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작아질수록 열리는 세계
마트료시카는 송선미 시인의 스타일을 잘 보여 주는 이미지다. 점점 더 작은 세계로 들어가며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송선미 시인 동시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더더더더 작은” 마트료시카 “속에” 존재하는 “더 이상 열리지 않아” 그보다 더 “작을 수 없는”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는 말이 그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마트료시카 꺼내기」).
마트료시카를 여는 순간 기다림은 더 작은 것들을 만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작은 것들이 우리들의 세계가 이어지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마트료시카는 물론 “종이 인형”(「내 종이 인형의 옷」), “우산”(「우산」), 연필심(「좋아」), “타로 카드”(「지각 타로의 원리」) 등 일상에 자리한 익숙한 것들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작은 것과 같은 높이에서 눈을 맞추며 들여다보기에, 송선미 시인의 동시는 그 안에 모든 존재들을 초대할 수 있다.
기억 속에서 이어지는 우리
『마트료시카 꺼내기』의 동시들은 기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빨간 풍선”은 “아빠”의 기억과 연결되고(「빨간 풍선」), “인동꽃”은 “언니와 그때”와 “나 있는 여기”를 이어 주는 매개가 된다(「인동꽃」). 이러한 기억들은 곧 “어둠 속에서/ 벽 앞에 섰을 때” “그림자를 일으켜 세”우는 “초 한 자루”처럼 우리 자신을 지탱하는 힘을 준다(「초 하나」). “엄마 아빠 주고받은 까만 글씨” “편지”처럼 누군가와 함께했던 “풀리고 길어지고 묶이고 이어지”는 기억들이 우리라는 존재를 단단히 받쳐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길게 이어지는 실」).
그 곁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을 얻고, 우리의 아픔과 마음에 공감해 주는 시인을 발견하게 된다. 시인은 “멍”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우리 마음에 새겨진 “곰곰이” “동그랗고/ 조용”한 멍을 들여다본다(「멍」). 가만히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고 또 다시금 일어날 수 있도록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바로 송선미 시인의 동시가 가진 힘이다. 그의 동시에는 우리를 향한 간절한 “기도와 소망이 들어 있”다(「태몽」).
나를 일으켜 세우는 한 편의 시
동시집 끝에서 시인은 마트료시카를 닫는다. 시인을 따라 점점 작은 세계로 들어갔던 독자들을 “조금 더 커진” 세계로 이끌어 내고, “조금씩 커져서 밖으로 퍼지는 웃음”을 잘 “안고 있”을 수 있도록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이미지다(「두터운 마트료시카」).
“눈 코 입”을 그려 준 “돌멩이를 내려놓”는 방법으로 “마음이 무거운 날”을 극복하는 화자처럼(「돌멩이」), 단단해진 독자는 맞닥뜨린 불행과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송선미 시인의 시는 “갑갑했던” 우리의 “벽 한구석에” 그려지는 “문”이 되어 준다(「내 방으로 널 초대할게」).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시 돌아보고, 그 안에서 누군가와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절망 앞에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여성의 언어와 감각, 사유와 문체로 짜인 동시집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생존자 여성의 내심에서 우러난 빛과 그림자, 여성으로서의 실천과 상상이 담긴 동시집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도착할 것인가. 『마트료시카 꺼내기』, 여기 그 첫 대답이 왔다.
_편집자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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