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남극이나 북극은 매우 춥고 바람이 강한 곳으로 인간이 살기에는 열악한 환경이다. 북극에는 주변 대륙에 원주민이 살지만, 남극에는 원주민 자체가 없다. 남극 내륙의 기온은 겨울철 영하 90도까지 떨어지며 6개월간 해도 뜨지 않는다. 그럼에도 40여 개 과학기지에는 약 1,000명 정도의 과학자들이 남아 혹독한 남극의 겨울을 보낸다. 이들은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곳을 마다하지 않을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탐험과 도전 덕분에 인류의 문명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인류의 과학적 지식을 발전시키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깊은 바닷속, 혹한의 극지, 미지의 우주에서 계속되어왔으며 앞으로도 세대를 이어 계속되어야 한다.
아직도 미지의 세계인 극지는 도전과 개척 정신을 지닌 차세대 과학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로 충만한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책 속에서
지도교수 맥기니스 박사는 나에게 물었다. “남극을 처음 본 인상이 어때?” 나는 “매우 아름답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교수는 “두 번 다시 남극에 오지 못하리라 생각하겠지만, 너는 앞으로 평생 남극을 드나들게 될 거야”라며 미소 지었다. 그 노교수의 예언은 실현되어, 나는 그 후 40년간 20차례 이상 남극을 드나들며 남극대륙의 진화와 기후변화 등을 연구해오고 있다. 1989년과 1996년 세종기지 월동대장으로 2년을 지냈으며, 매년 11월에서 2월까지 남극의 여름에는 어김없이 남극을 다녀왔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1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지도교수의 말은 예언이 아니라 한 젊은 과학자에게 던지는 축복이었다. (56쪽)
3월이 가까워지면 하계 연구원들은 하나둘 남극을 떠나고, 이때부터 해는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며 월동대원들은 곧 맞이할 암흑의 겨울을 대비하여 더욱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남극의 긴 겨울이 시작되면 대원들은 날씨와의 싸움,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세종기지에서 겨울철 하루 중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채 4시간도 안 되며 그마저도 수시로 몰아닥치는 초속 20m 이상의 강풍과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눈보라(블리자드)로 인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게 된다. (121쪽)
아라온호 쇄빙 능력은 1m 두께의 해빙을 3노트의 속도로 깨면서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실제 쇄빙선이 해빙을 뚫고 나갈 때는 얼음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두꺼운 얼음을 만나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나아간다. 이러한 쇄빙을 반복하면 시간과 연료의 소모가 많기 때문에 쇄빙선도 보통은 사전에 위성사진을 보고 해빙 사이의 갈라진 틈을 따라 지그재그로 나아간다. 아라온호는 쇄빙 능력 현장 테스트를 위해 2009년 12월 남극을 향해 출항하였다. 남극대륙 제2기지 건설 후보지 조사와 함께 수행된 남극해 테스트 항해에서 아라온호는 충분한 쇄빙 능력을 입증했다. (214-215쪽)
북극해 항로 등 경제적 활용도가 큰 북극으로의 진출은 우리에게 귀중한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비교적 좁은 한반도 내에서 해양을 통한 외부로의 진출에 소극적이던 우리 민족으로서는 극지라고 하는 새로운 과학 영토를 개척한 셈이다. 특히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도전과 개척 정신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만 봐도 세종·장보고·다산기지가 우리에게 주는 상징적 가치는 충분하다. (287쪽)
아직 극지 연구는 자원 개발이나 활용보다는 기초과학 부문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 극지 연구도 다른 기초과학과 마찬가지로 그 결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아 주목받지 못했다. 극지 연구와 같은 기초 분야에 민간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를 중심으로 공익성이 기대되는 극지 연구 분야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머지않아 극지는 기초과학 연구에서 자원 개발의 대상으로 바뀔 것이다. (…) 남극과 북극이 우리에게 미래의 알래스카가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또 이러한 미래에 대한 투자를 뒤로 미룬다면 알래스카를 단돈 몇 푼에 팔아넘긴 러시아와 똑같은 실수를 우리가 되풀이하는 것은 아닐까. (366-3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