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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5
들어가는 글 9

1장 우리는 정말로 암수를 정확히 나눌 수 있을까? 17
2장 성은 평생 동안 끊임없이 변한다 37
3장 수컷과 암컷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성 결정 유전자’의 역할 63
4장 수컷화와 암컷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성 호르몬’의 힘 95
5장 모든 세포는 저마다 고유한 성을 지닌다 129
6장 뇌의 성이라는 마지막 수수께끼 153

나가는 글 179
참고문헌 185
저자 소개
저자 : 모로하시 겐이치로
기초 생물학 연구소 교수, 규슈 대학교 대학원 의학 연구원 주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구루메 대학교 의과대학 객원교수이다. 규슈 대학교 대학원 이학연구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문부과학성의 지원을 받은 성 관련 연구인 ‘성 스펙트럼’에 주요 연구자로 참여했다. 30년에 걸쳐 생물의 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분자생물학 및 발생생물학적 관점에서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의 성 결정 및 성 분화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대표 업적으로 스테로이드 호르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와 성 결정에 관여하는 전사인자를 규명한 것 등이 있다. 1994년 일본 생화학회 장려상, 2007년 영국 내분비학회 아시안 & 오세아니아 메달, 2021년 일본 내분비학회 학회상을 수상했다.

역자 : 김종현
서울 대학교에서 생명과학과 아시아언어문명학을 전공했다. 현재 도쿄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진화학의 한 분야인 집단유전학을 주전공으로 하며 특히 고인류 유전체 분석을 통한 인류 집단의 이동 및 교류의 역사를 밝히는 데에 힘 쓰고 있다. 대표 출판 논문에는 『도이가하마 유적 야요이인 개체의 유전 분석을 통한 일본 열도 이주민 기원 연구』 『고대 유전체 분석에 기반한 북서부 규슈 야요이인의 초기 혼합과 유전적 다양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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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보면 안다? 아니다, 성 구별은 봐도 알 수 없다

남성과 여성, 수컷과 암컷을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신체 형태의 차이를 보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신체 형태, 근육량에서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더 어깨가 넓고 상체는 역삼각형이며 여성은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지닌다. 이것은 상식이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이런 상식을 무너뜨리는 반례를 제시한다. 목도리도요라는 새가 있다. 전형적인 목도리도요 수컷은 목에 풍성하고 짙은 갈색인 털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이 수컷은 자기만의 영역이 있어 다른 수컷이 침범해 들어오면 공격해 내쫓는다. 반면 암컷은 수컷보다 작고 목도리도 없고 목이 하얗다. 그리고 그 중간에 아주 기묘한 수컷이 있다. 그것도 암컷과 아주 닮은. 어떤 수컷은 목도리가 있으나 하얗고 또 어떤 수컷은 목도리도 없어 언뜻 보면 암컷과 구별되지 않는다. 이 수컷들은 강해 보이는 전형적 수컷의 눈을 속여 전형적 수컷의 영역 안에 있는 암컷과 짝짓기한다. 남을 따라 하는 번식 전략인 이러한 ‘의태’는 형태 만으로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말하자면 목도리가 없는 수컷은 수컷 50%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이런 사례는 자연에 넘쳐난다.

성은 빛의 스펙트럼처럼 남성 100%와 여성 100% 사이에 수많은 다양성을 가진 연속체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남녀를 줄지어 세우면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는 존재가 반드시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저는 ‘남성의 골격근은 여성의 골격근보다 굵다’라는 통념에 기반하여 ‘어째서 남성의 골격근은 여성의 골격근보다 굵은가?’를 연구해 왔습니다.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남성의 골격근이 여성보다 커진 것인지를 밝혀온 것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그 연구의 전제가 되는 ‘남성의 골격근은 여성의 골격근보다 굵다’라는 사실은 모든 남녀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골격근이 가는 남성이나 골격근이 굵은 여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남성의 골격근은 여성의 골격근보다 굵다’라는 상식에 기반하여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즉 연구자가 존재하지도 않는 남녀의 대립 축, 말하자면 ‘허구의 대립 축’을 믿으며 연구를 해 왔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33-34쪽)

평생 성은 고정된다? 아니, 살면서 끊임없이 변한다

성 스펙트럼상의 위치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자연의 성은 남성 100% 였다가 남성 50%가 되기도 하고 여성 100%가 되는 성 전환도 흔하게 일어난다. 저자는 이렇게 성을 변화시키는 힘을 네 가지로 구별한다. ‘남성화’, ‘여성화’, ‘탈남성화’, ‘탈여성화’가 그것이다. 어떤 존재가 성 스펙트럼상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는 이 네 가지 힘이 만드는 균형에 달려 있으며 우리가 익히 아는 성 호르몬, 성 염색체 등이 이러한 힘을 만들어 낸다.

