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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통장과 이장 사이 4

1월 9
2월 41
3월 73
4월 109
5월 141
6월 177
7월 211
8월 245
9월 281
10월 313
11월 345

저자 소개
저자 : 김민정
1999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산문집으로 『읽을, 거리』 『역지사지』가 있다. 박인환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이상화시인상, 올해의 젊은 출판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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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추천사

시인 김민정의 글은 설說이고 변辯이다. 휘몰아치는 가락이고 신명나는 장단이다. 풀어놓으면 세상 곳곳을 핥고 맛보는 날쌘 혀다. 맛본 뒤엔 새기고 새긴 뒤엔 놓아주고 놓아준 뒤엔 다시 골똘하다. 이 여러 ‘겹’의 고심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에게 종이는 마당이고 뒤뜰이며 세상이다. 이곳에서 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가 보는 방식은 만짐으로 일어난다. 손이 데거나 말거나 마음이 다치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우선 품는다. ‘하늘에서 받아온 숙제’라도 되듯이 그는 언제나 사람에 대해 골똘하다. 가령 분리수거하는 이들 틈에서 허리를 수그린 경비원의 낮은 자세를 바라보는 게 그의 ‘일’이다. “날 중독시킨 것이 노래보다 사람”이라 고백하며 “그들에게서 나라는 평범을, 나라는 보통을, 그리하여 그런 다수 속 다양한 인간의 전형을 발견”한다. 명랑한 문체를 따라가다 책을 덮으면 비로소 시끄러운 정적이 찾아온다. 무엇을 보고 보듬을 것인가, 어디에 머물 것인가,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사랑이 될 때까지, 세상이 집이 될 때까지
걸어가는 그의 등을 좇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는 홍길동처럼 쉴새없이 움직이는 벽돌공이므로! 한 편에 680자를 꼭꼭 눌러 담아 총 266장의 벽돌을 쌓아두고 돌아서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 (왜 저렇게 바쁠까? 틀림없이 남의 급한 일로 뛰어다니겠지!) 이 책에는 벽돌공의 눈물겨운 부지런함이 담겨 있다. 눈은 천 개, 발은 만 개, 마음은 한 그릇 물처럼 한곳에서 찰랑이는 시인 김민정. 책을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축축해졌다면 놀라지 마시라. 사는 일은 눈물과 콧물, 땀과 침을 흘리며 나아가는 일 아니겠는가. 어제 열심이었던 시인 김민정은 오늘도 열심이리라. 사람이 마음으로 하는 모든 일에!
- 박연준(시인)

책 속에서

누군가 넌 참 오지랖도 넓다, 하면 그게 흉인 줄 알고 그게 부끄러워 얼굴 빨개져서는 싸울 듯이 달려들던 내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이 칭찬임을 알겠다. 억지로 오지랖 넓혀본 사람 있다면 묻고 싶은 것이 그게 어디 그리 쉬운가 이 말이다. 그래, 나 인정머리로는 타고난 힘이 장사였던 거다. 그래, 나 삶에 있어 ‘인정’과 ‘머리’를 최우선에 두는 걸 순리로 알고는 살았다는 거다.
_ 작가의 말 「통장과 이장 사이」 부분

왜 사는지 모르는 채로 내일을 살아야 하는 버거움에 간혹 한숨이 나다가도 어떤 환기에 코끝이 짠해질 때, 그렇게 삶을 되새기게 만들어주는 도구 가운데 하나가 책이지 싶다. 만만한 게 책이고 흔하디 흔한 게 책이라지만 영상매체 중에 책을 말하는 프로그램이 과연 몇 개나 되려나. 물론 이해는한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시작했다 끝나는 예능과는 다르게 책은 좀 골치가 아프니까. 그래서들 채널 돌리기에 급급하니까. 그러나 돈이 되지 않는다고 그 몇몇의 소수를 아예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_「2월 25일 ? 물론 돈이 다일 수는 있겠으나」 부분

그러니 보다 신중한 결론으로 서로 덜 미안하고 덜 서운한 과정에 이르게 하지 않았을까, 무릎 치게 된 건 근래의 일이었다. 말과 행동에 있어 그 보폭을 나란히 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 한발 앞서면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행동이 한발 앞서면 의뭉스러운 사람이 된다. 나는 여전히 아장아장 그 걸음마가 어렵다. 그러니까 엄마는 죽을 때까지 우리 잡아주는 엄마인가보다.
_「7월 3일 ?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부분

내 이름 석 자 검색해 지난 열 달가량 내가 쓴 글의 제목들을 찬찬히 보는데 뭐랄까, 좀 아팠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희망보다는 절망이 우리들 길 위에 더 짙은 그늘로 드리웠음의 증거렷다. 삶의 반대말이 죽음이 아니라 포기라는 격려가 흔해빠졌다 한들 위로가 되지 못할 법은 아니지 않는가
_「11월 10일 ? 안녕히? 안녕히!」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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