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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Ich bin mude 나는 피곤하다
2장 가족 박물관
3장 Guten Tag 안녕하세요
4장 아카이브 : 떠나는 천사의 모티프를 변주한 여섯 개의 이야기
5장 Was ist Kunst? 예술이란 무엇인가?
6부 단체사진
7장 Wo bin ich? 여기가 어디지?
저자 소개
저자 : 두브라브카 우그레시치 (Dubravka Ugresic)
구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망명인으로, 망명자의 조각난 삶과 슬픔의 계보를 독창적인 형식과 시각예술의 은유로 표현했다.『무조건 항복 미술관』, 『의식의 흐름을 건너다(Fording the Stream of Consciousness)』 등 여러 편의 소설과 『즐거운 하루(Have a Nice Day)』, 『거짓의 문화(The Culture of Lies)』,『읽지 않아줘서 고마워(Thank You for Not Reading)』를 포함한 세 권의 에세이집을 발표한 작가다. 스위스 샤를 베이용 유럽 에세이상, 오스트리아 국가 유럽문학상, 최근에는 페로니오?치타 디 피아노 문학상 등 다수의 국제 문학상을 수상했다.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정치적 이유로 1993년 고국을 떠나 현재는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다가 2023년 사망했다.

역자 : 조서현
마담 휘가로 인터내셔널 에디터를 시작으로, 에스콰이어, 로피시엘, 데이즈드를 거쳐 Y 매거진 편집장을 역임했다. 번역한 전작으로는『예술가로 살아가기』(마이클 크레이그-마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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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무조건 항복 미술관』의 첫 문장은 베를린 동물원에서 시작된다. 1961년 8월에 죽은 바다코끼리 ‘롤란트’의 위장에서 나온 물건들이-담배 라이터, 막대사탕 막대, 맥주병 오프너 등-수조 옆에 전시되어 있다. 이 물건들은 처음에는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소설을 이루는 허구의 파편들처럼 점차 서로를 향해 모이며 시적이고 의미 있는 전체를 형성한다.
다양한 문학적 형식으로 쓰인 이 작품은 망명자의 조각난 세계의 파편을 포착한다. 어떤 장들은 외롭고 소외된 어머니의 일기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그녀는 임시 벼룩시장을 전전하며 자식들을 그리워한다. 또 다른 장에서는 한 무리의 여성 친구들 앞에 천사가 나타나는 꿈결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밖에도 홀로코스트와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대한 성찰과 기록, 유럽 예술가들의 초상, 캐러웨이 수프 레시피, 리스본에서의 로맨틱한 만남, 가족 사진에 대한 묘사, 작가가 자란 작은 도시의 기억들이 서로 교차한다.
예술과 역사, 노화와 상실이라는 주제를 가로지르는,『무조건 항복 미술관』은 음울하면서도 극도로 독창적인 소설이다. 『타임』지 문학 서평은 이 작품에 대해 “파괴적인 힘에 대한 생생한 고발이자, 무엇이 걸려 있는지를 환기시키는 탁월한 성취”라고 평했다.

수전 손탁, 일리야 카바노프, 페터 한트케, 밀란 쿤데라, 그리고 베를린의 무조건 항복 미술관
시각 예술과 현대 문학, 도시와 미술관의 대위로 풍요로운 문학 서사

『무조건 항복 미술관』의 첫 장에는 책 전체를 통틀어 단 한 잔의 사진이 등장한다. 수영복을 입고 있는 익명의 여성 세 명을 찍은 흑백 사진에는 ‘이름 모를 수영객들. 20세기 초, 크로아티아 북부의파크라 강에서 촬영, 사진작가 미상’이라는 짤막한 단서만 남겨 있다.
‘사진’은 작가가 망명자의 사라진 과거를 현재의 삶과 연결하는 중요한 상징적 단서이다. 2장 ‘가족 박물관’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낡은 여행가방에는 영원히 정리하지 못할 한 묶음의 사진이 등장한다. 먼 친척의 웨딩 사진부터 익명의 사람들까지, 어머니는 뒤죽박죽 한 무더기의 사진을 껴안고 그 안에 서열을 세워보고자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망명자의 기억은 파편이고, 서열은 역사에서 지워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향수의 시대이며, 사진은그 향수를 적극적으로 부추긴다. 사진은 애가(哀歌)의예술, 황혼의 예술이다. 대부분의 피사체는 사진에 담기는 순간만으로도 일종의 비감에 스친다. 추하거나기괴한 대상도, 사진가의 주의와 시선이 그것을 존엄하게 만들어줄 때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아름다운대상은 세월이 흐르며 늙거나 쇠락했거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에 한층 더 애조를 불러일으킨다. 모든사진은 메멘토 모리(mementos mori)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혹은 사물)의 죽음, 취약함, 변모 가능성에동참하는 행위다. 바로 이 순간을 잘라내 동결함으로써, 모든사진은 시간의 끈질긴 해빙을 증언한다.
- 수전 손택(Susan Sontag),『사진에 관하여 (On Photography)』

이 책은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소설의 주체는 동일한 듯 하지만 시점과 시공간을 떠돌며 오가고, 연대기적인 서사를 취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과 주인공에게 깊은 공감을 느끼는 이유는, 망명자의 찢겨진 과거를 기억하고 회상하는 방식의 리얼리티이다. 망명자의 과거는 조각과 파편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텍스트와 이미지로 존재한다. 그것은 어머니의 낡은 여행 가방 안에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한 뭉터기의 사진더미이다. 작가는 수전 손택의 글, “사진은 애가의 예술이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혹은 사물)의 죽음, 취약함, 변모 가능성에 동참하는 행위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망명자의 사진에 깃든 현대예술의 의미를 제시한다.

처음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실수였다. ‘무조건 항복 미술관’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제목에 매혹되었고, 미술관과 관련된 예술서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원서를 접하게 되었다. 아트북프레스 출판사는 2018년 창간 이후 현대미술과 관련된 도서만을 출판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문학 소설이었고, ‘무조건 항복 미술관(Museum of Unconditional Surrender)’은 가상의 미술관에 불과하며, 또한 작품에 걸쳐 잠시, 안개처럼 희미하게 존재하다가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형식과 풍부한 현대예술의 대위, 그리고 무엇보다 망명자의 운명을 선택한 작가가 공유하는 깊은 슬픔의 고백은 청아한 영혼의 공명을 남긴다. 그리하여 아트북프레스의 첫 번째 문학 도서이자, 두브라브카 우그레시치의 첫 번째 국내 번역서로 소개하기로 결정하였다.
- 조숙현 (편집자, 아트북프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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