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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별개의 종족-유년 시절
2장 이해받지 못할 확신-케임브리지
3장 런던, 이탈리아, 파리-예술 기행
4장 온 세상이 우리의 공범-결혼
5장 끈질긴 믿음과 극단적인 망설임-창작과 비평
6장 삶은 너무도 절박해-미국 활동
7장 회화의 위대한 시대-후기 인상파 전시회
8장 새로운 정열-오메가 공방
9장 삶의 가장자리-전쟁 시기
10장 상상력과 디자인-프라이의 미학
11장 변형-말년
저자 소개
저자 : 버지니아 울프 (Adeline Virginia Woolf)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20세기 영국의 작가. 1882년 런던에서 태어나 킹스칼리지에서 역사학과 그리스어를 공부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식 학위는 받지 못했다. 훗날 ‘블룸즈버리 그룹’으로 불리는 지적 공동체에서 로저 프라이, 리턴 스트레이치, 클라이브 벨,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과 교류하며 당대의 권위와 제약에 저항하는 예술 실험을 이어갔다. 1912년 그룹의 일원이자 작가인 레너드 울프와 결혼한 뒤 1915년 첫 소설 『항해』를 시작으로 『밤과 낮』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올랜도』 등의 역작을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자기만의 방』과 『세월』 등의 작품에서 여성 해방 문제를 다루며 현재까지도 선구적인 페미니스트의 일원으로 평가받는다. 장편 소설 아홉 편을 비롯해 평론, 희곡, 에세이 등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의 공포 속 정신 질환의 악화를 우려해 1941년 3월 28일, 59세의 나이로 우즈강에 투신해 생을 마쳤다.

역자 : 박병화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문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고려대와 건국대에서 독문학을 강의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기울어진 제국』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유럽의 명문 서점』 『하버드 글쓰기 강의』 『에바 브라운, 히틀러의 거울』 등의 책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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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엄숙한 집안과 자유분방한 정신

로저 프라이는 1866년 12월 14일, 영국의 한 퀘이커교도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유하지만 엄격한 가정이었다. 퀘이커교의 전통에 따라 퀘이커교도끼리 결혼한 그의 부모님은 배우자를 선택한 방식만큼이나 엄격한 윤리관을 갖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우리를 갑자기 윤리적인 죄책감에 빠지게” 하곤 했고, 어머니는 “얼굴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게끔 아이들을 양육했다. 그런 부모가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아이들이 퀘이커교의 교리에 알맞은 과학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로저 프라이는 이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켜주었다. “폭력에 대해 병적인 공포”를 안긴 서닝힐의 학교에서, 그리고 “방학까지 남은 몇 주, 며칠, 심지어 몇 초까지 시간을 잴 정도로” 지루했던 클리프턴의 학교에서 언제나 1, 2등을 다투었으며 특히 과학에 뛰어났다. 그러나 그의 인생 궤적은 대학교에서 완전히 뒤바뀐다.

케임브리지는 그가 이전에 겪었던 그 어떤 학교와도 다른 곳이었다. 멋진 친구들이 가득했고, 언제라도 흥미로운 토론을 벌일 수 있었으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식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미들턴 교수와의 만남이 있었다. 그는 “동방의 마술사처럼 두툼한 실내복에 스컬캡을” 쓰고, 페르시아 타일이나 렘브란트의 원작처럼 “너무나 놀라운 것들”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로저 프라이는 그에게 매혹당했고 자극받았으며 “자신의 진정한 소질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사랑하는 아버지” 하고 로저는 아버지의 근심을 부채질한다. “얼마나 실망스러우실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 말씀을 드리는 까닭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해보아도 이것이 제가 진정 해야 하는 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과학이 퀘이커교 집안의 가풍이었다면 예술은 “금지 대상”에 가까웠다. 그와 부모님 사이에 끝없는 갈등이 불붙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그럼에도 로저는 평생 이 결정을 무르지 않았다. 그리고 예술활동이 시작된다.