어류의 세계에서는 환경 변화에 대응해 성별을 바꾸는 성 전환 사례가 빈번하게 관찰된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흰동가리는 철저한 위계질서에 따라 성별을 결정한다. 집단 내 가장 큰 개체가 암컷, 두 번째로 큰 개체가 수컷이 되어 번식 활동을 전담하며 나머지 개체들은 미성숙 상태를 유지한다. 만약 암컷이 소멸할 경우, 기존의 수컷이 암컷으로 전환되고 미성숙 개체 중 가장 큰 개체가 다시 수컷이 되는 전략을 취한다. 이는 성 스펙트럼상에서 수컷 100% 혹은 중립 상태에 있던 개체가 암컷 100%라는 극단적 위치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반대로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별을 바꾸는 종도 존재한다. 청줄청소놀래기나 꽃돔 같은 일부다처제 어류는 강한 수컷이 여러 암컷을 점유하는 번식 구조를 가진다. 이들은 몸집이 작아 경쟁력이 낮을 때는 암컷으로 지내다가, 우두머리 수컷이 사라져 자신이 번식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커지면 수컷으로 성을 전환한다. 성 스펙트럼 관점에서 보면 이는 암컷 100% 상태에서 수컷 100% 상태로의 급격한 위치 변화다. 이처럼 어류의 성 전환은 단순히 개별적인 현상을 넘어 종의 보존과 번식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도의 생존 전략이자 역동적인 성 스펙트럼 이동의 결과로 풀이된다.

인간의 성도 다르지 않다. 인간 역시 생애 주기에 따라 고정되지 않고 성 스펙트럼 위를 역동적으로 이동한다. 출생 직후나 영유아기에는 생식기 형태를 제외하면 남녀 간 신체적 차이가 크지 않으며 성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이기에 성 스펙트럼의 중앙 부근에 위치한다.

성 스펙트럼상 위치가 급격히 변화하는 지점은 사춘기다. 이 시기에는 성호르몬 농도가 급상승하며 남성화와 여성화의 힘이 온몸에 강하게 작용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러 호르몬 생산이 정점에 달하면 남녀는 각각 스펙트럼의 양 끝단인 100% 지점에 가장 가까워진다. 즉 신체적·성적 특징이 가장 뚜렷하게 발현되는 시기다.

하지만 40~50대 이후 노년기에 접어들면 성호르몬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탈남성화'와 '탈여성화'가 진행된다. 이로 인해 양 끝단에 있던 위치는 다시 스펙트럼의 중앙을 향해 이동하며 남녀 간의 신체적 차이도 점차 옅어진다. 주목할 점은 호르몬 감소 패턴의 차이다. 남성은 완만하게 감소하며 서서히 중앙으로 이동하는 반면 여성은 폐경을 기점으로 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들며 스펙트럼상 위치 또한 더욱 가파르게 변화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성은 평생에 걸쳐 연령과 호르몬 수치에 따라 끊임없이 재배치되는 가변적인 특성을 지닌다.

유전자가 성을 결정한다? 유전자만이 아니다!

저자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성 염색체, 성 호르몬이 어떻게 성을 결정하는지 그리고 그 결정이 어떻게 생애에 걸쳐 변화하는지 보여 준다. 또한 성 과학의 최전선으로서 세포마다 성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과 뇌의 성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까지 나아간다.

모든 포유류는 발생 초기 단계에서 암수 어느 쪽으로도 발달할 수 있는 미분화된 ‘생식샘 원기’를 지닌 채 태어난다. 이때 성 결정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은 Y 염색체에 위치한 ‘SRY 유전자’다. 이 유전자가 마치 스위치처럼 작동하여 정소의 형성을 기동하며 만약 이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난소가 형성된다. 하지만 정소나 난소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성이 이분법적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형성된 생식샘에서 분비되는 성 호르몬은 온몸의 세포에 남성화 또는 여성화라는 ‘힘’을 전달하며 개체의 특성을 빚어내는데 이 호르몬 수치와 수용체의 반응 정도는 개체마다 다르다. 즉 SRY 유전자가 성의 방향을 정하는 ‘시작점’이라면 이후 전개되는 호르몬의 작용은 각 개체를 성 스펙트럼상의 다양한 지점에 배치하는 ‘과정’인 셈이다.

