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p. 17
경제 독립, 정서 독립. 약간의 자유와 바꾼 기숙사 생활은 무엇 하나 준비할 겨를 없이 사회에 나가기에 두렵고 불안한 나에게 시간을 벌어주었다.
p. 23
모호한 층 사이에 숨어 있는 삶을 나는 발견했다. 평범과 가난 사이, 지상과 지하 사이, 꿈과 현실의 사이에 어중간한 삶.
p. 45
동네는 분명 장소로서 특수성을 가진다. 특정한 시간 속에서 켜켜이 쌓아온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관계가 공간을 장소로 바꾼다.
p. 64
지금은 아파트의 시대다. 10세대 중 6세대가 아파트에 산다고 하니 한국의 주거 형태가 된 셈이다. 결혼한다고 하면 어디 아파트에 살 것인지 묻는다. 집을 산다거나 이사한다고 해도 어느 아파트인지 묻는다. 이러니 영화 〈84제곱미터 (2025)〉 주인공처럼 결혼을 앞두고 빚을 내어 국민 평형 아파트를 장만해야 할 것만 같은 사회적 압력을 느낀다. 나 역시 그랬다.
p. 71
아파트는 착시를 만든다. 경제력과 생활이 닮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기 때문이다. 비슷해 보이는 삶은 개인이 원하는 것들을 잊게 한다.
p. 116
골목은 만날 일이 없던 사람을 만나고 갈 일 없던 곳에 가게 한다. 즉, 우연성을 만든다. 이처럼 골목이 자연발생적 장소가 되려면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러나 하루빨리 ‘보이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장소’가 만들어내는 것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개발의 목적이 골목 구석까지 들어선다.
p. 132
제주살이나 5도 2촌을 꿈꾸던 세대가 부모가 되어 학군지 생활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세대의 변화이기도 하다. 또한 지방 인구 소멸을 염려하는 여러 중소 도시의 대책으로 만들어진 정책이 양양과 같은 작은 지역에서 나타난 것이다.
p. 154
카페라는 거실은 언제나 열려 있어 누구든 편히 드나들 수 있다. 매일 아침, 어김없이 문을 여는 도시의 라운지가 여기에 있다.
p. 173
개인의 자리를 확보하면 나도 관객‘들’이 된다. 그들과 함께 웃고, 울고, 숨죽이며 영화에 반응한다. 그 순간 영화는 공동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되고, 영화관은 개인과 집단의 경험이 교차하는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