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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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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해지지 않는 공부를 위해 기호 4

1부. 『공부 중독』 이후 10년
만능감과 피해의식 / 불안과 망상 / 판타지와 경멸 / 기쁨을 망각한 삶

2부. 공부는 어떻게 우리의 믿음을 배신했는가
1장. 유능한 무능력자의 탄생 39
0과 1의 세계의 공부 / 고도화와 최적화 / 정답의 레이어 / 전향적 사고와 후향적 사고 / 한국의 아이히만들 / 직역의 세계 / 2차 불안 사회
2장. 사회의 부족화 82
내 아들을 구출해 왔다 /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 자본의 세습 욕구와 부족주의
3장. 메타 없는 세계 108
전통 지식의 붕괴 / 관은 사라지고 편만 남은 공부 / 종교 없는, 메타 없는 세상

3부. 믿음을 되찾기 위해
1장. 레벨 업과 성장 사이 125
체험이 경험이 되지 못할 때 / 주체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 방에 갇힌 아이들 / 작업 없는 노동
2장. 실패를 견딜 수 없는 아이들 142
공정한 게임과 불공정한 현실 / 용인되는 실패는 없다 / 극단화와 양극화
3장. 공부는 언제 충분해지는가 156
흐름을 찾는 공부 / 삶의 주도성 되찾기

다음 10년의 시작을 위해 지현 169
주 175
저자 소개
저자 : 엄기호
사회학자.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을 듣고 기록하고 나누며 사회를 구축하는 역량에 대한 방법론으로서의 페다고지에 관심이 많다. 사회학과 문화연구를 공부했으며 한국의 교육과 청년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변화와 그 의미에 대해 주로 연구한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로 일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공부 공부』 『단속사회』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공저) 『공부 중독』(공저) 등이 있다.

저자 :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 대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문제들을 진단하고 그에 적합한 해결책을 고민해왔다. 비정상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을 만나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청소년과 보호자를 상담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고 있다. 펴낸 책으로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 『고민이 고민입니다』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 『공부 중독』(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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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공부는 어떻게 유능한 무능력자를 양산했고
이들은 어떻게 사회를 무능하게 만들었는가

기호: “지금 같은 교육 방식으로는 아이히만 같은 인간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어요.
그 말인즉 어떤 가치 판단도 하지 않을 것이며 그건 자기 역할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공부는 삶의 어떤 기술을 가르치는가? 10년 전 『공부 중독』이 사회 구성원들이 공부에 중독된 현상을 짚었다면, 『공부 망상』에서는 공부에 중독되고 공부로 성공한, 나아가 공부의 헤게모니 속에서 성장한 ‘유능한’ 이들이 사회를 오히려 무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일례로 시민은 불법계엄 사태를 지나오며 정치 분야 최상위의 자리에 오른 관료들의 무능함을 여실히 확인했다. 이들은 마치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이 예루살렘의 재판에서 보인 모습처럼 상부의 명령을 어떠한 가치 숙고 없이 단지 기술적으로 수행했다. 『공부 망상』의 두 저자는 이 무능한 주체가 양산된 원인으로 학력고사부터 시작해 수능까지 이어진 한국 사회의 공부 방식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는 공부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얻었는가? 나아가 시민은 공부를 통해 어떤 주체성을 형성했는가? 이 책의 2부 1장 「유능한 무능력자의 탄생」에서는 단일한 정답 찾기, 극단적인 효율성의 추구, 고도화 같은 한국 사회의 공부 방식이 유능한 무능력자들을 양산하는 과정을 추적하며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기술만을 고도로 익히는 공부가 사회를 무능하게 만들고 있는 현상을 사회학자이자 교육자, 정신과 전문의의 시선으로 짚는다.

사회의 부족화와 전체를 향하지 않는 공부

지현: “자기 구덩이에 들어간 채로 고개만 내밀어 소리를 지르고 있어요.
당신이 틀리고 당신이 이해를 못 해서 그렇다며, 답답한 심경만 남긴 채 등을 돌릴 뿐이에요.”

2부 2장 「사회의 부족화」에서는 의료계, 법조계 같은 전문직뿐 아니라 예술계, 대기업도 점점 부족화되어가며 세습을 통한 부족주의가 완성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스스로 진보적이라 생각하지만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보수적이며 이기적이기까지 한 이들의 모순을 가정과 사회에서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근대 사회의 공부는 신분제와 부족주의를 철폐하며 끊임없이 바깥을 향해 ‘나’를 확장하는 데서 출발했다. 한데 지금의 공부는 세계관을 넓히기보다 자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역사적으로 다른 사회에서는 부족이 계급, 종교, 인종, 지역 등의 경계에서 만들어졌으나 한국에서는 부족이 직역(職域)의 경계에 따라 서열화되는 것도 특징이다. 철저히 부족주의화된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 편인지 아닌지’, ‘이기는지 지는지’일 뿐이다. 배운다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끊임없이 공부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한가? 이 책의 저자들은 비틀린 형태로 발전한 공부가 어떻게 우리를 상위 의식으로서의 관(觀)으로 고양되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그리하여 모든 것을 편(便)의 문제로만 바라보게 되었는지 살핀다.

피해 서사를 넘어, 공부의 기쁨을 찾아서

어느새 청년들은 ‘실패해도 된다’는 말도, 교육과 공부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이 불신은 단기적인 성과만을 평가하는 시스템에서 그리고 학교와 국가 같은 조직에서 겪은 경험적 진리가 되었다. 3부 「믿음을 되찾기 위해」에서는 레벨 업으로 변질된 성장, 안전한 실패의 추구와 이로 인해 공부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과 그 원인을 짚는다. 두 저자는 다섯 차례의 대담을 거치며 한국의 교육이 단 한 번도 진정한 성장을 목표로 삼은 적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오늘의 공부는 한편으로는 다른 재능이나 역량에 비해 과대평가되어 유치하고 비겁한 인간형을 만들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이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육 자체가 무능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교육이 ‘무능한 유능력자’를 양산할 뿐 아니라, 교육 자체가 ‘무능한 유능력’으로 낙인찍혀 있는 셈이다. 우리는 공부를 둘러싼 이 암울한 담론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교실과 진료실에서 매일 청년들을 마주하는 두 저자에게 무엇보다 절박한 물음이다. 모쪼록 이 책이 피해 서사를 넘어 독자들이 자신의 공부 경험을 다시 말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동시대의 ‘말 걸기’를 가능하게 하는 발화점이 되기를 바란다.

“기호: 가르치는 자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긴 안목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비전을 가지고 가르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배우는 자는 지금 당장 손에 쥐이는 것을 선호해요. 이 배우는 자의 욕망과 대결하여 비전을 보게 하는 것이 가르치는 자의 가장 중요한 도전이에요. 배우는 자의 욕망에 영합하려 하지 않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자칫하면 가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제도의 욕망과 학생의 욕망, 이 둘과 부딪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168쪽)

“지현: 어떤 것은 어렵지 않게 얻는 반면 어떤 건 꽤 긴 시간을 삽질하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다가 어느 순간 딱 보이거든요. ‘아하! 효과’라고도 하지요. 그래서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계속하는 게 중요해요. 자기 효능감을 얻기까지 끈기 있게 버틸 수 있는 동력은 그 사람이 가진 자존감이에요. 자존감은 원인이 아니라 과정이에요. 처음부터 자존감 높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작은 성취들이 쌓이면서 만들어집니다. 그 자존감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요. 무언가 해내고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 지금 학교에서 받는 성적 내지는 평가 점수가 나를 구성하고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요.”(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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