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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 A. D. 2015 상어 바나, 이상한 자기력을 감지하다
2장 - A. D. 2028 집으로 돌아가는 유령들
3장 - A. D. 2035 잘생긴 남자, 말라키
4장 - A. D. 2338 혹은 A. L. 300 개동의 시작
5장 - A. L. 450 깊은 밤을 날아 너에게
6장 - A. L. 451 입속의 꽃
7장 - 개동 151~172 검은 강
8장 - 새벽의 춤

작가의 말
심사평
저자 소개
저자 : 공희경
1983년생. 곡부 공씨와 남평 문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검은 머리 짐승과 꼬리 달린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다음 생에 음악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이 있다.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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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든 생물을 증발시키는 비의 출현과 함께
두 개의 종으로 분화한 인류

“사피엔스의 역사는 고기의 역사다. 서로가 서로를 고기로 만들었다.
예쁜 고기. 힘센 고기. 맛있는 고기. 우리는 서로가 가진 불꽃을 보지 못했다.
이 역사를 끝내야 한다.”(291쪽)

2015년, 이국의 작은 섬에 폭우가 내렸다. 비에 젖은 섬의 생명체는 단 한 명의 생존자를 제외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특이 현상이 세계로 퍼지며 인류는 사상 최대의 재난, ‘움’을 마주하게 된다. 곧 움 연구가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생존자의 유전자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 개발된다. 이렇게 완성된 움에 대응하는 면역 시술은 죽기 전까지 키가 자란다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재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기에 상용화됐다. 그러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에 시술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었고, 세대를 거치며 시술 여부는 곧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구분하는 신체적 표식이 됐다. 그 결과 신장의 격차는 단순한 외형 차이를 넘어 구조적 불평등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먼 미래, 시술받은 인류의 후손이 ‘루시’라는 새로운 종으로 정의되며 호모 사피엔스는 두 종으로 분화하게 된다. 신인류 루시는 대대로 이어진 부를 통해 돔으로 도시를 덮어 그들만의 문명을 이룩했다. 반면 구인류 사가르는 돔 밖에서 움을 피해 땅이나 동굴 속에서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야 했다. 사가르가 돔 안에서 살기 위해서는 애완 목적으로 루시에게 입양되거나, 루시를 모시는 노동 계층이 되는 방법뿐이다.

신체적 특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가르를 열등한 종으로 규정하는 루시들의 행보는 마치 인권에 대한 인식이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거대 재난이라는 변수 앞에서 인류가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인권이 무너지는 과정은, 우리의 자유와 평등을 보존하기 위한 다짐과 양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킨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채도 높게 생동하는 인물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순리대로 흘러가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을 묵시록적으로 묘사하며 주제를 색다른 방향으로 승화시킨다.

“그들이 우릴 길들였다. 루쿨렝? 이름도 거창하다. 진보한 생명체란다. 우리는 그냥 꺽다리 루시라 부른다.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에는 구린내가 배어 있다.”(100쪽)

시술 부작용으로 거대해진 신체를 앞세워 번성하던 루시 문명은 역설적이게도 그 육체가 무한히 급속도로 팽창하는 ‘집단 거대화’로 인해 멸망한다. 뒤늦게 발현한 부작용인 루시들의 거대화는 돔을 부수고 나서도 멈추지 않았으며, 루시들은 “새로이 탄생하는 생물처럼”(212쪽) 자아를 잃고 “자신들이 이룩한 지상 최대 규모의 건축물들을 조금씩 침식시켜 나가며”(222쪽) 끊임없이 이동했다. 루시의 애완 사가르 소녀 ‘카’는 노동 계층 소년 ‘아난’과 함께 돔에서 빠져나와 도망친다. 카는 루시 문명이 멸망하고 나서야 그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가르들이 목소리를 잃고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 카는 착취당해 증발한 작은 존재들을 외면하지 않으리라 결심하는데, 이후 도달한 사가르들만의 공동체 ‘개동’에도 계급과 폭력이 존재하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그들의 우두머리 ‘회’는 신분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카를 다음과 같은 말로 설득한다. “인류의 발아래는 언제나 희생의 강이 흐른다. 우리는 희생을 통해 영원히 살아간다. 버림으로써 또 다른 생이 이어진다. 모든 존재가 연결돼 있다.”(270쪽)

