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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의 말

【 한용운 】
서문
‘님’을 기다리는 ‘새세상’의 이야기: 한용운 사상의 시대성과 변혁성
핵심저작
1장 불교사상의 시대성과 불교유신의 참뜻
2장 독립운동과 사회운동
3장 마음 수양과 문학의 사유

【 신채호 】
서문
희망과 혁명의 키워드로 다시 읽는 신채호
핵심저작
1장 절망에서 희망으로
2장 아와 비아의 투쟁
3장 혁명의 드래곤

한용운 연보
신채호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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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한용운韓龍雲
일제강점기의 승려·시인·독립운동가로,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에 참여하고 옥고를 치렀다. 신간회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불교개혁과 민족해방 사상을 문학·사회 운동으로 확산했다. 저서로 『님의 침묵』 『조선불교유신론』 『불교대전』 등이 있다.

저자 : 신채호申采浩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언론인·역사학자로, 항일언론투쟁을 전개하고 신민회·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으며 상해 임시정부 수립에도 힘썼다. 역사 연구를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무정부주의적 혁명 노선까지 제기했다. 주요 저술로 『조선상고사』 『조선사연구초』 등이 있다.

편저자 : 백지연白智延
문학평론가,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초빙강의교수. 평론집으로 『미로 속을 질주하는 문학』 『사소한 이야기의 자유』, 공저서로 『한국문학과 민주주의』 『전후 동아시아 여성서사는 어떻게 만날까』, 공편서로 『20세기 한국소설』(전50권) 등이 있다.

편저자 : 김진균金鎭均
성균관대 동아시아한문학연구소 초빙교수, 다산연구소 연구위원장. 저서로 『추금 강위 평전』 『모던한문학』 『한문학과 근대 전환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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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불교만이 아닌 민족 전체의 삶을 바꿔내기 위한 불교개혁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한용운(1879~1944)은 구한말 홀연히 집을 떠나 방랑하다가 27세에 백담사에서 불교에 귀의했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본 조동종과 결탁한 당대 조선불교에 반기를 들고 임제종을 부흥시켰고, 1913년에는 『조선불교유신론』을 펴냈다. 그 뒤 포교활동에 매진하여 『불교대전』을 편찬하고 월간지 『유심(惟心)』을 발행했으며, 전국 각지 순회강연을 열었다. 그러다가 1919년 3·1운동에 불교계 대표로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3·1운동을 거치며 한용운은 종교와 변혁운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또렷하게 깨우쳤다. 이에 불교 대중화를 위한 경전 편찬, 조선물산장려운동 등 종교와 민족운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한용운은 1925년 『십현담주해(十玄談註解)』와 『님의 침묵』을 탈고하면서 종교적이고 문학적인 깨달음을 국난 극복과 구세·평등의 사상에 연결하고자 했다.
『조선불교유신론』은 한용운이 20세기 초 세계사적 변화, 특히 서구철학의 복잡다단한 변화를 목도하면서 조선 불교가 그 혼돈의 사상계에서 ‘지혜의 종교’로서 책임을 다하기를 바라며 쓴 책이다. 한용운은 불교에서 말하는 ‘진아(眞我)’가 ‘각자 하나의 자유로운 진정한 자아’로서 진리를 깨닫는 데에 궁극의 목표를 두었고, 이것이 중국의 량치차오나 독일의 칸트가 말하는 ‘자아’ 개념보다 폭넓고 보편적이며 서구적 이분법의 사유를 넘어선다고 보았다. 이처럼 ‘만인에게 보편적으로 공통되는 진정한 자아’는 곧 ‘하나가 곧 만, 만이 곧 하나’라는 평등 개념으로 이어진다. 한용운의 구세사상은 동학의 사상을 포함하여 한국 고유의 민중적 종교와 철학 속에서 이어져온 ’평등‘을 새롭게 일깨우면서, 근대 민주주의 이론의 평등 개념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20세기 초 물질문명이 거세게 밀려들어오는데, 그저 전통윤리를 복원한다고, 혹은 서구사상을 공부한다고 이 혼돈의 변혁기를 무사히 넘길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한용운은 자본주의 근대와 식민체제 아래 놓인 민중의 처지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오래 고민했다. 이에 불교의 혁신이 자본주의의 토대 위에서 구해질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현실감을 갖추고 경제활동에 임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가 생애 내내 승려들의 생계와 교육, 공동체 결성에 열의를 쏟은 것은 이 같은 통찰을 토대로 한다.
문제는 물질문명의 속도에 상응하여 정신문명을 어떻게 고취할까였다. 한용운은 ‘마음이 곧 물질이요, 물질이 즉 마음이외다’라는 불교의 오래된 명제를 되새기며, 물질개벽의 시대에 상응하는 정신개벽의 필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승려를 가르칠 때에 마음 수양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단지 불경 공부뿐 아니라 기초적인 인문학 수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제가 사찰령을 통해 조선 불교를 억압하고 세계적으로는 반종교 정서가 강해지던 분위기에 맞서 한용운은 조선 민족의 삶 전반을 개량하기 위한 불교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불교사회주의’를 제시했다. 이는 불교의 구세사상이 사회주의 이상과 맞닿아 있다고 보았던 그가 평생 탐구해온 중도의 실천노선 속에서 다져온 생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민족해방이라는 목표 아래에 종교운동과 사회운동이 연합하여 실천하는 것이었다.
20세기 초라는 변혁의 시대에 한용운은 근대 물질문명의 폐해를 자각하는 동시에 그것의 극복을 꿈꾸었다. 한용운의 이 같은 사상적 응전은 한국 근현대의 사상사에서 대단히 값진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기라는 고난의 시기에 깨달음과 마음 수양을 통해 민중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 그의 사유와 투쟁은 한반도 사상의 계보에 굵은 획을 그었다.

