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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7

저자 후기 207
볼테르/칼라스 사건 연보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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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하상복
서강대학교에서 정치학, 사회학, 철학을,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에서 철학을, 프랑스 파리9대학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목포대학교에 재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야누스로 그려진 근대: 근대와 주체의 지성사』, 『권력의 탄생: 새로운 대통령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죽은 자의 정치학: 프랑스, 미국, 한국 국립묘지의 탄생과 진화』(한국정치학회 저술상), 『광화문과 정치권력』, 『빵떼옹: 성당에서 프랑스공화국 묘지로』 등이 있다. 사회과학과 문학의 혼성적 글쓰기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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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762년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의 칼라스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
종교적 편견과 광신이 사법 권력과 결탁해 은폐하고 왜곡하려 했던 진실
무고한 한 가족을 구하기 위해, 펜 하나로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운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의 드라마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대화식 구성, 계몽사상의 현실적 개입을 보이는 볼테르에 대한 치밀한 탐구와 유려한 문장력 등 이 작품은 세계 지성사에서 알려진 칼라스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한 일종의 ‘사고실험’으로서 논픽션의 지평을 심화 확산시킨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합리적 이성에 기반한 이성과 양심의 덕목 그 실천의 중요성을 성찰하듯, 작금 한국 사회의 정치-사법적 정의의 실종에 대한 반면교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현재적 의미는 각별하다.”
― 2024년 제12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심사평

타자를 향한 절멸의 욕망이 실현된 뒤에 남는 것은 파국이다. 역사 속에서 확인되는 고통스러운 교훈이 무색하게도 이 욕망은 거침없이 반복된다. 인류는 자신들과 인종, 종교, 정치, 문화 등에서 다른 존재에 대한 두터운 편견에 사로잡혀 그들을 향한 이디오진크라시(자신과 다른 모습의 존재를, 이질적이기 때문에 피하려 하고 더 나아가 혐오스러워하기까지 하는 본능적 의지와 욕구)를 자행해 왔다. 신체가 다른 인간에 대한 경멸, 신앙이 다른 존재에 대한 혐오, 상이한 가치를 지닌 이들에 대한 적대, 다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에 대한 폄훼 위에서 불행한 인류사가 이어지고 있다.

『칼라스 재판과 볼테르』는 ‘소설 같은 논픽션’이라고 평가받으며 제12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았다. 정치학, 사회학, 철학을 아우른 연구자가 논문이나 학술서 대신 일종의 ‘사고실험’이라고 할 법한 형식으로 쓴 이 책은, 관용(톨레랑스)이라는 개념의 창시자 볼테르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칼라스의 재판’을 배경으로 한다. ‘절멸의 욕망’ 앞에 파괴되는 사회의 잔혹한 풍경 속에 우리를 초대하고는, 그 폐허에서 일어나려면 어떤 가치를 움켜쥐어야 할지를 묻는다. 결국 이는 우리의 확신이 정의인지 광신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가톨릭이 국교였던 18세기 프랑스에서 개신교(위그노)는 오랜 박해를 겪고 있었다. 1761년 10월 13일 밤, 가톨릭 광신주의가 특히 강했던 툴루즈 지역의 개신교 상인 장 칼라스의 아들 마르크앙투안이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다. 툴루즈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톨릭으로 개종하려 한 아들을 독실한 개신교도인 아버지가 살해했다는 뜬소문과 광신적인 편견이 퍼져 나갔고, 이런 여론에 휩쓸린 툴루즈 고등법원은 명확한 증거 없이 장 칼라스를 유죄로 선고했다. 이듬해 장 칼라스는 극형에 처해졌고 재산은 몰수됐으며 남은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칼라스 사건’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종교적 광신과 편견이 ‘사법 살인’을 초래한 비극적인 오심 사건이자,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의 사회 참여를 촉발한 역사적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믿는 것만이 옳다고 여기는 맹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혐오. 300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21세기 한국 사회가 겹쳐 보이는, 18세기 프랑스에서 발생한 ‘편견과 광신의 사회적 참상’에 대해 철학자 볼테르가 던진 묵직한 질문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몽의 사도’ 볼테르는 상식과 진리의 이름으로 반문명적 야만과 반인륜적 폭력을 고발했고, 이로부터 해방된 문명을 향한 꿈으로 ‘관용’이라는 도덕규범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관념의 차원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양심이라는 보편 명령을 외면할 수 없었고, 진리를 향한 의지와 정동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결의에 찬 지식인이 가톨릭과 사법이라는 당대의 기득권과 맞서 싸운 결과였다.

우리도 근대국가 수립의 출발에서부터 ‘칼라스의 비극’을 경험했다. 제주 4·3 사건은 근대국가 한국이 앞으로 이념의 차이에 기인하는 폭력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임을 말해 주는 역사적 지표였다. 18세기 프랑스의 개신교도가 그러했듯이, 20세기 한국에서 ‘빨갱이들’은 인간의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다. ‘빨갱이들’은 마땅히 추방하거나 죽여야 한다는 이념은 1960, 70년대의 어두운 터널을 거쳐, 1980년 5·18이라는 야만의 드라마에서 정점에 올랐다. 게다가 우리는 그 극단의 세계에서 아직 자유롭지 않다.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기치 아래 정치적 상대를 악마화하는 극우 파시즘의 광풍이 여전히 매섭기 때문이다.

치밀한 고증에 기반한 이 책은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수준에서 가공의 상황과 심리와 대화를 포함함으로써, 딱딱한 역사 서술 대신 마치 법정 드라마나 추리소설처럼 구성된 18세기 프랑스로 독자들을 이끈다. 평범했던 칼라스 가족에게 닥친 비극, 종교적 편견에 사로잡힌 군중과 사법부의 광기, 그리고 이를 뒤집으려는 볼테르의 치열한 전략이 생동감 있게 펼쳐지고, 특히 칼라스 사건에 개입해 사후 무죄 선고를 이끈 볼테르가 판테온에 안장되기까지의 과정은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한다. “역사적 특수성 속에서 인류사적 보편성을 찾겠다는 바람”으로 집필된 이 책을 읽는 일은 국가 폭력의 상흔이 여전하고 ‘차이와 다름’에 대한 혐오가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를, 멀리 떨어져서 더 가깝게 들여다보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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