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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진 베일
제이컵 형
해설 고장 난 영혼, 그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다
저자 소개
저자 : 조지 엘리엇 (George Eliot)
19세기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편집자, 번역자였으며,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힌다. 그가 쓴 『미들마치』는 2015년 ‘BBC가 뽑은 최고의 영국 소설’ 1위, 2020년 ‘데일리 텔레그래프 선정 최고의 소설’ 1위를 기록했으며, 문학 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조지 엘리엇을 “서양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라고 극찬했다.
1819년 영국 워릭셔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메리 앤 에번스지만, 여성에게 가해지는 제약과 편견을 피하고자 ‘조지 엘리엇’이라는 남성 필명을 사용했다. 1857년 『성직 생활의 단면』을 출간한 후, 『애덤 비드』,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사일러스 마너』, 『미들마치』, 『다니엘 데론다』 등을 펴냈다. 이 책 『고장 난 영혼』에는 예리한 심리 묘사와 탁월한 통찰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위선, 허영을 폭로한 두 편의 중편소설 「벗겨진 베일」과 「제이컵 형」이 수록되어 있다. 1880년 12월에 사망해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묻혔다.

역자 : 박희원
이야기를 만지며 살고 싶어 번역 세계에 뛰어들었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무법의 바다』, 『사물의 표면 아래』, 『나는 바보다』, 『에이스』, 『낭만적 우정과 무가치한 연애』 등이 있다.

해설 : 김선옥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원광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로 현대 영미 문학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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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벗겨진 베일」과 「제이컵 형」은 작가의 주요 관심사와 문학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벗겨진 베일」은 초자연적 요소를 통해 소통의 부재와 인간 소외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며, 「제이컵 형」은 날카로운 풍자로 인간의 허영과 위선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 두 중편소설은 매력적인 서사와 간결한 분량으로 엘리엇의 방대한 문학 세계로 들어가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책 속에서

오래된 이야기다. 먼 훗날에나 치를 대가에는 아랑곳없이 인간이 유혹자에게 자신을 팔아넘기고 피의 계약을 맺는 것. 인간의 주위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있기에, 그 계약을 맺고도 여전히 사나운 충동으로 영혼의 갈증을 채우고자 허겁지겁 악마의 잔을 들이키는 것. 지혜에 이르는 지름길이란, 특허받은 전찻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세기에 걸친 발명과 발견이 있었음에도 영혼의 길은 가시 돋친 황야에 펼쳐져 있어 여전히 과거와 같이 혼자서, 피 흘리는 발로, 도와달라 흐느끼며 걸어야 한다.
ㅡ52쪽

그 순간 내가 어떻게 보였는지 안다. 버사가 매서운 회색 눈을 들어 나를 바라봤을 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내 모습을 봤으므로. 유령이나 보는 딱한 인간, 한낮에도 혼령에 둘러싸여 있어 나뭇잎도 움직이지 않는 산들바람에 벌벌 떨고 인간이 일반적으로 욕망하는 대상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달빛에 애달파하는 인간.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서로를 재단했다. 완벽한 조명이 모든 것을 밝히는 지독한 순간이 닥치자 나는 어둠이 내게 숨겼던 풍경은 다른 것이 아니라 오직 텅 비고 범속한 벽뿐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ㅡ76쪽

버사와 이 여자 사이의 비밀은 무엇이었나? 나는 통찰력이 돌아와 사랑 없는 두 여자의 심장에서 무엇이 자라났는지 강제로 보게 될 것이 끔찍이도 두려워 버사에게서 눈을 돌렸다. 버사가 자신의 비밀에 봉인을 찍을 이 죽음의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비밀이 내게 계속 봉인되어 있음에 나는 신께 감사했다.
ㅡ96쪽

“쉿!” 데이비드가 속삭임치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전부 형 거니까, 쉬이이잇! 기니 금화를 구덩이에 넣으면, 이렇게 변하는 거야!”
더 똑똑히 가르쳐주고자 데이비드는 기니 금화를 집은 손을 구덩이 안으로 내렸다. “이렇게 넣어.” 이어서 마지막 남은 로젠지 사탕을 꺼냈다. “그럼 이렇게 나와.” 그러고는 넙죽 열린 제이컵의 입에 사탕을 넣어줬다.
ㅡ123쪽

여성의 매력과 미덕이란 영역에서 최고라 하기에 모자람이 없어야 서인도 제도의 무성하고 찬란한 아름다움에 익숙해진 에드워드 프릴리 씨의 열정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디저트 장수가 더 높은 신분의 사람에게서나 보일 법한 생각과 대화를 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워 보일 수 있겠으나, 그가 외국에 다녀온 것은 물론이고 오 다리와 누런 낯빛, 옹졸한 이목구비의 소유자로서 여성을 깐깐하게 평가하는 감식가로 자연의 인증을 받은 이였음을 명심해야 한다.
ㅡ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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