위대한 비평가이자 외면받는 화가

로저 프라이는 쉬지 않고 일했다. 원인 모를 내부 통증에 몇 년째 시달린 끝에 고려했다는 것이 “심지어” “일주일쯤 쉬는 일”이었을 정도다. 『아테네움』 지에 비평을 싣는 걸 시작으로 케임브리지 등 대학에서 미술 강연을 했으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고 뉴 잉글리시 아트 클럽(NEAC)의 심사위원을 맡았다. 작품의 진위를 감정했고 저서를 집필했으며 그 밖에도 벽화, 초상화, 인테리어 작업 등을 닥치는 대로 해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활동은 단연 후기 인상주의의 창시일 테다. 1910년, 그는 자신만의 미학을 바탕으로 『마네와 후기 인상파』 전시를 개최했다. 세잔과 피카소, 마티스, 쇠라, 반 고흐, 고갱 등을 발굴해낸 전시였다.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 그림들이?“터무니없고,?무정부주의적이며, 유치”하다고 그들은 말했다. “드로잉 실력은 교육을 받지 못한 일고여덟 살 어린이 수준”이고 “기법은 손바닥에 침을 뱉고 나서 석판에 문질러 닦는 남학생의 짓”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대중과 화가, 비평가를 가리지 않고 비난이 쏟아졌고, 로저 프라이는 졸지에 “세련되고 존경받는 예술 안내자에서 ‘믿을 수 없이 경박하고 좋게 말해서 머리가 살짝 돈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결말을 안다. 전시는 결국 대중을 설득해냈고, 소개된 화가들은 불멸의 거장이 되었다. “당대의 기호가 한 사람에 의해 바뀔 수 있다면, 그 변화는 로저 프라이가 이끈 것이다”라는 케네크 클라크의 평가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비평가로서 이토록 빛나는 성취를 일궈낸 것과는 달리 그의 그림 작업은 언제나 난항이었다.

미술적 재능이 부족하다는 회의감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퀘이커적 양육 방식이 무의식을 지나치게 억압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미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건 그는 “토론을 할 때는 뒤처지지 않는다고 느”꼈지만, “하다못해 친구의 집에 걸어놓을 만한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림을 그리는 일에서 가장 강렬한 즐거움을 맛보았으나 다른 이들은 그의 그림에 별 관심이 없었다. 결국 스케치 몇 점만 겨우 팔린 어느 개인전이 끝난 뒤 로저는 “다시는 개인전을 열지 않을 것”이라 선언한다.

만인의 친구이자 지독한 외골수

로저 프라이의 평전에서 그가 예술사에 미친 영향만큼이나 두드러지는 것은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다. 그에게는 수준 높은 강의를 즉석에서 펼칠 만큼의 지성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신랄한 유머 감각을 갖추고 있었고, 예술가들의 생활고를 해결해주기 위해 극심한 노동을 자처할 만큼 마음씨가 따뜻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친구가 되었다. 첫 번째 우정이었던 맥태거트부터 로우스 디킨슨, 조지 버나드 쇼, 헨리 제임스…… 그리고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은 많은 이들까지. 그의 목소리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버지니아 울프가 묘사하길 그에게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어디서 물려받은 재주인지는 몰라도 말할 때 사실과 감정을 동시에 전달하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실로 대단해서 “화를 내는 모건을 설득해 (…) 1000파운드를 기부하게” 만들기도 하고, 로저 프라이라면 치를 떨었던 교수조차 그가 “아주 매력적인 남자”라고 인정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몹시 가까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는 어떤 생각이 “이성적으로 납득될 때까지” 시험하길 반복했고, 그 때문에 종종 주변인을 괴롭게 했다. 이런 태도는 일을 할 때 더 두드러졌다. “계획을 짜고 실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는 “독선적이고 무자비했다”. “극단적으로 비사업적”이었고 “넓은 의미에서 완전히 사심이 없었다”. 이를테면 아이디어를 밀어붙이는 데만 몰두해 문서 기록 없이 계약을 체결하곤 했다. 체계적이지 못하고 강압적인 그의 태도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와 일하길 기피했으며, 그중 한 명은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무솔리니나 히틀러, 스탈린이 죽은 것 같은 기분”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울프는 그런 그의 이면 역시 표백 없이 전달한다. 그로써 로저 프라이에게 빛을 드리우며 그림자가 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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