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우리가 아는 ‘서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도시건축가 김진애의 경험이 깃든
서울 공간의 비밀과 매력
서울.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세계도시의 위상을 갖춘 메트로폴리스. 우리가 나고 자라고 살아온 애환이 곳곳에 녹아든 삶의 현장. 나날이 심각해지는 양극화와 불평등의 발원지. 2025년 서울은 과거와 현재, 다양한 문화와 계층이 부딪히면서도 공존하는 복잡다단한 공간이자 무한한 활력과 더 큰 미래의 가능성이 꿈틀거리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매일 분주히 재탄생하는 서울의 공간들 안에는 사람들의 욕망과 함께 시간의 흐름이 살아 숨 쉰다. 1부 ‘서울이라는 도시 이야기’에서는 저자의 삶을 따라 서울 주요 공간의 진화를 짚으며 ‘지금 우리가 아는 서울’의 공간성을 톺아본다. 저자의 인생 무대가 넓어짐에 따라 ‘사대문 안→성저십리→강남→수도권→제3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확장적 전개가 흥미롭다.
서울의 모든 공간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인사동이 골동품과 고서화를 다루는 동네가 된 사연, 용산이라는 지명에 깃든 아픈 역사, 서울 동부권에 유난히 대학들이 많은 이유, ‘강남불패’ 신화가 생겨난 근본 요인, 각각의 수도권 신도시들이 지닌 특색, 힙스터 성수동이 태어난 배경과 앞으로의 미래, 명동이 키운 모던 보이와 모던 걸 등 서울을 오고 가며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했던 이야기들을 이 책은 도시건축가의 시선에서 유려하게 풀어낸다.
저자 김진애가 지닌 도시건축가로서의 뛰어난 감각은 삶에서 우러나온 생활적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어릴 적 낙산 성곽 돌계단에 앉아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며 서울의 생김새를 내려다보고, 종로의 큰길을 처음 마주하며 도시란 무엇인지 체감하고, 비밀 가득한 듯한 정동에서 중고교 시절을, 상계동에서 이십대 연애 시절을 보내고, 고층 건물 가득한 강남에 자신만의 아기자기한 주택을 지어 살고, 인사동길과 산본 신도시를 직접 설계해온 김진애라는 인물의 성장기는 서울의 그것과 절묘하게 포개진다. 그렇기에 그의 도시공간 분석은 더욱 특별하고 세심하다. 서울에서 자라온 사람의 눈으로, 서울의 공간을 만든 도시건축가의 눈으로, 그리고 지금 서울에 살고 있는 시민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의 이야기들은 독보적인 전문성과 애틋한 그리움을 동시에 한가득 품고 있다.
서울 사람은 누구이고, 서울다움은 무엇일까
진짜 ‘서울러(Seouler)’ 김진애가 전하는 서울러로 태어나는 법
뉴요커(New yorker), 런더너(Londoner), 파리지앵(Parisien)이 20세기 도시인의 대명사였다면, 오늘날 세계는 서울러(Seouler)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러, 즉 ‘서울 사람’이란 누구를 가리키는 걸까?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 ‘서울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 어딘가 부족한 정의로 느껴진다. 서울에만 930만여명, 수도권까지 합치면 2600만여명이 살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사람이란 누구인지, 나아가 ‘서울다움’(Seoulness)이란 무엇인지 그 이미지는 신기루와도 같이 잘 안 잡힌다.
2부 ‘서울러와 서울다움 이야기’에서는 끊임없이 변해온 서울이라는 유기적 공동체의 두 축 서울 사람과 서울다움에 대해 논하면서, 도시를 어떻게 인식하고 상상해야 할지 참신하고도 풍성한 관점을 제안한다. 서울 사람과 서울다움의 정수를 보여주는 서울의 장면들을 꼽아보며, ‘도시 이미지’란 인위적인 공산물이 아닌 여러 동네의 다채로운 특색과 그곳의 사람들 이야기가 시간의 그윽한 흐름 위에서 교차하며 탄생하는 것임을 역설한다. 누구보다 서울과 그곳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김진애의 애정 어린 설명을 듣다 보면, 서울이 더 이상 차갑고 낯선 깍쟁이 도시가 아니라 누구나 ‘나만의 서울 이야기’ 하나쯤 심고 가꿀 수 있는 비옥한 공간적 토양임을 알아채게 된다. 독자들로 하여금 서울이라는 도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상하고 공간 감각을 일깨우게 하는 ‘쉬어가기: 서울을 그려보자, 그려보면 더 잘 보인다’ 코너는 2부만의 색다른 별미다.
“서울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21세기 도시와 정치, 권력과 공간의 관계를 묻다
공간 민주주의, 서울이 진정한 시민의 도시가 되려면?
어느 공간이든 사람들이 모이면 정치가 필요해진다. 공간과 사람, 정치의 상호관계는 도시의 존재와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지만, 지금껏 도시에 관한 설명들은 유난히 정치의 역할을 외면해왔다. 이 책의 3부 ‘서울시장 이야기’에서는 공간과 권력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민선 시대 시장들이 남긴 공간 유산을 통해 그들의 업적과 과오를 살펴보고, 좋은 서울시장이 갖춰야 할 덕목을 논한다. 그 무엇도 거칠 것 없던 정치인 김진애가 매콤하면서도 균형 있게 펼쳐내는 역대 서울시장 평가는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시장들이 실제로 시행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주요 정책들을 가감 없이 소환하면서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흔적을 남겨온 시대별 도시 리더십을 선명하게 정리하고 낱낱이 분석한다. 들끓는 서울의 욕망이 어떤 정책을 만들어내는지, 시장은 다시 어떻게 도시 공간과 시민들의 삶을 조성하는지 도시건축가 출신 정치인 저자가 포착해낸 서울과 정치의 관계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서울이 여전히 마주한 과제와 그에 맞춤하여 참고할 만한 글로벌 시장 모델을 꼽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울에 관한 김진애의 삶과 경험이 정답게 녹아든 이 책은 마침내 하나의 물음을 던진다. 서울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서울 공간 곳곳이 돈과 권력의 소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시민들이 도시와 건축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누구나 그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참여하는 사회적 과정으로서의 ‘공간 민주주의’가 절실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서울이라는 생명체에는 여러 공간이 합쳐진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서울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는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다. 서울을 진정으로 발견하고 체험하고 싶은, 서울의 미래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그려보고 싶은, 그리고 속절없이 서울을 사랑하고 있는 당신을 위한 김진애의 특별한 서울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