단, 성은 유전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도에 따라 성별이 갈리는 바다거북과 악어다. 바다거북은 모래사장에 구멍을 파서 알을 낳는데 이때 지표면과의 거리에 따라 알들이 각기 다른 온도에 노출된다. 악어 역시 물가 풀로 만든 바구니 형태의 둥지에 알을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며 표면과 안쪽 알 사이에 온도 차가 발생한다. 이러한 환경 내의 미세한 온도 차이는 집단 내 암수 비율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자연적인 기제로 작용한다. 이를 ‘온도 의존적 성 결정’이라 한다.

개체의 크기가 성을 결정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는 ‘환경 의존적 성 결정’ 또는 ‘사회적 성 결정’이라 불리는 방식이다. 흰동가리는 집단 내 다른 개체들과 자신의 몸집 크기를 비교해 성을 정하며 오키나와베니하제(붉은 망둥어의 일종)는 짝을 이룰 때 상대 개체와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 이처럼 다양한 종들이 고정된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환경과 사회적 관계에 맞춰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성 스펙트럼의 존재는 단순히 추상적인 주장이 아니라 우리 몸을 구성하는 37조 개의 세포 단위를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된다. 각 장기와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저마다 성 호르몬에 반응하며 고유한 유전자 발현 패턴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근육 세포 내의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수컷은 당 분해가, 암컷은 지방산 분해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등 세포 수준에서의 ‘성차’가 명확히 존재한다. 최신 유전학 기술은 이러한 유전자 발현량을 수치화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한 개체가 표준적인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의 어느 좌표에 위치하는지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성별이 단일한 고정값이 아니라 수많은 유전자 발현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연속적인 상태임을 시사한다.

성 스펙트럼의 가장 역동적인 특징은 일생에 걸쳐 그 위치가 변화한다는 점에 있다. 인간의 성은 사춘기에 성 호르몬 농도가 정점에 달하며 스펙트럼의 양 끝단(남성 100%, 여성 100%)을 향해 급격히 이동했다가 노년기에 접어들어 호르몬이 감소하면 다시 중앙의 중립적인 상태로 회귀하는 흐름을 보인다. 특히 인체의 중추인 뇌의 성 또한 이러한 스펙트럼의 원리에서 예외가 아니다. 뇌 속의 신경세포들 역시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별을 형성하며 이는 개인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생물학적 근거가 된다. 결국 자연계에서 성별이란 두 칸으로 나뉜 상자가 아니라 유전자와 호르몬이라는 동력이 빚어내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자 연속적인 스펙트럼인 것이다.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타고난다? 아니, 다양한 게 기본이다

인간 뇌의 성별은 단순히 남녀라는 이분법적 틀이 아닌, 연속적인 스펙트럼의 관점에서 고찰해야 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핵심 축이다. 첫째는 자신을 어떤 성별로 인식하는가에 대한 문제인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이며 둘째는 어떤 성별에게 정서적·성적 끌림을 느끼는가와 관련된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이다.

성 정체성은 실로 다양한 양상을 띤다. 자신을 남성 또는 여성으로 확신하는 경우 외에도 남성인 동시에 여성이라고 느끼거나 혹은 그 어느 쪽도 아니라고 인식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뇌 내 신경세포가 형성하는 성 정체성은 스펙트럼의 양 끝단(남성/여성) 사이의 어느 지점에도 위치할 수 있다. 예컨대 “어느 쪽에 가깝느냐고 묻는다면 남성 쪽”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완전한 끝단이 아닌 남성 측으로 치우친 특정 지점에 분포하게 된다.

성적 지향 또한 동일한 스펙트럼 구조를 가진다. 연애 대상을 남성 혹은 여성으로 한정하는 이들이 스펙트럼의 양 끝에 위치한다면 양측 모두에게 사랑을 느끼는 이들은 중앙 부근에 자리한다. 이 역시 어느 한쪽으로 미세하게 치우친 지향성을 가진 이들까지 포함하여 무수히 많은 좌표로 나타난다.

결국 인간의 뇌는 고정된 두 가지 상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결정하는 뇌의 기능적·구조적 특성은 스펙트럼 위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이러한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이 현대 뇌과학이 성별을 바라보는 본질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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