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34쪽
음지와 하나님을 동시에 보는 사람이 비단 나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잘 알다시피 성경에는 주인공답지 못한 주인공, 자꾸 딴소리하는 사람, 사랑받는 매춘부, 우락부락한 어부 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조울증에 걸린 알코올 중독자 코미디언이 그런 등장인물과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여기 음지에 거주하는 내 공동체의 한가운데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복음을 보았다. 삶을 바꾸어 놓는 복음이란 하나님이 멀리 계시지 않고 바로 망가진 우리 삶 속에 계신다는 실재다. 복음을 본 이상 그것을 가리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영영 모르겠지만, 내 자리에서 복음을 전하고 복음으로 내 자리를 알리도록 내가 부름받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1. 조정 팀
41쪽
“음…… 신학교는 정말 재미있어요. 그래서 할 말이 있는데 전공을 신학에서 목회로 바꿨어요. 음…… 그게…… 어쩌면 하나님이 교회를 개척하라고 나를 부르시는 것 같아서, 어쩌면 내가 내 사람들의 목사가 돼야 할 것 같은데, 무서워요. 그게…… 내가…… 그런데…….” 말이 되는 소리인지 모르지만 일단 던졌다. 나는 그분들이 내 생각을 일축하면서, 여자가 가르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성경 말씀을 내가 무시한다고 단죄할까 봐 두려웠다. 부모에게 수모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실제로 수모당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비참할지 몰랐다.
-2. 하나님의 숙모
48쪽
그리스도의 교회에 속해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주로 이것저것 삼가는 데 능해야 했다. 술은 당연히 삼가야 했다. 빈정대고 비꼬는 말, 혼외 섹스, 흡연, 춤, 욕설, 비신자와 연애하는 것도 다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물론 남녀가 동시에 같은 수영장에 들어가는 거야말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금기 사항이었다. 이 모든 것을 잘 삼갈수록 더 훌륭한 그리스도인이었다. 이미 그때부터 내가 보기에 그리스도의 교회를 하나로 연합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나 예수님의 아낌없는 사랑이 아니라 교인들이 죽을힘을 다해 착해지는 거였다. 하다못해 착한 척이라도 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는 사람도 있었다
-3. 앨비언 바빌론
78쪽
은혜의 정의는 우리가 죄를 지어도 하나님이 용서하신다는 게 아니다. 은혜란 내 결함을 보완해 줄 온전한 상태의 근원이 하나님이라는 뜻이다. 내 결함은 자신과 타인을 넘어 지구에까지 상처를 입히지만, 그분의 은혜가 있기에 내 망가진 모습이 최종 결말은 아니다. 내 이기심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그 치부까지도 아름답게 변화시키신다. 은혜란 하나님이 인간을 흠 많은 존재로 지어 놓고 우리의 어쩔 수 없는 실패에 잔뜩 피해자 행세를 하다가 영웅처럼 끼어들어 이렇게 선심을 쓰는 게 아니다. “괜찮아, 내가 큰맘 먹고 용서해 주지.” 은혜란 하나님의 이런 말씀과 같다. “나는 세상을 너무도 사랑하기에 너희 죄가 너희를 최종 규정하게 둘 수 없다. 나는 만물을 새롭게 하는 하나님이다.”
-5. “감사합니다, ELCA!”
106쪽
흔히들 종교의, 특히 기독교의 관건은 선악의 차이를 알아 선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진리는 나를 자유롭게 했지만, 내가 착해져서 자유를 얻은 적은 없다. 이것을 뻔히 알기에 나는 예수님을 사랑하면서도 그분이 싫어진다. 그분이 대비하신 것은 선과 악이 아니라 진리와 악이기에, 나는 번번이 진실 대신 착해지려(또는 착해 보이려) 했던 나를 반성해야 한다.
-7. “빌어먹을 진실 따위!”
120쪽
고난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확실한 답은 없다. 그러나 의미는 있다. 내게 그 의미란 임마누엘이신 예수님과의 관계로 귀결되었다. 임마누엘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이다. 우리는 답을 얻고 싶어 하나님께 가지만 때로 우리가 받는 것은 그분의 임재다.
-8. 현장 목회 실습
182쪽
우리의 정체성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남의 말에 혹하기 쉽다. 예수님께 그것이 시험 거리가 됐다면 나머지 우리에게야 말할 것도 없다. 이 시험에 넘어가면 자기혐오나 자아도취, 우울이나 교만, 자멸이나 방종에 빠지게 돼 있다. 하나님이 주시는 정체성이 흔들리고 그분과의 관계가 흔들리면, 누구라도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그만큼 의심하기 쉽다.
-13. 귀신과 눈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