현대의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통섭적 민족주의자’ 신채호

신채호(1880~1936)는 충청도의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였고 성균관에 입학한 뒤로 사회진화론에 심취하여 계몽운동에 앞장섰다. 1910년 한일합방이 체결되자 신채호는 만주와 블라지보스또끄, 상하이와 베이징 등을 오가며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이 시기 신채호는 단군을 신격화한 민족주의 종교인 대종교에 가입하면서 고조선과 고구려 유적지를 답사했다. 구한말에는 서구 제국을 따라잡아 근대국가를 수립하고자 사회진화론에 기울었다면, 식민지기에 들어선 뒤에는 고대 제국 고조선의 중흥기를 떠올리는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자로 전환한 것이다.
이 책의 공동 편자 김진균은 신채호의 이 같은 국수주의, 민족우월주의 역사관을 현대의 독자들이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고난의 망명 생활과 독립운동 내부의 갈등, 턱없이 빈약한 자료 속에서 한반도 고대사를 정초한 신채호의 작업을, 21세기에 풍부한 자료를 토대로 연구하는 후대 인문학자들이 함부로 재단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라고 역설한다.
그의 과감한 결단과 단호한 성품은 유명하다. 그는 1919년 임시정부에서 외교론자 이승만이 주도권을 잡자 수년간 그와 대립하다가 1922년 임시정부와 완전히 절연했다. 그 무렵 신채호는 무장투쟁론에 경도되었고 테러로써 일제강점기 투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으며 아나키스트 활동을 벌였다.
그가 급진적인 혁명을 바랐음에도, 동아시아 고전의 전통을 계승하는 작업을 부단히 이어갔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그는 민족주의 문학에 근대의 사상을 가미해야 한다고 보았지만, 또한 여기에 조선시대 시가의 전통인 도덕성을 연계하고자 했다. 아나키즘이라는 계급적 인식을 철저히 갖추면서 동시에 민족주의적 각성을 통해 혁명을 성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세력이 날카롭게 대립하던 당시의 분위기에서 이 같은 종합과 중도의 사고는 무척 소중한 지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는 국제정세를 아우르며 조선이 생존할 방안을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정치 지형과 세계 평화의 관점에서 모색했다. 이 책의 엮은이는 “과연 이처럼 세계정세와 우리 공동체의 전망을 교차하여 모두에게 평화를 주는 지평을 우리 시대에도 찾아볼 수 있을까”(192면)라며 우리 후속 세대의 분발을 권한다.

문명전환의 과제에서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창비 한국사상선의 도전적 기획

지구기후와 자본주의가 불가분의 위기를 맞닥뜨리고 각종 갈등이 팽배한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떠맡은 과제는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을 필두로 하는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위원회는 이 모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환’이라는 강력하게 실천적인 과제는 우리 모두에게 다른 삶의 전망과 지침이 필요하며, 전망과 지침으로 살아 작동할 사상이 절실함을 뜻한다. 그런 사상을 향한 다급하고 간절한 요청에 공명하려는 기획으로서, 창비 한국사상선은 한국사상이라는 분야를 요령 있게 소개하거나 새롭게 정비하는 평시적 작업을 넘어 어떤 비상한 대책이기를 열망하며 구상되었다.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의 말」에서)

서구사상은 오랜 시간 세계 지성계에서 압도적 발언권을 유지하는 한편 오늘날의 위기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대응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그 강력한 위상의 이면에 강고한 배타성과 편견이 작동하고 있음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사상적인 면에서도 서구가 가진 위상은 돌이킬 수 없이 상대화되었고 보편의 자리는 진실로 대안에 값하는 사상들의 분투에 열려 있다. 이 시점이야말로 유·불·선의 회통이나 개벽사상 등 한국사상 특유의 사상적 기획이 한국사상이 전지구적 과제를 향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보태기에 더없이 적절한 때일 것이다.
창비 한국사상선 사상가들의 사유에는 역사와 현실을 탐문하며 새로운 삶의 보편적 전망을 구현하려 한 강인한 실천성, 그리고 사회를 변혁하는 일과 개개인의 마음을 닦는 일이 진리를 향한 단일한 도정에 있다는 깨달음이 깊이 새겨져 있다. 한반도의 경험과 지혜가 응축된 사상적 활력을 드러내는 창비 한국사상선이 문명전환의 개벽적인 사유와 실천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의미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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