형상화하였다.

녹낭

제주 4·3항쟁 와중에 마을을 습격한 서북청년단원에게 뒤란의 녹낭(녹나무의 제주방언) 밑에서 겁탈을 당해 태어나게 된 아버지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노름과 술에 빠졌으며 대대로 물려받은 집과 밭을 날리고 일본으로 밀항한다. 녹나무가 심어진 고향집은 잘못된 잉태의 순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자신의 혈통을 숨겨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 자신의 방탕으로 인해 팔아넘겨졌던 재산이기도 하고 다시 고통스러운 이국 땅에서의 노동의 대가로 되찾은 안식처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귀향한 아버지는 자식들로부터 내침을 당하자 뒤란의 녹낭을 베어버리고 다시 사라진다. 제주 4·3항쟁의 미체험세대인 아들은 “전에도 그랬지만 아버지의 부재로 달라질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라짐은 화자인 ‘나’에게 역사적 고통을 새롭게 각인시킨다.

분기선 앞에서

부산의 한 대학 경제학부 부교수로 임용된 주인공은 가족과 떨어져 부산에 기거하고 있다. 그는 재일동포 출신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동문 선배의 권유로 한국에 영주귀국하여 한 사립대의 ‘경제성장론’ 전임강사로 임용되어 부교수로까지 승진한다. 하지만 그의 경제성장론 논문이 문제가 되어 안기부의 조사를 받아 당국의 요주의인물이 된다. 그런 그에게 30여 년 전 니가타에서 북송선을 타고 북으로 간 손위 누이가 있다. 일본에 살던 부모는 타계한 지 오래다. 군사정권의 생색내기 일환으로 추진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북한주민 접촉신청을 받아들인다는 소식에 주인공은 이 기회에 누이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지만 북한주민 접촉신청을 했다가 그것이 빌미가 되어 당국에 새로운 꼬투리를 제공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아내와 처가 식구들은 극구 반대한다. 특히 아내는 연좌제에 대한 우려에다 아이들 교육까지 고려하여 이참에 이민을 가자고 주장하지만, 여태껏 경계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은 이땅에 뿌리내리기 위해 아내의 제안을 거절한다. 북한주민 접촉신청을 한 그는 다시 보안사로 연행되어 되풀이되는 질문과 조서 작성으로 시달린 뒤 가까스로 풀려난다. 두 번째 연행은 결정적으로 아내의 미국 이민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윽고 이민을 떠나는 가족을 공항에서 배웅한 주인공은 마음에 가로놓인 분기선 앞에서 자신이 내린 결정이 온당한지 다시 한번 반추해본다.

까마귀 떼울음

중학교 때 고향 제주를 등지고 떠난 지 40년이 된 주인공이 어머니 묘지를 이장하기 위해 내키지 않는 귀향을 하면서 개인적인 기억을 역사적 기억에 겹쳐 재구성한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제주 4·3항쟁 때 초등학생으로 군경토벌대에 의해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이 총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정신줄을 놓아버린다. 그때의 충격으로 성인이 된 아버지는 비바람이 세차게 불고 까마귀 떼가 우짖는 날이면 술을 마시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주인공과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 바람에 어머니가 죽게 되지만 숙부와 마을 사람들은 그런 아버지의 폭행을 은폐한다. 아버지는 정신감정을 받은 끝에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주인공은 서울의 외삼촌 댁에 거두어져 대학까지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들어가 애널리스트로 일한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만난 숙부와 함께 어머니의 묘를 이장하고 바로 귀경하기 위해 제주공항으로 가다 마침 열리는 4·3항쟁 심포지엄에 들러 참관한다. 그러나 패널들의 시각도 제각각으로 피해자의 기억과 가해자의 기억이 서로 엇갈리고 충돌하기를 계속한다. 심포지엄에서 기억의 책무와 윤리를 뒤늦게 확인한 주인공은 제주를 떠나려 했던 생각을 바꾸고 4·3항쟁을 바라보는 시각차로 관계가 소원했던 숙부와의 화해를 위해 다시 고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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