김성중 소설가는 심사평에서 카의 시선을 통해 자가포식이라는 자연의 엄정한 법칙이 제시되었음에 주목했다. “만드는 것 이상으로 파괴되는 것이 있어야 유지되는 생명의 엔트로피”는 이 소설의 결말을 “새로운 지구를 위한 창조적 파괴”로 이끌었다고 그는 평했다. 존재를 위해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이 철학적 함의는 독자로 하여금 존재의 본질을 다시금 사유하게 하며 작품에 묵직한 깊이를 더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증오와 사랑을 반복하는 인류 문명의 순환
영혼의 숨을 보는 소녀가 읊는 종말과 창세의 역사

“증발하는 모든 것이 하늘로 올라가네.
그들은 부서진 대지를 유영하며 하늘 끝에서
점차로 경계가 허물리고 비눗방울과 같은 덩이가 되어,
대기를 타고 빠르게 상승한다.”(248쪽)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심사평에서 “극단에 이른 계급 갈등이 어떻게 하위 계층에서 억압적인 신흥 종교를 탄생시키는지, 상위 계층에서는 시술의 부작용으로 인한 붕괴가 어떻게 무정부 상태를 발현하는지” 치밀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생을 좇아 살아가는 “인물들이 만드는 화려하고 생생한 이미지와 서로 다른 계급으로 만난 소녀와 소년의 사랑이 불러일으키는 정동”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이 작품을 바라봤다.

싸움과 연대를 반복하는 인류의 모습처럼 이별과 화해를 반복하는 카와 아난 사이의 일화들은 작품 바깥에 있는 독자의 시선으로 볼 때 사소한 작은 점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작가가 의도하는 건 이 모든 폭력과 죽음과 이별을 순간적인 과정으로 전환시키는 지구 행성적 차원의 순환을 보여주는 데 있다”(강지희 문학평론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규정한 사회·문화적 구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과 사건들은 결국 우주적 순환의 관점으로 볼 때 무의미한 하나의 점이며 모두 같은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는 “슬퍼하지 마. 우리는 아름다운 패턴이야. 우주의 음악이야”(320쪽)라는 문장으로 응축된다. 이 소설이 다루는 거대한 연대기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는 인간 중심의 폭력적 질서를 넘어선 근원적 질문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연결되는 우주의 얘기이며
음악에 대한 찬가이며
세상 모든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의 노래다

별빛은 이야기를 보낸다. 이야기는 뚝뚝 끊긴다. 밤하늘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떠다닌다. 아직 해독되지 못한 많은 얘기가 있다. 나는 별빛에게 기도한다. 너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네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해 주겠다고. 네가 사랑하고 있는 이 세계의 누군가에게. (…)

환기미술관 맨 위층에 앉아 그림을 보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의 눈에 그림이 닿을 때면 아, 깊은 감탄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탄식이 들렸다. 그들은 약속한 것처럼 하나같이 마지막 맨 위 계단을 밟을 때 탄성을 내뱉었다. 허영도 가식도 없는 순수한 감동의 표정이었다. 그들의 눈에 푸른빛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관찰했다.

너무 아름다운 것에는 공평의 꼬리표가 달려 있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야기를 캐는 고고학자처럼, 매일 한 점 한 점 감춰진 이야기를 발굴한다.
땅을 파서 돌을 건져 올리고 흙과 먼지를 털어 내고 아래 감춰진 거대한, 공룡의 뼈대 같은 것을,
새하얀 뼈를 만져본다.
새하얀 것이 있다.
이제 아주 조금 드러났다.
그 뼈대가 모두 드러나는 날을 기다린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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