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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 4
순환하는 종말 속에서_《사탄탱고》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덫 / 조원규 / 10
사탄과 함께 탱고를,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여섯 스텝 앞으로, 벨라 타르는 여섯 스텝 뒤로 / 정성일 / 34
이토록 망해버린 세계에서_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학 세계 / 장은수 / 78
교수와 천사 / 금정연 / 112
고정된 회오리의 세계_마지막 늑대 / 고영범 / 134
저자 소개
저자 : 조원규
시인, 번역가. 1985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아담, 아들 얼굴〉 〈밤의 바다를 건너〉 〈난간〉 등 여섯 권의 시집을 냈으며, 독립문예지 〈베개〉의 편집·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강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였으며, 게르하르트 베어의 《유럽의 신비주의》, 안겔루스 질레 지우스의 《방랑하는 천사》, 페터 한트케의 《시 없는 삶》, 크러스너 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탱고》 등을 번역했다.

저자 : 정성일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로드쇼〉의 편집차장, 〈키노〉의 편집장, 〈말〉의 최장수 필자를 거치며 대한민국 영화 비평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2009년 겨울 첫 번째 장편영화 〈카페 느와르〉를 찍었으며, 《나의 작가주의: 왕빙, 영화가 여기에 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필사의 탐독》 등을 썼다.

저자 : 장은수
읽기 중독자.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민음사에서 오랫동안 책을 만들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주로 읽기와 쓰기, 출판과 미디어 등에 대한 생각의 도구들을 개발하는 일을 한다. 저서로 《읽다, 일하다, 사랑하다》 《출판의 미래》 《같이 읽고 함께 살다》 등이 있으며, 《도서관의 역사》 《기억 전달자》 《고릴라》 등을 옮겼다.

저자 : 금정연
읽고 쓰는 사람. 《아무튼, 택시》 《담배와 영화》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한밤의 읽기》 《모두 일요일이야》 등을 쓰고 《문학의 기쁨》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등을 함께 썼다. 《수 동 타자기를 위한 레퀴엠》 《동물농장》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 고영범
극작가, 소설가. 신학과 영화를 공부했다. 장편소설 《서교동에서 죽다》와 희곡 〈태수는 왜?〉 〈이인실〉 〈방문〉 〈에어컨 없는 방〉 〈서교동에서 죽다〉 그리고 기행전기 《레이먼드 카버》를 썼다. 《스웨트》를 비롯한 다수의 희곡과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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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 독법이 필요한 이유

번역부터 상당한 난도를 지닌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마침표 없이 쉼표와 겹문장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어느새 소설 속 장면 한 귀퉁이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철저하고도 세세한 묘사, 유려한 문장과 불쑥 튀어나오는 블랙코미디까지, 호흡을 타면 끝까지 몰입하고 마는 매력이 있다.

쉼표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만연체 문장은 어디서 끊어 읽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벽돌책에 가까운 볼륨은 독자에게 진입장벽을 높인다. 서사는 “용암처럼 느리게 흐르”고, 사건은 앞으로 나아가나 싶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길을 찾았나 싶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파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길을 잃는다.

《사탄탱고》의 번역가이기도 한 조원규는 카프카와 니체의 허무주의 및 파멸의 서사와 헝가리의 붕괴라는 역사를 이어지는 좌표상에 놓는다. 그리고 세 가지 세계를 관통하는 감각으로 이명(耳鳴)을 꼽는다.
영화감독이자 평론가인 정성일은 영화와 소설을 겹쳐 읽는다. 소설은 너무 빠르고, 영화는 너무 늦게 나왔다고 언급한다. 탱고와 같이 여섯 스텝 앞서 무너지는 시간을 쓴 소설과 롱테이크의 미학으로 여섯 걸음 물러선 영화를 살펴본다. 소설은 끝없는 활자 속에서 순환하는 종말을 이야기할 때, 영화는 스크린 위에서 시간의 무게를 견딘다.

문학평론가 장은수는 헝가리 사회주의와 서구 문명의 붕괴를 거쳐 우주적 파멸로 확장해가는 종말을 살펴본다. 종말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다. 희망은 위로라기보다는 기만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사탄탱고》의 이리미아시, 《저항의 멜랑콜리》의 거대한 고래를 거쳐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은 끝까지 쥐고 갈 것인지 묻는다.

서평가 금정연은 교수와 천사라는 두 축으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세계를 나눈다. 관찰하고 기록하는 교수(혹은 의사)와 희생당하는 에슈티케, 벌루시커라는 천사로 나뉘고 합쳐지는 소설의 서사를 살펴본다. 소설과 같이 흘러가는 인생은 없지만,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소설을 읽는 행위가 한 인생을 사는 것과 같은 경험임을 놀랍도록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가라고 평한다.

한편 극작가이자 소설가 고영범은 《라스트 울프》를 연극적 관점에서 희곡을 읽듯이 살펴본다. 이야기가 겹치고 교차되면서 더 큰 이야기를 엮어내고, 결국 이야기는 한 지점으로 수렴된다. 이렇게 복잡하고도 유려한 글쓰기 방식이 액자 속 액자, 이야기 속 이야기를 더 명확히 그려낸다고 본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 다섯 편의 글은 작품을 해설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다양한 독법을 소개한다고 보는 편이 옳다.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읽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따라가며,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사람과 분야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섯 편의 글은 너무도 다르지만, 결국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멈출 수 없이 종말을 향해 가는 이 세계에서, 과연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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